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사목 현장 체험 프로그램...소공동체, 사회복지시설, 새만금 현장 등 찾아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가 마련한 주교들의 사목 현장 체험 프로그램이 지난 5월 29일과 6월 11일~12일에 걸쳐 진행됐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사목 현장 체험 프로그램’은 지난 해 6월 ‘교회의 세속화와 쇄신’을 주제로 열린, 주교 연수 때 결의된 것으로 사목 현장을 직접 보고, 들으며 현장성 있는 사목을 위해 마련됐다. 이번 프로그램은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사회복지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가 각각 준비했으며, 19명의 주교들이 세 현장 중 하나를 선택해 참여했다.

이번에 세 위원회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은 청주교구 성모꽃마을 사회복지시설체험(5월 29일, 사회복지위원회), 서울 대방동 성당 소공동체 사례 탐방(6월 11~12일, 복음화위원회), 전북 새만금 현장 방문(6월 12일, 정의평화위원회)이다.

▲ 6월 11일 서울 대방동 성당에서 열린 소공동체 탐방 프로그램. 대방동 신자들을 비롯해 소공동체에 관심을 갖는 타 본당 신자들도 참여해 경청했다. ⓒ정현진 기자

이 가운데 본당 소공동체 사례 탐방은 강우일 주교, 이기헌 주교, 조규만 주교, 정순택 주교 등이 참여한 가운데 6월 11일과 12일 양일간 서울 대방동 성당(주임 박기주 신부)에서 진행됐다.

서울 대방동 성당은 만 4년 째 ‘통합사목으로써 말씀 중심으로 하는 친교 공동체와 복음화’를 지향하며 ‘말씀터’라는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성경통독과 나눔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4월 현재, 대방동 성당 소공동체 ‘말씀터’는 각 구역과 반 모임을 기반으로 남성팀, 여성팀, 가족팀 그리고 연령대별, 본당 내 역할별 등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예비자교리반과 견진교리반 역시 말씀 공부로 10개월 간 이뤄진다. 현재 대방동 성당 말씀터는 총 209팀에서 1479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384명이 증가한 수로 미사참석자의 42%에 달한다.

대방동 성당 신자들은 각 구역과 반 기반으로 형성된 ‘말씀터’에서 활동한다. 이중 일부 신자들은 구역 모임이나 반 모임 외에도 청년 말씀터나 3-40대 말씀터, 가족 말씀터, 유치원 자모 말씀터 등 각자에게 해당되는 소공동체를 병행하기도 한다.

먼저 6월 11일은 대방동 성당 소공동체 참여자들을 비롯한 타 본당 신자들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대방동 성당 소공동체 내용과 현황을 공유했으며, 이튿날에는 발표내용, 주교들의 소공동체 모임 참가 소감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첫날인 6월 11일, “대방동 본당 공동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리고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어떤 신앙 공동체를 살 것인가에 대해 말해 달라”는 강우일 주교의 요청에 따라 대방동 본당 소공동체의 역사, 현황 그리고 의미에 대해 전달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박기주 신부는 소공동체 운동의 의미에 대해 “말씀이 없으면 교회가 설 수 없다. 하느님 말씀이 복음화의 원동력이며, 말씀을 통하지 않고서는 영적 성장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말씀터는 신앙생활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터전, 못자리와 같습니다.”

박 신부는 성경은 공부의 대상이 아니며 말씀을 듣고 느끼고 살아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씀을 통해 생활하는 틀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나 많이 참여하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역과 반을 중심으로 말씀터가 자리를 잡고, 냉담자와 새 신자들이 말씀을 통해 공동체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대방동 성당 소공동체 '말씀터'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박기주 신부. ⓒ정현진 기자

풀뿌리같은 ‘말씀터’로 이루는 통합적이고 유기적 신앙 공동체

대방동 성당에서 본당 신문 기자로 활동하는 이인숙 씨는 흩어지고 자리를 잡지 못하는 교우들을 말씀터가 이끌어내고 있다면서, “처음 출발은 미약했지만, 지난 4년 간 서서히 그러나 근본적으로 본당 공동체와 신자들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주 신부 역시 “처음 부임했을 때, 본당 신자들은 영적으로 메말라 있었고, 구역장들조차 패잔병 같았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신자들이 말씀에 젖어들며 신앙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방동 본당 사목위원은 “말씀터를 통해 신앙이 삶의 우선순위가 되고, 신앙을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면서, “세속보다는 주님의 뜻과 말씀을 따라 살겠다는 마음,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 확인, 주님의 뜻에 맞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특히 주변의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을 매주 모임에서 끌어내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날 발표가 끝난 후, 네 명의 주교들은 각각 말씀터 탐방에 나섰다. 남성 말씀터, 가족 말씀터, 구역 말씀터 등을 방문한 주교들은 다음날인 12일 본당 소공동체 담당자들과 모여 소감을 나눴다.

남성 모임에 참여한 조규만 주교는 말씀터 모임을 통해 느낀 기쁨을 고백하면서 “소공동체의 어려움 때문에 사제들이 주저하고 고민하고 있지만 이런 가능성을 통해 생각과 태도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 본당에서 특수한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는 경우, 본당 사제가 바뀌었을 때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의 문제도 함께 봤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두 가족이 함께 모인 가족 말씀터를 방문한 정순택 주교는 부모들이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들과 함께 성경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하면서, “어린 자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격려하는 분위기 자체가 커다란 신앙의 나눔이자 훌륭한 가정교육의 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기헌 주교는 노인 말씀터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이기헌 주교는 참가자들에게 “이 공동체를 다른 교구와 본당에 어떻게 자랑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해 “처음에는 성경을 읽는 것 자체가 힘들었지만, 말씀의 맛을 들였고 장님이 눈을 뜨는 것 같은 느낌이다. 또 냉담자나 비신자들에게 말씀을 전하게 될 수 있게 됐고, 친교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구역 말씀터를 방문한 강우일 주교는 병과 사고, 어려운 경제적 상황 등을 겪으면서도 지치지 않고 모임을 지속해온 신자들을 보면서, “말씀과 함께 살려는 각오와 확신, 말씀이 삶에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 정순택 주교가 방문한 가족 말씀터 모임. (사진제공/서울 대방동 성당)

▲ 소공동체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교들. (왼쪽부터) 조규만 주교, 이기헌 주교, 강우일 주교, 정순택 주교. ⓒ정현진 기자

소공동체, 진정한 그리스도 공동체가 되려면 본당을 넘어 변두리로 나가야

강우일 주교는 서울대교구와 제주교구에서 소공동체 운동을 추진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 놓으면서, “소공동체가 활성화되려면 본당과 교구 전체가 소공동체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하며, 사목구조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교구의 소공동체 운동은 비교적 큰 무리 없이 이뤄져,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자유로워지고, 교구 전체의 영성적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소공동체가 진정한 그리스도 공동체가 되려면, 내부와 우리끼리의 담을 넘어서 관심과 행동의 반경을 넓혀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강우일 주교)

강우일 주교는 이번 소공동체 사목 체험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하면서, 소공동체가 구성원이나 본당 차원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면서, “세상을 향한 시선과 관심, 연민을 갖고 그리스도 공동체로 나가야한다”고 당부했다.

강 주교는 친교의 공동체 안에서 기쁨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자신 역시 기뻤다면서도, “구성원들 간에는 공동체와 친교가 이뤄지고 있지만, 관심과 시선이 우리 공동체, 본당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안에 있는 기쁨과 행복한 열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예수님이 부활한 후, 갈릴레아에서 다시 만나자고 한 것은 그곳이 변방이기 때문이었고 곧 우리 삶의 방향을 말씀하신 것”이라면서, “밖으로, 변두리고, 거리로 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과 문제를 겪겠지만, 그런 문제없이 조용한 공동체보다 어려움을 겪는 공동체를 예수님은 몇 만배 더 좋아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함께 진행된 사목 현장 체험은 5월 29일 청주교구 성모꽃마을 사회복지시설체험(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와 6월 12일 새만금 현장 방문(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이다.

▲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가 마련한 성모꽃마을 방문에 나선 조환길 대주교.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를 함께 돌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천주교주교회의)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마련한 새만금 현장 탐방. 참가한 주교들이 새만금 개발 사업 내용과 그 결과에 대한 전주교구 문규현 신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천주교주교회의)

청주교구 호스피스 시설인 성모꽃마을을 방문한 주교들은 호스피스 환자들의 식사 배식과 보조를 시작으로 치유 환자와의 만남, 목욕 봉사와 산책, 침상 정리 등을 체험했으며, 조환길 대주교, 장봉훈 주교, 최기산 주교, 김운회 주교, 유수일 주교 등이 참석했다.

또 ‘새만금 현장 방문’에는 정평위원장 이용훈 주교를 비롯해 유경촌 주교, 이성효 주교, 김희중 대주교, 김지석 주교, 박현동 아빠스 등 10명의 주교가 참가했으며, 환경 전문가와 어민들을 만나 새만금 사업에 따른 생태 교란과 환경파괴, 어민들의 생존권 침해 상황 등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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