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케이블카, 박그림 인터뷰

▲ A지점이 설악산국립공원 중 오색케이블카 구간이다.(네이버지도)

강원도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사업을 추진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설악산 정상에 4성급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환경단체와 사회 각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 여부는 8월 중순쯤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또 지자체와 정부, 전경련 등은 지역 경제 발전을 이유로 설악산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개발 규제를 푸는 ‘산지관광 특구 지정’까지 제안한 상태다.

설악산 개발 계획의 첫 시작점이 될 케이블카사업은 지난 2012년부터 두 차례 시도됐다가 무산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10월 동계올림픽 개최예정지인 알펜시아리조트를 방문해 “선수들을 위한 지원시설, 케이블카 등을 구비하라”고 지시한 뒤 급물살을 탔다. 당시 박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은 앞서 전경련이 국회에 제안한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의 주요 사업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역시 케이블카 사업에 긍정적 입장이다. 지난 7월 28일 강원도와 양양군 등이 마련한 ‘2015 친환경 케이블카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최 지사는 인사말에서 “국제적 추세는 자연경관을 여가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것인 반면,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보호정책에 치우쳐 왔다”며, “케이블카는 침체에 빠진 설악권 경제를 회생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고, 모범적 산지 비지니스의 정책모델로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케이블카 사업은 장기적으로 경제성에 맞지 않는 일”

케이블카 사업 찬성 측과 반대 측이 팽팽히 맞서는 지점은 환경과 경제 문제다.

1993년부터 설악산 환경운동을 해 왔으며, 15년째 설악산 산양 보호운동을 하고 있는 녹색연합 박그림 대표(아우구스티노)는 7월 29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인터뷰에서 지자체와 재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설악산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이며, 멸종위기종 10여 종이 살고 있다. 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오색에서 끝청을 잇는 3.5킬로미터 구간은 대청봉에서 겨우 1.4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으로 특히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의 서식지다.

▲ 녹색연합 박그림 대표가 29일 '생명의 산을 위한 4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설악산 산악종합조감도를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서경렬
먼저 케이블카 설치에 친환경 공법을 이용할 계획이며, 케이블카를 이용함으로써 환경훼손이 덜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박그림 대표는 케이블카 주변 환경을 침범해야 하는 상황에서 친환경 공법은 의미가 없으며, 등산을 위해 산을 오르려는 이들이 여전히 있는 상태에서 케이블카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정상에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케이블카 구간이 산양의 서식지, 이동경로임을 강조하면서, “환경부는 산양 이동경로와 서식지는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서식지와 이동경로는 분리될 수 없다.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그림 대표는 이같은 환경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3년 전만해도 환경부는 환경문제를 들어 케이블카 사업을 부결했지만, 현재는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2차 계획안 보다도 부실한 제안서를 제대로 검토하거나 문제삼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사업 추진을 위한 컨설팅을 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번째는 지역 경제 문제다. 지자체 등은 케이블카 사업, 호텔 건설 등이 추진되면 관광객이 더 많이 오고, 소비도 늘어날 것이며, 지역민들의 일자리도 생길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 박그림 대표는 서울-양양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과 양양간 이동시간은 1시간 반이 걸리고, 양양에서 오색까지 20분 정도 걸린다고 볼 때, 양양지역은 오히려 지나쳐가는 지역으로 공동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창출 역시 지역민 전체 대비 케이블카나 호텔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얼마나 차지하겠느냐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환경 훼손과 복구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지역경제를 오히려 망치는 일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악산이 대통령의 산인가?”
어머니 설악산을 통해 얻은 것을 갚아야 할 때.... 그것이 염치다

박그림 대표가 걱정하는 것은 설악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설악산 케이블사 사업 승인은 전국의 산지 개발의 빗장이 될 것이라면서, “정부는 설악산과 지리산을 시범사업으로 삼겠다지만, 이미 많은 지자체가 산지 개발을 허락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설악산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파헤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설악산이 대통령 한 사람의 산인가?”라고 물으면서, “설악산은 후대에 물려 줘야 할 유산이며, 많은 이들이 설악산을 통해 얻었던 기쁨과 행복을 이제는 갚아야 한다. 그것이 인간들의 염치”라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카 사업을 반대하는 지역민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 큰 과제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온몸을 던져서 케이블카 사업을 막기 위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 믿음으로 지금까지 왔고, 또 갈 것”이라면서,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다면, 우리는 자연과 후대에 대한 범죄의 공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