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연중 제26주일) 마태 21,28-32

이번 달부터 매달 둘째, 넷째 주 '지금여기 강론대'는 최성영 신부가 맡습니다. 최성영 신부는 현재 예수회에서 성소 담당, 청년 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관점이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가 그른가를 떠나 나름의 생각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어떤 대상을 이렇게 생각하다가 다르게 생각하는 것, 즉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늘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보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만 강요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도 신자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민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하달하는 이도 있습니다. 때론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며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가기보다 더 고착되기도 합니다.

▲ 멜론과 포도를 먹는 두 아이.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1646)
오늘 복음에 나오는 두 아들 중에 맏아들은 포도밭에 일하러 가기 싫었지만 ‘생각을 바꾸어’ 일을 하러 나갔고, 다른 아들은 일하러 가겠다고 말은 했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모르지만 맏아들은 처음에는 일하러 가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들은 곰곰이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무엇 때문에 일하러 가기 싫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내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포도밭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오늘 복음은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하신 비유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하느님의 백성을 돌보고 당신의 백성들이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할 소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습니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마태 21,31)고 직격탄을 날리시지만 이들은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이들은 “하늘 나라의 문을 닫아 놓고는 사람들을 가로 막아서서 자기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들어가려는 사람마저 못 들어가게”(마태 23,13 참조) 했습니다.

당시 수석 사제들이 오늘날 성직자, 특히 고위 성직자를 의미하고, 백성의 원로들이 이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영역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어른이라면 과연 이들은 자신의 소명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교회 공동체에서는 지난 8월, 한국을 다녀가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남기신 메시지를 살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 교회의 어른들은 고민하시겠지요.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논하기에 앞서서 ‘교회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성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에 있는가를 알아야만 앞을 향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쇄신하기 위한 목록을 만들어 제시하기에 앞서 지금 교회의 성직자(고위성직자)들이 주님의 포도밭에서 본연의 소명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일하겠다고 대답은 하였지만(사실 모두가 대답을 했습니다) 다른 일을 하고 있거나, 주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품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정직하게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아가 우리의 삶은 그저 교회 공동체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반 복음적인 현상들에 대해 과연 교회는 예언자적 소명을 충실하게 해 왔는가를 반성해야 합니다. 생각의 변화는 자기성찰에서 출발합니다. 생각의 뿌리가 바뀌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개인 차원에서 나의 생각을 주님의 생각으로 바꾸어가는 실천적인 방법이 있다면 “의식 성찰”이 있습니다. 이는 하루를 마치면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가를 돌아보는 기도이자 내적 작업입니다. 의식 성찰은 빛을 청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즉 하느님의 빛으로, 당신의 마음으로 내 하루의 여정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내 삶을, 그리고 나와 관계 맺으며 일어나는 일들, 우리 사회와 이 세상을 나의 시선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럼으로써 나의 한계, 고착된 나의 생각을 넘어설 수 있게 합니다. 그러기에 의식 성찰은 ‘새로운 관점을 부여받는 기도’라고 합니다.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변화를 원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변화는 자신의 생각을 버려야하고 때론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바꾸는 것은 때론 자신의 약함을 받아들이는 일이고, 자신의 한계와 가난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약함을 통해서 하느님께 나아갑니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한계에 부딪쳤을 때, 실패를 통해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 드렸을 때, 그때서야 하느님은 우리 안에서 당신의 힘을 보여 줍니다. 앙드레 루프(시토회 아빠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령은 우리가 얻어맞아 완전히 부서질 때, 우리 스스로 쌓아올린 담들, 성채들, 업적들이 부서져 무너질 때,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 변화의 시작은 바로 생각을 바꾸어 나를 넘어서는 일이며 이전까지의 사고의 틀을 깨뜨리는 일입니다. 회심의 은총입니다.
 

 
최성영 신부 (요셉)
예수회 성소 담당, 청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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