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통과 여부 주목

여야 국회의원 172명이 서명한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7월 6일 국회에 제출됐다. 서명한 국회의원은 현재 의석 수 298명 중 57퍼센트가 넘는다. 19대 국회 들어 첫 사형폐지법안 발의다.

이번 법안은 형법과 기타 법률에서 규정하는 ‘사형’을 폐지하고 이를 ‘종신형’으로 대신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종신형은 죽을 때까지 교도소에 구치하고 가석방을 할 수 없는 종신징역과 종신금고를 말한다.

유인태, 박지원, 정두언, 김성곤, 인재근 의원 등 이번 특별법안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을 설명한 뒤, 국회 의안과에 법안을 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형제도폐지 범종교연합 김형태 집행위원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인터뷰에서 "국회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예전과 달리 본회의에 (법안을) 보낼 수 있도록 해 보겠다고 하시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7월 6일 국회에서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국회의원들과 종교인들이 법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한 기자

이번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발의하는 국회의원은 모두 172명으로, 새정치민주연합 124명, 새누리당 43명, 정의당 5명이 참여했다. 과반수가 넘었기에 사형폐지법안이 당연히 통과되리라 쉽게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상원" 노릇을 하는 법사위 때문에 만만치 않다.

앞서 1999년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모두 6건의 사형 폐지 특별법안이 발의됐고,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과반수가 넘는 175명이 발의했으나, 모두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본회의에서 논의되지도 못한 채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법안이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이들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집행 이후 17년이 넘게 사형집행이 중단된 대한민국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UN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이며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책임을 실천에 옮길 때"라면서 "이제는 '법'으로 사형을 폐지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원들은 "우리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고, '인권선진국'의 대열에 오를 기회의 문 앞에 서 있다"며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될 때까지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의원들은 법안에 적은 ‘제안 이유’에서 국가가 생명의 절대적 가치를 전제로 국민에 의한 살인 행위를 범죄로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국가에 의한 인간 생명의 박탈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형의 범죄예방효과에 대한 실증적 자료는 없으며, 법관의 오판에 의해 사형이 집행되면 나중에 진범이 밝혀지더라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 그동안 1310명이 사형됐으며, 이중 분단국가와 독재정권 아래의 이념대립과 정권유지에 악용돼 억울하게 사형을 당한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사형폐지는 전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의원들은 2013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법상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폐지국은 98개국, 일반 범죄에 대한 사형폐지국은 7개국이며,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35개국으로, 전세계 198개국 중 140개국이 법적 또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일한 사형 집행 국가는 미국이었으나, 현재 50개 주 가운데 18개 주가 사형을 폐지했다.

기자회견에는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황필규 목사, 대한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장 진관 스님 등 종교인들도 함께했다.

유흥식 주교는 사형 폐지법 제정을 호소하면서, 사형제 유지의 이유가 되는 흉악범죄에 대해 "각 종교가 가르치는 사랑, 자비, 용서, 화해를 제대로 실천했다면 이처럼 야만적이고 포악한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주교는 "(우리 사회에서) 근본적 반성과 변화가 하루빨리 시작되지 않으면 그 어떠한 강력한 처벌로도 통제 불가능하다"며 "가톨릭교회도 강도 높은 반성, 쇄신의 각오로 보복과 분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하느님이 심어 주신 선함과 자비의 마음이 잔인함과 죄를 대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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