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의 천주교 열사 합동추모미사 봉헌

 ⓒ정현진 기자

시대의 불의를 죽음으로 거슬렀던 19명의 천주교 열사 합동추모미사가 5월 2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봉헌됐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서울대교구가톨릭대학생연합회 등 10개 단체가 함께 마련한 이날 미사에는 열사들의 유족과 지인을 비롯한 50여 명의 사제와 신자, 시민들이 참석했다.

“요즘 ‘의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리’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입니다.”

이날 미사 강론을 맡은 이상윤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천주교 열사들이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의리’를 보여준 것처럼, 우리 역시 그들을 추모한다면 사람과 세상, 하느님에 대한 의리를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면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는 오늘의 말씀을 통해 우리는 찢겨나가는 가지가 아니라 ‘나무’로 존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신부는 세월호 참사로 깊은 슬픔을 겪고 있지만, 살아있는 가지가 찢겨나갈 때, 함께 깊이 상처받는 나무처럼 그들의 아픔을 우리의 아픔으로 겪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윤 신부는 “오늘 우리가 추모하는 열사들 역시 이 세상에서 그런 나무가 되었던 것”이라면서, “단순히 슬퍼하고 이야기거리로 나누는 추모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과 삶을 지금 이 시대, 각자의 자리에서 드러내고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사람에게, 이 세상에, 하느님께 해야 할 도리이자 의리”라고 강조했다.

▲ 19명의 천주교 열사를 추모하는 미사가 5월 2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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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사에 참여한 변지영 씨(서울대교구가톨릭대학생연합회)는 추모글을 통해 “열사들의 사진을 보며, 과연 부끄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가 반성하게 된다”면서, “열사들이 우리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준 것처럼 신념과 신앙을 바탕으로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청년 사도로 살아갈 것”이라고 뜻을 밝혔다.

또 권운상 열사의 유족으로 미사에 참여한 고인의 딸은 “제가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많은 추억은 없다. 다만 아버지가 남겨주신 뜻과 시대정신만은 유산으로 받았다”면서, “아버지처럼 이 세상을 제대로 읽고, 바르게 살아가는 청년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 이날 미사에 참석한 권운상 열사의 딸. 그는 아버지와의 추억은 없지만 아버지의 정신을 물려받아 곧고 바른 청년으로 살고자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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