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교회 쇄신 방향 강연
“주교회의가 먼저 슬로건을 내거는 것은 너무 구시대적인 방법입니다. 아래로부터 올라오도록 각 교구가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가지고, 교황께서 주신 가르침에 따라 우리 본당, 교구가 살아가려면 무엇이 가장 좋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그것을 드러내면 좋겠는가, 모든 교우분들이 진지하게 찾아보기로 했어요.”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는 11월 17일 서울 예수회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지속적 교회쇄신으로 이어가기 위해 주교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또 주교회의 2014년 추계 총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가’ 묻는 청중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 총회를 끝으로 주교회의 의장 임기를 마친 강 주교가 “제가 의장으로서 마지막으로 한 게 그것입니다”라고 말하자 참석자 350여 명 사이에 웃음이 번졌다.
강우일 주교는 “한 마디로 주교님들이 모두 공감하고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자’는 것”이라며 “그런 공통된 인식을 우리가 공유했다”고 말했다.
또 강 주교는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교회의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주교들이 구체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교구에 내려보내 ‘이렇게 하시오’ 하는 것보다는, 모든 교우들이 교황께서 한국에서 한 강론들을 들었고 그분의 움직임을 봤으니 교우 한 분, 한 분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기 위해 교구 차원에서 행동에 옮기고, 그걸 주교회의에서 보고 전국적인 공통 행동 과제를 만든다거나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주교회의 총회에서 논의된 내용이라고 전했다.
강우일 주교는 먼저 주교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논하며 ‘운전기사를 두지 않겠다’고 선언한 주교가 있었으며, ‘매월 장부를 0원으로 만들겠다’고 한 주교도 있었다고 소개하며, “우리가 공통의 캐치프레이즈(구호)를 내걸기보다는 각자가 알아서 그런 정신을 살도록 하자는 정도로 마무리가 지어졌다”고 말했다.
앞서 주교회의는 2014년 추계 총회를 마치며 담화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담화문에서 주교단은, ‘먼저 찾아 나서면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 ‘사치한 생활 청산’. ‘자신의 가진 바를 나누고 프란치스코 통장에 기금을 마련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용할 것’, ‘여러 지역 교회의 쇄신 여정에서 종합되는 열매를 주교회의 차원에서 수합하여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늘 강우일 주교의 강의는 지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한 달 뒤인 9월 15일부터 예수회가 ‘새로운 길 - 교황 프란치스코’를 주제로 매주 진행해 온 특별강좌의 마지막 회였다.
이날 강의에서 강 주교는 ‘새로운 사태’(1891년, 레오 13세)부터 ‘진리 안의 사랑’(2009년, 베네딕토 16세)에 이르는 교황 회칙의 내용과 시대적 배경을 소개하고, 그 연속선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 내용을 한국 사회 현실과 대조하며 설명했다.
특히 강 주교는 교황의 ‘낙수효과’ 비판을 소개하며, 최근 한국이 연이어 타결을 선언하고 있는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실제로 골고루 부가 사회에 확산되고 나누어졌다는 사례는 아직 아무 데서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오히려 그 피해가 엄청난 사례는 여기저기서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또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고등법원 해고무효소송에서 노동자들이 승소했기 때문에 노동자 25명의 죽음과 희생이 보상받았다고 그들이 기뻐했는데, 그것을 송두리째 뒤집어엎은 대법원의 판결로 해고노동자들과 유가족은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판사님들이 인간에 대한 경외심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었다면 그런 판결은 못 내리지 않았을까” 하고 안타까워했다.
강 주교는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면서, 그 복음을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오늘의 세상을 주도하고 이끌어가는 메커니즘의 어디가 잘못됐는지를 끊임없이 주시하면서 그것을 지적하고 항의하고 호소하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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