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삼두 글·그림, <알로이시오 신부>, 가톨릭출판사, 2014

“상위 5퍼센트의 부자 생활을 하는 성직자가 어떻게 하위 5퍼센트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벗이 될 수가 있단 말인가!”

 
부유한 미국 교회 성직자들의 현실에 실망해, 고향을 떠나 1957년 가난한 한국에 와 가난한 이를 위해 자신을 바친 알로이시오 휴월츠 신부의 삶을 그린 책 <알로이시오 신부>가 출간됐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당시 부산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였던 송도 성당에서 사목을 자원했다. 후에 아프리카 톤즈에서 사랑을 실천한 이태석 신부가 다녔던 성당이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이태석 신부가 알로이시오 신부에게서 받았던 사랑을 아프리카 수단에서 그대로 실천했다고 말한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하게 지내는 아이들을 보고 보육원을 만들고, 보육원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준 ‘마리아 수녀회’라는 수도 공동체를 탄생시켰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마리아 수녀회’에 보전된 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그가 당시 가난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을 어떻게 구출했는지 잘 보여 준다. 보육원은 ‘소년 소녀의 집’으로 발전해 졸업생이 2만여 명에 이른다.

또한 루게릭병으로 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은 후에도 필리핀과 멕시코에 ‘소년의 집’을 설립해 끝까지 “하느님께 자신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 놓는” 삶을 살았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막사이사이상, 마더 데레사상을 받았고, 노벨 평화상 후보에 두 번 올랐다. 바티칸은 그를 존경받는 사제에게 주는 고위 성직자 호칭 ‘몬시뇰’로 임명했다.

<알로이시오 신부>의 저자는 선비들이 여흥으로 그리곤 하던 문인화의 전통을 잇고 있는 ‘글쟁이 화가’ 하삼두 씨다. 평소 매일 글과 그림을 그리며 문학과 그림, 삶과 종교를 아우르는 삶의 여정을 기록하는 그의 태도는 알리오시오 신부의 삶과 어울려 책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 책은 필리핀, 멕시코, 브라질 등으로 확장된 알로이시오 공동체를 염두에 두어 한글과 영문이 함께 표기돼 있다. 그림과 한글, 영문 텍스트가 적절히 활용돼 청소년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가을의 끝자락, 알로이시오 신부를 통해 가난한 이를 위한 삶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본다면 따뜻한 겨울을 맞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초라한 그의 유품 진열대의 물건들은 나그네의 소지품이 어떤 것들이어야 하는지를 말없이 이야기해 주고 있다. 손잡이가 달린 냄비, 토스트기, 오래된 타자기, 삐걱이는 나무 의자, 서류 작업과 식탁을 겸한 작은 탁자, 소파를 겸한 나무 침대, 제의와 운동화, 그리고 평생을 입은 검은 양복 한 벌과 평생 동안 굽을 갈아 신은 낡은 구두 한 켤레…….”(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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