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주일 담화 - 활동가들, “교회 내 노동자, 쌍용차 언급 없어 아쉽다”

“세상의 빛과 소금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자성합니다.”

천주교가 지내는 인권주일(12월 7일)과 사회교리주간(12월 7-13일)을 앞두고 11월 25일 내놓은 담화문에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교리를 가르쳐야 할 교회의 임무 수행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이와 함께 유 주교는 교회가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할 것이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미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 2013년 2월 살레시오 청년대회에 참석한 유흥식 주교.ⓒ강한 기자
담화문에서 유흥식 주교(대전교구)는 신자들이 부모, 남편, 상사, 소비자, 성직자, 수도자, 영향력 있는 평신도로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자기 이익과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대하지 않았는지 살펴보자고 제안했다.

또 유 주교는 세월호 참사는 한 기업과 당국의 문제만이 아니라며, 2014년은 “원칙을 지키고 신앙과 윤리적 가르침을 따라 사는 것을 주저했던 우리 모두가 ‘미안하다’며 자기 가슴을 치며 보낸 한 해”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정부의 임무를 등한시한다면 비판의 소리를 높일 것이며, 부정과 비리를 촉진하는 그 어떤 움직임에도 분연히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천주교 내 인권, 정의평화 분야 활동가들은 인권주일 담화문에 대해 공감하고 감사하다면서도, ‘현장성’ 면에서 조금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의 권오광 상임대표는 11월 26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를 인권과 연결시켜 구체적인 참여를 말한 데 대해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대표는 “가톨릭중앙의료원(CMC)을 비롯한 교회 내 해고자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이 훼손되는 데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 강정마을, 용산, 쌍용차, 밀양 등 국가권력으로 인해 인권이 훼손된 많은 현장에 대한 내용이 좀 더 적시돼야 하지 않을까” 물으며, 인권주일 담화문에 현장의 목소리가 더 들어가면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은주 활동가는 인권수호를 교회의 의무로 표현한 담화문이 고맙다면서, “아쉬운 것은 최근 쌍용차 노동자들의 해고에 문제가 없다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세세하게는 아니더라도 좀 더 언급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 세월호참사 당시 구조 현장의 모습.(사진 출처=www.flickr.com)
강 활동가는 “담화문 후반부에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정부의 임무를 등한시한다면 비판의 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한 데 맞춰, 법리나 세상의 이득을 좇아 판단하는 법원과 교회는 큰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더 구체적이고 확고하게 말씀해 주셨다면 좋았겠다”고 덧붙였다.

천주교는 인권이 유린되는 현실에 대한 우리 사회와 신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82년부터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지내고 있다. 올해는 12월 7일이다.

사회교리 주간은 주교회의 2011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대림 제2주간에 지내는 것으로 제정돼 이번으로 네 번째다. 올해 대림 제2주간은 12월 7일부터 13일까지다.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주교는 2014년 10월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새 정의평화위원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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