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주교 25명 등 8만 5000명 청원

국회에서 여러 차례 사형폐지 법안이 유산된 뒤로 천주교단이 다시금 국회에 사형폐지를 청원하면서 국회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사폐소위)는 2월 24일 사형제를 폐지하고 종신형으로 대체할 것을 청원하는 천주교 신자 8만 5000여 명의 서명을 국회에 전달했다.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가 2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형 폐지를 촉구하는 가톨릭 신자 8만 5637명의 서명을 국회에 전달했다. ⓒ강한 기자

명단 전달에 앞서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19대 국회의 모든 의원들이 사형제도 폐지특별법의 공동 발의자가 되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대한민국이 완전한 사형 폐지국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유 주교는 프랑스가 1981년에 국민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치 지도자들의 결단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했다고 소개하며, “프랑스처럼 우리 국회의원들이 소신 있는 결단을 내린다면 아시아의 사형제도 폐지운동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현재 국회에서 사형제도 폐지특별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유인태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가톨릭 신자인 길정우 의원(베드로, 새누리당)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유인태 의원은 “늦어도 4월 중에는 (사형폐지 법안에 대해 국회의원) 과반의 서명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2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이 8만 5637명의 사형 폐지 촉구 서명지를 담은 상자를 들고 있다. ⓒ강한 기자

한편 유 의원은 “17, 18대 국회 때 서명한 의원들이 지역에서 어르신들에게 쓸데없는 데 나선다고 야단맞았다고 했다”며 “사형폐지 법안에 동참하고 싶어도 내년에 선거도 있기 때문에 지역구 눈치를 본다는 하소연을 두어 의원으로부터 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형제도폐지소위에 따르면 15대 국회부터 18대 국회까지 6건의 사형제도 폐지특별법안이 발의됐다. 17대 국회에서는 전체 의석수의 과반을 넘는 의원이 공동발의했고, 18대 국회 때는 총 3건의 법안 발의가 이뤄졌지만 번번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유인태 의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사형제도 폐지법안은 사망 때까지 교도소에 가두고 가석방할 수 없는 ‘종신형’을 새로 만들고, 사형을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 세계에서 현재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40여 나라뿐이며, 이 가운데서도 절반 정도만 실제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한국은 1997년 12월에 사형을 마지막으로 집행한 뒤로 실제 집행은 없어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지만 사형제 자체는 유지하고 있어서 사형 판결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 서명에는 천주교 현직 주교 25명 전원을 비롯해 평신도, 수도자, 사제 등 8만 5637명이 참여했다. 천주교가 사형제 폐지 서명운동을 벌여 국회에 제출한 것은 17, 18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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