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회
강정에서 평화를 외치다비무장 평화의 섬을 위한 연대, 강정 평화 컨퍼런스 열려

“평화는 무력으로 얻을 수 없다”

제주 강정마을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는 9월 7일부터 9일까지 “비무장 평화의 섬, 그 의미를 조명, 성찰하고 계획한다”라는 주제로 제 2회 강정평화 컨퍼런스가 열렸다.

‘강정평화 컨퍼런스’는 지난해부터 제주교구,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예수회 한국관구가 함께 시작했으며, 제주와 오키나와, 괌 등 동북아에서 군사 배치로 자연과 주민의 삶이 훼손되고 있는 섬들을 ‘비무장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전문적이고 다각적으로 성찰, 탐구하고 실천과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제주 평화의 섬 실현 10주년’을 맞은 올해 컨퍼런스는 제주 알뜨르 비행장 평화공원 조성 문제, 동북아 비무장 평화연대, 평화교육을 주제로 강의와 토론을 진행했으며, 한국과 일본의 평화운동 당사자들과 연대 단체 회원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모임에는 오키나와 나하교구 주교, 일본 예수회 관구장과 사회사도직 위원장을 비롯한 예수회원 그리고 오키나와 주민, 헬기기지반대협의회 회원 등 특히 일본 교회 관계자와 평화운동가들이 참석해 연대를 다졌다.

컨퍼런스 첫날 각 주제별 기조 강연은 ‘그리스도인이 추구하는 평화’, ‘제주 평화의 섬 선언의 의미와 전망’, ‘미국의 핵안전보장정책과 동아시아 안전보장’에 대해 강우일 주교, 고창훈 교수(제주대 행정학과), 마고사키 우케루(일본 외교안보전문가)가 각각 맡았다.

   
▲ 모임이 시작된 7일, 강우일 주교와 고창훈 제주대 교수, 일본 외교안보가 마고사키 우케루 씨가 주제발표를 했다. ⓒ정현진 기자

그리스도인의 평화, 우리 모두가 형제, 자매임을 깨닫는 것 

먼저 강우일 주교는 ‘그리스도인이 추구하는 평화’에 대해서 당장 정치적으로 규정된 눈앞의 적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역시 우리의 형제이고 자매임을 깨닫는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 중에 몇 사람이나 평화를 누린다고 느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강 주교는 청소년 입시 스트레스, 청년 실업을 비롯한 노동 문제, 생존을 위한 난민 발생과 같은 비평화 상태는 신뢰와 평등, 연대라는 가치를 해체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시스템과 이로 인한 불평등이라고 꼬집으며, “언제까지 신자유주의 신화에 사로잡혀 쫓아가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강우일 주교는 그리스도인의 평화란 민족과 계층이 달라도 인간 모두는 하느님이 창조한 가족의 일원이고 형제라는 성서적 가르침에 되돌아가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교황 바오로 6세가 ‘민족들의 발전’에서 이야기한 “연대의 의무, 사회정의의 의무, 보편적 사랑의 의무”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강 주교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형제애가 부족하기 때문에 민족들과 사람들 사이에 심각한 상대적 빈곤, 즉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내용을 들고,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정책 역시 교회가 가르치는 ‘사회적 저당권’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즉 “인간이 소유한 재화는 사유물이 아닌 공유물로 여겨야 하며, 생산에 따른 이윤은 자본가만이 아닌 모든 생산 과정에 참여한 모든 노동자 공동의 몫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끝으로 “교회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책임자에게 들려주고, 온갖 형태의 적의와 폭력, 인간 기본권 침해를 멈추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수 밖에 없다”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을 전하며, 덧붙여 “북한의 2500만 형제도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존엄한 존재, 하느님의 자녀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안의 대결의식으로는 통일도 어렵고 통일이 된다해도 차별과 증오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제협약을 통한 평화의 섬 실현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고창훈 교수는 정부가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선언한 지 10주년을 맞았지만,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제주도의 비무장 평화”라는 의미가 퇴색한 모순 상황을 지적하면서, 제주도가 진정한 평화의 섬이 되기 위해서는 4.3사건의 진정한 화해와 강정생명평화운동을 연계해 또 다른 평화의 섬을 만드는 역사적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제주가 군사기지가 아닌 진정한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되기 위한 한 방법으로 국제협약체결을 통한 평화 보장을 들며, 핀란드령 올란드 섬과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 섬, 중남미의 코스타리카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올란드 섬은 핀란드의 자치령으로 1921년 국제연맹을 통해 그 자치권을 확인받았으며, 정치적 중립과 비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 스피츠베르겐 섬 역시 1920년 파리에서 열린 스피츠베르겐 조약으로 북극 자원을 보호하기위한 평화의 섬으로 탄생했다. 코스타리카는 제주도와 같이 이념적 내전을 심각하게 겪었지만 이후 군대를 없애고 영구 중립국을 선언했다.

고 교수는 이런 중립국 또는 자치령들이 국제 협약 체결 등을 통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런 ‘신평화이론’으로 한반도의 남북간 긴장 완화, 휴전 협정에 의한 평화교류를 시도할 수 있으며, 제주 강정마을 역시 제주도의 비무장 평화를 위한 한반도 관련국 6자 회담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이번 모임에는 일본과 한국 가톨릭교회와 시민사회단체,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저항은 국민의 저항으로부터

‘미국 핵 안보 정책과 동아시아의 안전 보장’을 주제로 발표한 일본 외교안보전문가 마고사키 우케루 씨는 먼저 강정해군기지는 남한의 안전보장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그 목적은 미국의 중국 견제이고, 미국 해군의 자체 이익과 세력 확보를 위한 것임을 다시 확인했다.

우케루 씨는 미해군의 이익과 해군기지 건설의 관계에 대해서, “미국 전체 안전보장을 생각해 볼 때도, 강정 해군기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서, “다만 적대세력에 대해 자신들의 세력 우위를 점하고 싶다는 심리가 적용된 것이며, 이는 오키나와 미군기지와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불필요한 일임에도 강행하는 것은 한국 정부에 압력을 넣는 것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일이라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미군 기지를 반대하려면 한국 정부와 대통령이 이같은 압력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하며, 그 힘은 국민들의 저항에서 비롯된다”며, 강정 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국민들의 저항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오케루 씨는 이어 북핵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핵무기를 사용하면 양 측 모두가 파괴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서로 핵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호 확증 파괴 전략’이 작용한다면서, 50년간 북한을 핵위협해 온 상황에서 북한이 핵억지력을 개발하겠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지 않으며, 북한의 생존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외교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 일본, 중국, 북한 간 안전을 위한 유화외교를 반기지 않지만, 일본 입장에서도 북한과의 긴장고조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것을 용인하는 순간 일본 역시 북한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서로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일본, 중국, 한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협의를 진지하게 해나가는 동시에, 북한 정권을 전복하려는 시도에 동참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 9월 7일부터 9일까지 제주 강정마을 '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제 2회 강정 평화 컨퍼런스가 열렸다. ⓒ정현진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현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