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을 지나치던 한 여학생이 갑자기 멈추어 서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던 활동가의 품에서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장영식

비가 내리는 광화문 오후. 활동가들은 변함없이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피켓시위를 하고 있었다.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서울 시민들이 바삐 길을 재촉하며 망각의 시간 속으로 흘러가는 순간, 한 소녀가 그 자리에 꿈쩍하지 않고 서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 소녀는 피켓시위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어깨를 들썩였다. 피켓 시위를 하던 한 활동가는 피켓을 놓고, 얼른 그 소녀를 껴안았다. 활동가의 품속에서 참고 참았던 소녀의 울음보가 터졌다. 소녀가 하염없이 흐느끼는 동안 광화문의 모든 시간은 정지된 듯했다.

활동가들의 말에 의하면 이러한 일이 자주 있다고 한다. 수많은 서울 시민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스쳐지나가는 세월호 농성장 주변에서는 표현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함께 한다. 세월호 농성장에는 또래 아이들의 그 먹먹함과 깊은 슬픔이 녹아 있다.

또한 진실을 외면하는 야만스러운 언론과 비열한 사람들 그리고 인간성을 상실하고 물신화의 노예가 된 우리 사회를 향한 분노가 녹아 있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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