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평화 컨퍼런스, 평화 실천 위한 소모임 진행

‘강정 평화 컨퍼런스’ 둘째 날 프로그램은 보다 구체적인 주제 토론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오키나와 나하교구 오시카와 도시오 주교(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의 주제 발표에 이어 강정 해군기지 사업장 정문 앞 미사에 참여한 뒤, ‘알뜨르 비행장 평화공원 조성’, ‘동북아 비무장 평화연대’, ‘평화교육’을 주제로 각각 소모임 토론을 벌였다.

▲ 오키나와 나하교구 주교인 오시카와 도시오 주교는 4000일 째, 미군기지 반대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오키나와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현진 기자

오시카와 도시오 주교, "오키나와 미군기지 싸움은 종교적 가르침에 따른 것"

‘오키나와에서의 메시지’를 전한 오시카와 도시오 주교는 오키나와 출신 사제로서 미군기지 반대 싸움에 앞장서왔다. 그는 오키나와의 역사와 미군 기지 문제, 오키나와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 그리고 이에 대한 오키나 와 교구 평화위원회 활동 등에 대해 설명했다.

오키나와 섬은 130년 전까지 ‘류큐 왕국’으로 존재했다. 1879년 일본에 편입된 뒤 2차대전 뒤 미국이 지배하다가 1953년, 1972년 두 차례에 걸쳐 일본에 반환됐다. 오키나와에는 여전히 미국 지배의 흔적이 남아 일본 전역 미군 전용시설의 75퍼센트가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오키나와 본섬의 18.8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가장 위험한 시설이 ‘후텐마 기지’와 ‘가데나 기지’이며, 오키나와 섬 사람들은 이 기지로 인한 전투기 추락사고, 불발탄 사고 등을 겪으며 살고 있다.

도시오 주교는 오키나와는 미군 기지로 인한 피해와 함께 본토 일본인들의 구조적 차별까지 겪고 있다면서, “오키나와는 여전히 전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의 평화헌법 9조 무력화 시도와 이를 강행하는 아베 정권에 대해 “역사인식은 물론, 전쟁에 대한 책임의식이 전무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도시오 주교는 생명과 평화, 오키나와 주민의 민의를 무시하는 일본 정권에 대해 4000일간 연좌투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가톨릭 교회를 포함해 13개 종파로 구성된 오키나와 종교인회의가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오키나와교구 평화위원회를 비롯한 각 수도회 수도자들은 연좌농성 참여와 주민들을 위한 평화교육과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평화는 무력으로 얻어질 수 없으며,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 것도 인간이라는 종교적 가르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오 주교는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미래에 대한 책임을 위한 것”이라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말을 들면서, “오키나와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버려진 모퉁이의 돌과 같았지만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의 모퉁이돌이 되고자 한다”며 “인류의 평화와 그 지구를 구하고자 하는 의지는 인간에게 본래부터 심어진 종교심밖에 없다는 것을 확신 한다”고 말했다.

소모임 토론은 모든 참가자들이 각자의 관심사에 따른 주제를 선택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 둘째 날, 주제 발표 후, 소그룹 모임을 이어가는 참가자들. ⓒ정현진 기자

제주 알뜨르 비행장, 공군기지화 되는 것 막아야....
방법은 제주도민이 먼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먼저 ‘알뜨르 비행장 평화공원 조성’ 방안에 대한 토론에는 가장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알뜨르 비행장 문제는 강정 평화 컨퍼런스가 시작되면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는데, 강정 해군기지가 완공되면 해군기지와 연계된 공군기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가 1933년 제주 서부지역인 대정읍 모슬포에 지은 해군항공기지다. 1937년 중일전쟁이 나자 중국 폭격 거점지로 사용한 후 태평양전쟁을 위한 주요 기지로 이용했다. 일제강점기에 진행된 건설 사업인 만큼 알뜨르 비행장 구축에는 제주도민은 물론 전남지역 주민들도 강제 노역에 동원됐으며, 일대 6개 마을이 없어졌다. 

이후 알뜨르 비행장은 1985년 정부에 의해 관광지구로 지정되는가 하면, 현재는 제주도 경관심의위원회가 중국 자본에 개발 사업 추진을 허락한 상태다. 노무현 정부 때에 처음으로 알뜨르 비행장을 ‘제주평화대공원’으로 조성하려는 사업이 구상됐지만, 부지를 소유한 국방부가 부지 제공을 거부해 추진되지 못했다.

제주교구 사제와 제주도의원 등이 함께 참석한 논의에서 이들은 무엇보다 “공군기지화 반대를 위해서는 단체 중심의 반대 목소리 보다는 지역 주민들의 알뜨르 비행장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 목소리를 모으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이른바 반대 싸움을 할 때 보통 기자회견이나 반대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당사자들, 제주 도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공유하고 조율하는 것이라며, 제주도의회는 물론, 이에 의견을 가진 가톨릭교회가 알뜨르 비행장 문제를 알리고 도민들이 목소리를 내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알뜨르 비행장 현장 견학에 나선 참가자들. ⓒ남승원

평화를 위한 국제 연대, 사람에 대한 사람의 애정으로 시작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 평화 감수성을 높이는 평화교육의 기점으로... 

또 동북아 평화를 위한 국제 연대 방안에 대해서는 ‘연대’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고 그 출발점을 어디로 삼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기지네트워크 사무국장 구중서 씨는 “동아시아 군비경쟁의 문제는 결코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며, 모든 나라 민중들의 문제”라면서, “연대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애정으로부터 비롯되며, 국제 연대는 단순히 하나의 운동 방식이 아니라 또 다른 운동의 가치로 세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연대를 통해 더 큰 세상의 문제를 보게 되고 또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게 된다면서, “국제 연대의 가장 큰 장애는 언어의 문제지만 이는 모든 이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는 아니며,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애정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교육’의 방법에 대해서는 서울대교구 정평위원장 박동호 신부가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박 신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 안팎으로 ‘평화의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한국 각 교구의 교육과 활동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가 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동호 신부는 우선 평화의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제시했다. 일례로 주교회의가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 평화에 관한 교회의 사목방향을 정기적으로 제시하고, 사목 임무를 부여하는 것 그리고 사제와 수도자들의 평화 감수성을 위해 양성 과정의 생태, 평화 교육 의무화를 제안했다.

또 그간 예비자 교리교육과 주일학교 교육이 추상적인 언급 차원에 머물렀다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현실을 판단하고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교육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프로그램, 교안 기획, 아이디어 제공 등을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가 해주기를 당부했다.

박동호 신부는 마지막으로 “모든 연대의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접 사람을 만나고 동행하는 일이어야 한다”면서, “전문가나 정책 결정자, 권력자들이 사회적 약자와 직접 만나지 않고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만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평화센터 역시 어떤 입장에 있는 사람이든 직접 만나 그 가운데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컨퍼런스 둘째 날, 참가자들은 해군기지 사업장 정문 앞 미사에 참여한 후, 인간띠잇기에 참여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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