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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와 유민(流民)의 역사[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고리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골매마을에서 주낙 등으로 생업을 유지하고 있다. 골매마을로 이주하고 45년이 지난 지금은 다시 신암마을로 이주를 앞두고 있다. 핵발전소 건설은 어린 소년의 아름다운 삶을 혼돈으로 뒤흔들어 놓았다.ⓒ장영식

그는 유년시절을 고리에서 보냈다. 아름다웠던 고리에 핵발전소가 건설되면서 부모님을 따라 골매마을로 집단 이주했다. 그가 골매마을에서 정착한 지 45년이 흘렀다. 그 사이 원주민인 신리마을 사람들과 깊은 갈등도 겪었고, 그의 부모님을 비롯한 마을 어르신들은 세상을 떠났다. 생존하고 있는 어르신 중에는 치매 등의 질환으로 고리마을에서의 삶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분도 있다.

골매마을 사람들은 고향 땅을 바라보는 곳에서 땅을 가꾸고, 바다로 나가 생업을 유지했다. 해마다 정월대보름이면 새벽 1시에 사당에서 마을 제사를 모셨다. 고향을 등진 사람들끼리 모여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지만, 인심이 예전 같지는 않았다.

이 마을에 신고리핵발전소 3, 4호기가 건설되면서 골매마을 사람들의 집단 이주가 다시 거론됐지만, 집단이주지로 결정된 신암마을은 어업권 등의 생존권 문제로 원주민이 거세게 반발했다. 고리에서 집단 이주했던 골매마을 사람들과 신리마을 사람들은 신고리핵발전소 5, 6호기가 건설되면 모두 고향을 떠나야 한다. 다시 신암마을로 집단이주를 해야 한다. 그가 신암마을로 집단이주를 하게 되면 생업인 주낙은 포기해야 한다. 어업권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그의 깊고 깊은 까만 눈망울과 거친 손은 한국의 핵발전소 건설사와 함께 했던 마을 원주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가 이주해야 할 신암마을은 이미 신고리핵발전소 7, 8호기 건설이 예정된 곳이다. 신고리핵발전소 7, 8호기가 건설된다면, 그와 마을사람들은 다시 이주해야 할 형편이다. 한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바다로부터 밀려나는 유민의 삶이 계속되는 것이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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