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교리성과 LCWR 공동보고서 발표

▲ 지난 4월 16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는 LCWR 대표단.ⓒ<로세르바토레 로마노>

교황청 신앙교리성과 미국 여성수도자 지도자회의(LCWR)가 4월 16일 공동보고서를 내고, 지난 3년간 교황청이 진행해 온 LCWR에 대한 개혁 작업이 끝났으며, LCWR 회원들은 교항청이 촉구한 교정사항들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LCWR이 심각한 교리적 일탈 등을 보이고 있다는 미국 내외 여러 주교들의 고발에 따라 4년에 걸쳐 조사를 벌인 끝에 2012년에 피터 사틴 대주교(시애틀 대교구) 등 3명의 주교를 임명해 최대 5년에 걸쳐 LCWR의 전면 개조를 도울 임무를 줬다. 당시 신앙교리성 장관은 미국인인 윌리엄 레바다 추기경이었다.

당시 교황청은 4년에 걸쳐 LCWR을 조사한 끝에 낸 이 평가보고서에서, 이들이 교리적 위기 상태에 있으며, 동성애와 성사적 사제직, 그리고 그리스도의 신성 등에 대한 교회 가르침으로부터 멀어질 걱정이 있다고 했다. 또한 이들이 제시하는 수도생활의 비전이 가톨릭 신앙과 어울리지 않으며, “교도권의 역할을 거의 존중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한 교황청은 이와 별도로 교황청 순시자(감찰관)를 파견해 미국의 전체 수녀회에 설문지를 보내고 여러 수도회를 방문하며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LCWR은 미국의 많은 수녀회가 공개토론을 통해 공동 의사결정을 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러한 것이 잘 이해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신앙교리성 장관 게하르트 뮐러 추기경은 보도자료를 통해 “신앙교리성은 LCWR이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에 중심을 두고 교회의 전통에 뿌리를 둔 수도생활의 비전을 함양함으로써 회원 수도회들을 지원할 자신의 소명을 명백히 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공동보고서는 그간의 과정을 일종의 협력으로 묘사하면서, “우리의 폭넓은 대화는 기도의 정신과 교회에 대한 사랑, 상호 존중과 협력으로 이뤄졌다. 대화는 서로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4년 전의 격렬한 비난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LCWR의 출판물과 활동이 교회 가르침에 충실하도록 보장하는 문제였다. LCWR은 자신들이 내는 출판물은 공식적인 신학이라기 보다는 영적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독자층이 가톨릭 신자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성과 신학 사이의 긴밀한 연계”가 있고 여성 수도자로서 잘 성장하여야 하기 때문에 LCWR은 모든 출판물이 “올바른 교리적 기초를 필요로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를 위해 모든 원고는 “합당한 신학자들이” 검토하게 된다. 또한 집회 주제와 연사들은 “기도하고, 사려 깊고, 식별하는 자세로” 고르게 된다. 미국 수녀회들은 물론 내부에 많은 훌륭한 신학자 수녀들을 갖고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16일자 기사에서 교황청이 예상되었던 것보다 2년 앞서 갑자기 일을 마무리지었다면서, 이로써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교황인 베네딕토 16세 시절에 시작되어 미국 신자들 사이에 분노를 일으킨 이 일에 한숨 돌리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9월에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세계가정대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년의 재임 기간 중에 교회가 교리경찰 노릇을 하는 데보다는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에게 자비와 사랑을 보여 주는 데 더 관심을 가져 왔으며, 그간 조사를 받던 수녀회들이 바로 이런 일을 오래 열심히 해 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공동보고서가 발표된 뒤 LCWR을 대표한 수녀 네 명은 바티칸에서 교황과 만났다. 이날 면담은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렸는데, 이에 대해 한 관측통은 “이것은 교황으로서는 엄청나게 긴 시간을 쓴 것”이라면서, 그간의 조사에 대한 사과의 뜻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간 미국 수녀들과의 분규에 대해 한번도 공개 발언한 적이 없으나, 교회 안에서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내는 일과 남녀 수도자들이 지닌 가치에 대해 여러 차례 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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