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현재 노선이 최선인지 검토 필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과 관련, 환경단체 등이 현장조사 결과를 근거로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예정지의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식생 등 생태 조사를 벌인 결과, 대상 지역은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주요 서식지이자 번식처이며, 수령 200년 이상의 보전가치가 높은 식생이 있는 아고산대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고산대는 산림한계선 바로 아래 지역으로 보통 해발 1500-2500미터 사이에 있으며, 저온 건조한 기후 특성상 침엽수가 많고 생태 회복력이 느리다. 

이번 결과는 범대위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총 여섯 번 현장조사와 문헌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케이블카 사업계획 심의기준인 환경부 ‘자연공원 삭도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과 검토 기준을 위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가이드라인과 검토 기준에 따르면, 케이블카 등 삭도를 설치할 때는, 기존 탐방로 제한 또는 폐쇄를 유도하고, 주요 봉우리 및 기존 탐방로와 케이블카를 연계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케이블카 정류장 및 지주 설치지점은 아고산대, 법적 보호종의 주요 서식지와 산란처를 피해야 하며, 선로 역시 법적 보호동물의 주요 산란처를 지나지 않아야 한다.

▲ 양양군이 제출한 산양 서식흔적 조사 결과. 구간 총 6개의 지주 중 5번 지주까지만 조사한 내용이다. (자료 제공 = 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

범대위 조사에 따르면, 건설 예정지 일대 야생동물 흔적 조사, 무인카메라 모니터링을 한 결과 산양(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천연기념물 217호), 삵(멸종위기 2급), 담비(멸종위기 2급), 하늘다람쥐(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328호) 등의 서식이 확인됐으며, 산양은 서식 흔적이 총 53곳에서 발견되고, 산양새끼 배설물도 발견돼 주서식지 뿐 아니라 산란처임이 확인됐다.

식생의 경우, 심각한 멸종위기에 직면한 개회향과 눈향나무 등 국제적 멸종위기 식물이 발견됐으며, 케이블카 경로 중간지점부터 상부 탐방로 수종은 80년에서 226년 정도의 수령을 보이고 있다. 범대위는 이같은 현장조사 결과에 따라, 이 지역은 녹지자연도 9급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범대위는 이와 함께 케이블카 안전문제도 제기했다. 이들은 예정지 풍속을 조사한 결과, 예정 노선이 산악지대 능선부분으로 풍속이 매우 빠르다며, “그러나 양양군은 풍속에 대한 실제 측정 조사를 하지 않고, 18킬로미터 떨어진 속초기상대와 관측망 데이터만으로 평가해, 안전성 조사 역시 매우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양양군 사업계획에 따르면, 케이블카 예정지는 멸종위기종 ‘주요 서식지’가 아니며, 식생 역시 20년 정도의 수령으로 일부 식생훼손이 불가피하지만 보전가치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가이드라인 등 기준 위반에 대해서는 ‘탐방 예약제’나 ‘탐방 가이드제’를 운영해 기존 탐방로 접근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탐방 예약제는 이미 2013년 2차 심의 당시, 민간전문위원회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은 삭도를 설치 할 때 주요 봉우리는 피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오색케이블은 주요 봉우리인 대청봉과 끝청봉에서 불과 203미터 거리다. 양양군은 끝청봉과 상부정류장이 430미터 떨어져 있다고 하지만, 조사 결과 전망데크와 산책로를 기준으로 하면 203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으며, 기존 탐방로는 불과 140미터 거리에 있어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범대위의 입장이다. 지난 2차 사업 계획의 경우 주요 봉우리와 상부정류장이 1012미터 떨어졌음에도 부결됐다.

▲ 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가 조사한 산양 서식 흔적 조사 결과. 케이블카 구간에서 산양 흔적이 53곳 발견됐다. (자료 제공 = 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

범대위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이미 지난 1, 2차 사업계획에서도 민간전문위원회가 검토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내린 바 있으며, 이번 3차 사업계획도 당시 지적된 문제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면서, “사업계획을 제대로 검토한다면, 환경부는 이번 케이블카 사업을 통과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범대위는 이번 환경 평가에 이어 케이블카 사업 주요 이유인 ‘경제 영향’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8월 4일 발간한 ‘2015 국정감사 정책자료’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대해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자체는 금기시될 필요는 없으나, 과연 논의 중인 노선이 최선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는 2014년 8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논의된 뒤, 멸종위기 야생동물, 탐방로 예약제, 대청봉 이용객 집중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최종결정권한을 가진 국립공원위원회 위원 20명 가운데 공무원과 공단관계자가 10명을 차지하는 구조적 문제, 사업의 사전결정 의혹 등이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은 환경부 차관이 맡고 있다.

조사처는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한국의 독특한 등산문화 등을 고려해 종합적 영향을 검토해야 하며, 설악산 전체에 대한 사전예약제 실시, 주요 등산로 폐쇄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강원도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남설악 오색지구 오색리에서 끝청 하단까지 연결하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총 길이는 3.5킬로미터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진행되며, 사업비는 총 460억 원으로 정부가 비용의 50퍼센트, 강원도가 15퍼센트, 양양군이 35퍼센트를 부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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