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계속된 천주교 열사 추모미사

“천주교 열사들은 사회복음화를 가장 잘 실현했던 분들입니다. 꼭 현장에서 돌아가신 것은 아니더라도 잘 사셨던 분을 열사로 추대하고, 그 삶과 정신을 자기 삶으로 되살리는 게 교회에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월 26일 저녁 봉헌된 ‘천주교 열사 합동추모미사’ 준비에 참여한 권오광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의 말이다.

권 대표는 “천주교의 모든 단체들이 다 함께 힘을 모아서 열사 추모미사를 열고, 그 정신과 실천을 되새기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17년이 넘으니 유족의 참여가 줄어들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추모미사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인천 지역 노동운동가였던 유재관 씨(1962-91)의 유가족이 미사에 함께했다. 고 최옥란 씨의 친구인 박김영희 장애해방열사단 대표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미사 장소에 왔으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성당에 휠체어를 위한 시설이 돼 있지 않아 성당 밖에서 기도하고 돌아갔다.

▲ 5월 26일 저녁 '천주교 열사 합동추모미사'에 참석한 이들이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다. '천주교 열사' 19명의 영정이 제대 앞에 세워져 있다. ⓒ강한 기자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과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등 수도자 단체들이 모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매년 5월말에 ‘천주교 열사’ 19명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열사(烈士)는 ‘나라를 위하여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하여 싸운 사람’을 일컫는다.

이 19명 중에는 <녹슬은 해방구>의 작가 권운상, 그리고 김태훈, 박승희, 이재호, 조성만 등 학생운동가들이 포함돼 있다. 이 중 2000년대에 숨진 사람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으로 한국에서 활동했던 서 로베르토 신부, 장애인활동가 최옥란, 노동운동가 최종만, 교사 출신으로 전국농민회총연맹 초대 의장을 지낸 권종대 등이 있다.

추모미사 참석자들에게 유재관의 어머니 반귀분 씨는 아들이 죽은 뒤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예수를 잃은 성모 마리아의 고통을 생각하며 견뎠다고 말했다. 반 씨는 신앙 때문에 그 두 가지 고통이 같은 것이라고 깨우치며 살았다면서, “내 아들은 나라를 위해 죽었다”고 말했다.

권오광 대표에 따르면 ‘천주교 열사 합동추모미사’는 199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7번째다. 천주교 열사 19명 중 다수는 전두환, 노태우 정부 때 숨진 운동가들이지만, 준비위원회는 꼭 ‘현장 활동’ 중에 숨진 경우가 아니더라도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을 천주교 열사로 선정하고자 매년 심의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