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C 25년, 평신도와 공동체 살펴

한국CLC가 25년을 맞아 평신도 양성의 길을 다양하게 탐색했다.

평신도 단체인 CLC(Christian Life Community)가 25일 25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마련한 이번 좌담회에는 한국CLC를 비롯한 예수살이공동체, 포콜라레 등 평신도공동체 대표들이 모여 각 공동체가 평신도 양성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과 활동을 공유했다. 또 주교회의 산하 한국 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전원 신부가 본당 소공동체 사목의 방법과 필요성에 대해 나눴으며, 한민택 신부(수원교구)가 평신도 양성에 대한 신학적 근거를 밝혔다.

먼저 한민택 신부는 평신도 양성의 근거이자 이유를 ‘계시 헌장’에서 찾았다. 한 신부는 교회 문헌이나 공의회에서 제시하는 평신도 상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을 경계하면서, 신앙인 각자가 인격적 주체로 깨어나고 성장한다는 것은 “교육이 아닌 삶의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신부는 “신앙의 성장은 계시에 대한 이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면서, 계시란 하느님 자신이 어떤 분인지를 역사 안에서 남김없이 보여주는 것이고, 양성은 교육이나 단순한 전달을 넘어 삶 안에서 살아있는 삼위일체를 만나고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 지난 25일 열린 '평신도 양성을 위한 좌담회'.ⓒ정현진 기자

둘째 발제를 한 고영선 한국CLC 사무처장은 한국 교회 평신도는 한국 사회의 천민자본주의, 개인화와 같은 현상으로 세상을 살피기보다는 세상에 눌리거나 휘둘리고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평신도들은 성사생활을 지키고 착하게 사는 것을 신앙생활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고, 자기 정체성을 모르거나 율법에 순응하는 것이 신자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파악했다.

고 사무처장은 평신도 양성의 중심점을 친교와 사명으로 요약했다. 그는 친교와 사명을 위한 훈련의 장, 양성의 모태로서 공동체를 강조하고, 어두운 세상 속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영적, 인간적으로 동반할 몫이 바로 공동체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체는 단순히 모여 있는 집단과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평신도 양성에서 중요한 영적 수련, 사명, 공동체적 삶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 좌담회를 경청하는 참석자들.ⓒ정현진 기자
토론에는 전원 신부, 이상윤 포콜라레 서울 대표, 경동현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한민택 신부, 고영선 사무처장 등이 참여했다. 경동현 소장과 이상윤 대표는 자신의 성소가 무엇일까에 대해 질문하는 순간, 그리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때로는 갈등을 겪으면서 자신의 신앙이 성숙해 가는 체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다양한 고민과 체험의 근본에는 “왜, 무엇을, 어떻게...”라는 신앙 안에서의 질문이 있었다면서, 신앙 안에서 질문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강조했다.

전원 신부는 “본당 구역과 반 중심의 소공동체는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을 초대하는 장이며, 기초 교회를 위한 공동체”라고 설명하면서, “소공동체 활성화가 중요한 것은 교회가 구체적인 사명을 실현하기 위한 영적인 기반, 뿌리로부터의 동력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신부는 “복음이 ‘소비’되는 상황에서 소공동체를 통해 가난한 이들을 초대하고, 신자들이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일하고 성장하는 구조, 스스로 공동체를 지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동현 소장은 교회 내적 공동체, 본당 공동체가 중요하지만, 때로는 대안 공동체와 대안 시민운동이 교회 밖에서 보다 활성화되는 것을 본다면서, “교회 내의 공동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회 밖 공동체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고 사무처장은 마지막으로 평신도가 증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그리고 양성을 위해 공동체가 중심에 두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했다. 그는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증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과 요청을 알아듣는 식별력“이라고 강조하고, 식별력을 갖기 위해 기도와 성찰 그리고 현대 사회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각 공동체간의 네트워킹이 요청된다면서, ”하나의 공동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으므로 각 공동체가 가진 빛을 나누고 협력함으로써 더 크게 응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