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예비자 교리를 받고 있는 터라 미사가 어찌 진행되는지 아직 익숙지 않은 분들을 빼고는, 미사 참례를 하시는 분들은 모두가 이 예식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기는 한데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분들도 당연히 있겠지요. 하지만 능동이고 수동이고를 떠나서 미사 내내 신자들을 앉도록, 서도록, 성가를 부르도록 혹은 잠시 침묵 안에 머물도록 유도하는 전례상의 안내가 미사 내내 이어집니다.

역사적으로 교회는 신자들로 하여금 미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고해 왔지만, 성가를 열심히 부르라는 것, 마음가짐 등에 관한 것 외에는 그런 권고란 시각적으로 모호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미사 전례가 그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사제가 신자들을 향해 서서 미사를 드리게 되었고, 마주 봄으로써 제대를 중심으로 모두가 소통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즉, 예전에 라틴어로 미사를 드리던 시절 신자들은 자리에 앉혀 두고, 신자들에게는 등을 보인 채 거의 사제 홀로 미사를 드리던 분위기에서 탈피하였음을 보여 줍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전례헌장’ 48항은 “교회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이 신앙의 신비에 마치 국외자나 말없는 구경꾼처럼 끼여 있지 않고, 예식과 기도를 통하여 이 신비를 잘 이해하고 거룩한 행위에 의식적으로 경건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깊은 관심과 배려를 기울인다”고 언급하면서 미사에 관한 교회의 역할을 설명합니다. ‘구경꾼처럼’ 있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미사 보러 간다’는 미사에 대한 걸맞은 표현이 아니라 할 것입니다. 미사에 참여한다, 좀 더 정확히는 참례한다가 그 의미를 확실히 해 줍니다. 전례에 참여하는 것이니까요.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우선 인간들을 성화시킨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인간 성화는 우리가 그리스도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전례에 참여함으로써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하느님께 적극적으로 찬양을 드린다는 것을 뜻하게 됩니다. 그리고 신자들은 미사를 통해 그리스도교의 원천을 찾게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그분의 현존인 성체를 나누는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또한 전례를 함께 거행하는 것이 개별적이고 거의 사적인 거행보다 낫습니다.(전례헌장 27항 참조)

이처럼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보여 주는지를 염두에 둔다면, 실제로 미사에 참여하는 이들이 취해야 할 외적인 태도도 설정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전례 "거행 전체가 기품 있고 고상하며 간결하게 수행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미사 참여자들이 취하는 다양한 몸동작 중에 신자들과 관련된 것은 합장, 십자성호, 가슴 치기, 앉고 서고 무릎을 꿇고 절하는 행위 등입니다. 이런 동작들이 기품 있고, 고상하며 간결하게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개개인의 취향이 다양하겠지만, 모든 참석자들이 지켜야 할 통일된 자세는 거룩한 전례에 모인 그리스도교 공동체 구성원의 일치를 보여 주는 표지입니다.(로마미사경본총지침 42항 참조)

미사 중(특히 서 있을 때)에 여러분은 어떤 자세를 취하고 계신지요? 말장난을 좀 하자면, 손을 모으는 합장, 손을 모아 배에 얹어 놓는 배짱, 팔을 마주 거는 팔짱. 보통 이 세 가지 자세가 눈에 띕니다. 또, 손을 모으긴 하지만 늘어뜨린 채 계신 분들도 계십니다. 어떤 분들은 앞 열의 장의자 등쪽을 잡고 계시고요. 종종 미사 중에 팔짱을 끼고 서 계신 분도 볼 수 있습니다.

▲ 1월 1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열린 ‘세계 평화의 날’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강한 기자

이같이 각양각색의 자세 중에서 앞서 언급한, 모든 참석자들이 지켜야 할 공동체 구성원의 "통일된 자세"의 기준을 찾으시려면, 제대 위에서 전례를 주례하는 사제나 부제의 손모양을 따라하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명치 위쪽으로 단정하게 손을 모으고 있으면 그렇게, 팔을 늘어뜨리고 있으면 같이 팔을 늘어뜨리고, 배 위에 두 손을 모아 얹고 있다면 마찬가지로 따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또, 팔짱을 끼고 있으면 같이 팔짱을 낀 자세로 전례에 참여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 보면, 어떤 것이 전례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인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사제품을 준비하고 있을 때 전례학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제대 위에 서 있을 때와 제대 위에서 오갈 때 제발 가슴 위로 손을 모으고 있거나 천천히 움직이라고 하셨습니다. 무엇인가를 전해 주려고 한 손이 움직일 때도 나머지 한 손은 가슴 부위에 붙여 놓으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몸가짐에 정성을 담는 태도라고 하셨고, 전례가 어설프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회중으로 하여금 눈치를 못채게 하는 방법이라 알려 주셨죠. 매우 훌륭한 가르침이었으며 저는 여전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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