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사목방문 환영행사 지양

주교가 집전하는 견진성사를 앞둔 성당. 미사 시간을 앞두고 주차장에 주교가 탄 검은 중형차가 도착하고, 주임신부를 비롯해 본당 신자 대표들이 박수로 주교를 환영하며 꽃다발을 전달하는 모습은 한국 천주교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기간 중 보여 준 소탈한 모습이 가톨릭 신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가운데, 몇몇 교구에서는 견진성사나 사목방문(사목순시)을 위해 주교가 본당을 방문할 경우 관례처럼 굳어져 있는 환영행사가 더 소박해지거나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11일 마산교구 추계 사제총회에서는 교구장 안명옥 주교가 성당에 환영 현수막을 내걸고 꽃다발을 증정하는 식의 주교 방문 환영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산교구 미디어국장 황인균 신부는 11월 2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통화에서 “주교님이 견진성사 등으로 성당에 가면 신자들이 도열하거나 꽃다발을 드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 안명옥 주교가) 고맙지만 안 해도 괜찮고 환영도 간소하게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밖에도 안명옥 주교는 성당에서 환영 현수막을 걸거나 주교만을 위해 따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을 사양하겠다고 했다. 황인균 신부는 “꽃다발이나 현수막도 돈이 드는 것이고 한 번 쓰고 버리게 되기 때문”이며 “주교님만 특별히 다른 음식을 드리는 것은 사양하고 신자들과 함께 식사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 작은 차 탄 교황. 지난 8월 15일 대전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쏘울'을 타고 있다. (사진 제공 = 교황방한위원회)

11월 19일 의정부교구 사제총회에서도 비슷한 권고가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정부교구 문화미디어국장 김성수 신부는 11월 2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주교가) 사목방문이나 견진성사를 위해 성당에 갈 경우 관례화된 환영행사가 있다”면서 “(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본당에서 굳이 안 해도 되는데 꼭 해야만 하는 것처럼 관례화된 환영행사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김 신부에 따르면 이러한 요청은 이기헌 주교가 10월 말 교구청 회의와 사제평의회에서도 이미 했던 것이었고, 11월부터 각 본당으로도 전달됐다.

한편 김성수 신부는 사제총회 중 “신자 입장에서는 주교와 자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환영행사를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섭섭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기헌 주교는 신자들이 진심으로 준비하는 소박한 환영행사까지 말릴 수는 없지만 관례로 만들지는 말아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김 신부는 전했다.

서울대교구의 본당 사목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한 신자는 11월 2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인터뷰에서 “견진성사의 경우 그 주인공은 성사를 받는 신자들이어야 하는데, 본래적 의미는 사라지고 손님맞이만 도드라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신자들이 주교를 만날 기회가 흔하지 않으니 관심을 갖는 것이 이해가 된다면서도, 지나친 ‘호들갑’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천주교주교회의는 2014년 추계 총회를 마치며 담화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담화문에서 주교들은, ‘먼저 찾아 나서면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 ‘사치한 생활 청산’, ‘자신의 가진 바를 나누고 프란치스코 통장에 기금을 마련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용할 것’, ‘여러 지역 교회의 쇄신 여정에서 종합되는 열매를 주교회의 차원에서 수합하여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것’ 등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이 추계총회를 끝으로 주교회의 의장 임기를 마친 강우일 주교(제주교구)는 이달 중순 한 강연에서 주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 대한 소감과 가난한 교회가 되자는 그의 메시지 실천 방안을 토의한 끝에, 주교회의가 어떤 슬로건을 내세우기 보다는 각 교구가 먼저 실천하고 이를 모아내는 식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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