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5월 20일 오후 2시,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고리핵발전소 방사능 피해자(균도네) 소송 항소심 대응 한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영식

5월 20일(수) 오후 5시, 고리핵발전소 방사능에 의한 주민의 갑상선암 피해에 대한 한수원의 책임을 묻는 ‘균도네’ 소송의 항소심 첫 공판이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지난해 10월, ‘균도네’ 소송의 1심 판결은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최초의 판결임은 물론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소송 결과였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같이 핵폭탄 사용이나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방사능 피폭에 의한 피해가 분명했던 사례와는 달리 가동 중인 핵발전소에서 방출되는 방사능에 의한 갑상선암 피해를 인정한 것은 사상 유례없는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핵발전소 가동의 역사는 ‘균도네’ 소송 이전과 이후로 구분 짓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균도네’ 소송 1심 판결 직후, 전국의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별 갑상선암 피해자를 원고로 모집한 결과, 지금까지 545명이라는 엄청난 숫자를 확인했다. 현재 545명의 갑상선암 피해자가 원고로 참여하는 공동 소송은 1심이 시작되어 각 원고별 감정 절차가 준비 중이다. 공동 소송에 참여한 대규모 원고는 그 자체가 ‘균도네’ 소송 항소심 청구의 근거가 되며 재판 결과에 따라 피해를 인정받게 될 원고는 다시금 항소심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후쿠오카에서 온 기무라 고이치 목사와 이진섭 씨가 이와이시마섬의 반핵운동을 지지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장영식

이번 ‘균도네’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측이 제시할 고리핵발전소 방사능 피해의 핵심적 근거는 한수원이 고리핵발전소 최초 가동부터 현재까지 약 40년 가까이 기체와 액체 상태의 방사성 핵종을 방출했으며, 핵종별 방출량을 의도적으로 축소 공개함으로서 주민건강 피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을 가능성이다. 또 핵발전소 주변으로 방출된 방사성 핵종에 의한 주민의 외부 피폭뿐만 아니라 대기나 토양, 바닷물을 통해 오염된 음식물 섭취로 인한 내부 피폭에 의한 발암 가능성이다.

▲ '균도네' 소송은 균도 아빠 이진섭 씨의 오랜 투쟁의 산물이다. 그는 모든 이들이 고개를 저으며 포기했던 싸움을 진행했다. 그는 법정 싸움을 통해 아픈 가족사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서 우리 사회에 핵발전소와 방사능 그리고 갑상선암에 대한 관심을 각인시켰다. 오랜 법정 싸움에서도 그와 균도는 쉼없이 탈핵을 향한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장영식

‘균도네’ 소송 항소심은 고리핵발전소 방사능에 의한 원고의 갑상선암 피해가 더욱 분명하고 명확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한수원이 주장해왔던 핵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방사능이 주민 건강에 영향이 없다는 사실이 허구임을 밝히는 일이다. 한수원은 이제라도 핵발전소 방사능 방출을 축소 공개한 사실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확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또 장기간 저선량 방사능 노출에 의한 주민건강영향 조사를 통해 피해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한수원은 핵발전소지역 주민의 피해로 얻은 막대한 이익으로 대형 로펌을 고용해 책임 회피를 위한 소송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핵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방사능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사성 핵종을 방출하지 않는 등의 근본적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 노후핵발전소 폐쇄를 위해 이진섭 씨와 균도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장영식

*이 글은 고리핵발전소 방사능 피해자(균도네) 소송 항소심 대응 한일 기자회견문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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