전국 연대조직, 영덕에서 출범 미사

핵발전(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꾸준히 지적해 온 천주교에서 전국적 탈핵 단체 '탈핵 천주교연대'가 만들어졌다.

9월 14일 안동교구 영덕성당에서는 신자 400여 명, 사제 60여 명이 모여 ‘영덕 핵발전소 백지화를 촉구하는 생명평화 미사’를 열고 ‘탈핵 천주교연대’의 출범을 선언했다.

탈핵 천주교연대 공동대표는 문규현(전주교구 원로사목자), 조현철(예수회), 박홍표(원주교구) 신부가 맡았다. 각 교구의 환경사목 담당 사제 등 15명 안팎이 집행위원으로 참여하며,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과 남자 장상협, 여자 장상연도 동참한다.

미사에는 영덕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운해 목사와 종교인들, 영덕군의회 의장이 참석했다.

▲ '영덕 신규 핵발전소 백지화를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참석한 이영선 신부(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와 이웃 종교인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다. ⓒ강한 기자

경북 영덕에서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에서 새 핵발전소 건설 반대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민간 주도의 찬반 투표가 11월 11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탈핵 천주교연대는 출범 선언문에서 "정부는 최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9년까지 영덕, 삼척, 울진 등에 12기의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위험에 몰아넣는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더욱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처럼 심하게 핵발전에 매달리는 나라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삶과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 위험한 핵발전소를 없애고, 햇빛과 바람 등의 자연적이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통해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일은 하느님 창조질서를 회복하고 생명과 평화를 지향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강조하며, 전국 각 교구, 수도회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은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탈핵운동을 보다 조직적이고 대중적으로 전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탈핵 천주교연대는 우선, 교회가 앞장서 탈핵운동의 대중화를 위해 선언과 기도운동 등에 나서고, 핵발전소 및 송전탑으로 고통 받는 지역과 구체적으로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천주교연대는 "탈핵을 염원하는 영덕군민들의 주민투표를 지지"하며, 삼척, 울진 등 새 핵발전소 건설 추진으로 고통받는 지역의 아픔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웃 종교, 시민단체, 지역주민들과 연대해 탈핵 정책 수립을 촉구하고, 마을과 지역에서 에너지 전환, 자립을 실현하려는 공동체 운동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날 '영덕 신규 핵발전소 백지화를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주례한 조현철 신부는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여러 번 인용하며 "개인의 회심과 선택이 합쳐져 사회에서 가시적 흐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신부는 "탈핵 천주교 연대가 우리의 생태적 회심과 관대한 돌봄의 정신을 사회적 사랑, 정치적 사랑으로 변화, 결집시키는 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출범식 이후 영덕 성당부터 영덕군청 앞까지 묵주기도를 하며 '탈핵 기도 순례' 행진을 벌였다. 그 뒤 탈핵연대 공동대표단은 군수와 면담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7월 22일 공고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영덕에는 2020년대 말까지 많으면 핵발전소(원전) 4기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산자부는 보도자료에서 “한수원은 신규 원전에 대해 ‘대진(삼척) 1, 2호기 또는 천지(영덕) 3, 4호기’로 건설의향을 제출”했으며 “해당 원전의 입지는 원전 건설 관련 인허가 단계에서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수원은 이미 확정된 신고리 7, 8호기 건설을 유보하고 2026-27년 영덕에 천지 1, 2호기를 건설하겠다는 의향도 제출했다.
 

▲ 9월 14일 경북 영덕 성당에서 '영덕 신규 핵발전소 백지화를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와 함께 '탈핵 천주교연대' 출범식이 열렸다. ⓒ강한 기자

▲ 탈핵 천주교연대 출범식에 참여한 신자, 시민들이 묵주기도를 하며 영덕군청을 향해 걷고 있다. ⓒ강한 기자

▲ 탈핵 천주교연대 출범식에 참여한 사제들이 영덕군청을 향해 걷고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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