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시노드 관련

독일 가톨릭교회가 “로마의 지부”인지를 놓고 고위 성직자들 사이에 공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주교회의 의장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뮌헨-프라이징 대교구)은 지난 2월 25일 주교회의 총회 뒤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로마의 지부가 아니다. 각 주교회의는 자신의 문화적 상황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사목 활동에 책임을 지며 자신의, 고유한 방식으로 복음을 전해야만 한다. 우리는 혼인과 가정에 대해 이곳의 사목 방침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올 10월에 열릴) 시노드가 정해 주기를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오는 10월에 열리는 세계 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에 참석할 독일교회 대의원 3명 가운데 한 명이다. 그 뒤 또한 시노드 대의원인 프란츠-조셉 보데 주교(오스나브루크 교구)는 동감을 표시하며, 이번에 열리는 가정 시노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이며 “패러다임 변화”라면서 “인간과 세상의 현실”이 신학적 이해의 한 원천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그리스도와 영성체, 비센테 후안 마시프.(16세기)
이에 대해 파울 코르데스 추기경은 3월 7일 가톨릭 신문인 <타게스포스트>에 실은 편지에서 이들의 의견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는 전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의장이다. 그는 지난 2월의 기자회견은 가정 시노드에 대해, 그리고 특히 이혼자와 (교회법이 아니라 국법에 따른) 재혼자 일부에게 영성체를 허용해 주자는 발터 카스퍼 추기경의 제안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문제는 ‘새 해결책’이나 ’문을 연다’와 같은 아름다운 말들로 표현돼 있다”고 썼다. 카스퍼 추기경도 독일인이다.

그는 마르크스 추기경의 발언이 신학적으로 모호하며, 특히 “로마의 지부” 같은 표현은 술집에나 더 어울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의 독일 교계제도가(즉 다른 주교들이) 세속화 흐름에 맞서는 일을 전혀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서, 서부 독일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최근의 조사 결과 오직 16퍼센트만 하느님을 인격적 존재로 믿는다는 사실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연결시켰다.

코르데스 추기경은 독일 주교회의 의장이라면 성가집의 제2판이나 순례길 변경 같은 문제에는 일정한 권한이 있겠지만, 혼인 같은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노드가 정해 주기를 기다릴 수 없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주교로 서품받을 때 “베드로의 후계자(교황) 밑에서 (세계) 주교단과 일치”하겠다고 공개 약속한 것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보데 주교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결과물인 “기쁨과 희망”(사목헌장)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인용한 데 대해, 공의회 교부들은 “기쁨과 희망”에서는 “참으로 인간적인 것은 무엇이든 신자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하면서도 같은 공의회 문헌인 “하느님의 말씀”(교의헌장)에서 “성경과 교도권”만을 신앙의 원천으로 결론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이들이 이혼하고 재혼한 이들이라는 소수의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는데, 교회 안에는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충실히 믿으며 이를 지켜 재혼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면서 오는 10월에 열리는 가정 시노드가 이들을 눈여겨보기를 바랐다.

한편, 카스퍼 추기경은 며칠 전 자신의 책 “교황 프란치스코의 다정함과 사랑의 혁명” 출판기념회에서 “싸움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에 성령의 인도를 바라는 모두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살아 있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굳어진 전통이 아니라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하고, 오는 10월의 시노드에서는 대의원 대다수가 공통의 해답을 찾기를 바랐다.

그는 “자비는 계명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계명”이라고도 했다. 한편, 카스퍼 추기경은 주교시노드에 의한 결정, 즉 “공동합의성”(synodality)은 교황권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듣는 폭을 넓힘으로써 보완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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