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 조중동 족벌 언론, ‘의도적인’ 오보의 일상화 고발

지난 2월,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순위는 세계 57위다. 노무현 정부 때 31위로 아시아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가 이명박 정부 이후 순위가 점차 내려가, 현재 한국은 2011년에 ‘언론자유국’을 상실한 뒤, 지금은 ‘부분적 언론자유국’이 되었다.  우리가 처한 수많은 모순들이 있지만, 언론 문제에 대해서 쌓인 감정은 최근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올해의 핫 이슈가 될 정도로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 다큐 <슬기로운 해법>, 태준식 감독, 2014, 상영중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북 무인기 파동 사건’까지 사사건건 편파보도로 일관했던 주류 수구언론들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최악의 얼굴을 드러내었다. 누가누가 더 선정적인가, 누가누가 더 신파적인가를 놓고 겨루며, 사실을 은폐하거나, 정부의 보도자료를 받아쓰기 하는 것이 기자의 일 인양 되어버렸다.

본격적인 언론개혁 다큐 <슬기로운 해법>

언론 개혁이 무엇보다도 우리 삶의 문제로 다가온 현재, 꼭 필요한 다큐멘터리가 극장가에서 상영되고 있다. <슬기로운 해법>이 그것이다. 영화는 ‘대한민국 제4의 권력에 대하여’란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영화는 작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지난주 전국적으로 개봉했다. 독립영화이며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배급시장에서 완전한 비주류 신세다.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전국 총 18개, 그 중 서울 7개다. 미미한 숫자다. 하지만 극장 수에 비해 2천여 명에 달하는 관객 수는 불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닌데, 현재 대중의 요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지표다.

주류 언론과 삼성, 그리고 정부에 대한 공격적인 비판을 담고 있는 이 다큐가 극장을 확대하며 오랫동안 선전하기는 아마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삼성반도체 백혈병을 다룬 극영화 <또 하나의 약속>과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이 공개되어 문제가 지속적으로 재조명되면서, 삼성전자가 난치병 당사자와 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는 뉴스를 보면서, 영화를 비롯한 미디어의 위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사건이 영화화나 드라마화 된다는 점만으로도 사람들은 주목하게 되고, 대대적인 관객 동원을 하지는 못했어도 당사자들은 눈치를 보게 된다. 대중문화가 가진 대항 헤게모니의 힘은 주류 시스템을 바꾸는 동력으로 드러난다.

조중동 족벌 언론, ‘의도적인’ 오보의 일상화

이제 타깃은 언론이다. 언론이 통제된 기울어진 운동장 환경에 불만을 터뜨리는 차원을 넘어서서, 이제 우리가 대안을 만들고 확산하며 ‘슬기로운 해법’이 무엇인지 함께 나누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이다.

영화의 시작은 조중동 족벌 언론의 오보의 일상화로부터 시작한다. <조선일보>는 2012년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든 한반도의 기상상태를 보도하며 국민을 위협에 떨게 했는데, 신문 1면의 파도가 휘몰아치는 해운대 사진은 사실 2009년에 발생한 태풍 사진이었다. 한참이 지난 후 정정보도는 짤막한 단신 기사로 처리된다.

<중앙일보>는 2009년 철도파업으로 한 학생이 서울대 진학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면접에 참여해야 하는데 파업으로 인해 열차를 타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그 학생이 면접을 보러간 그 시간대에 열차는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었고, 해당 보도는 오보였다. 중앙일보는 2년이 지난 뒤 지면 한 구석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누가 그것을 찾아보기나 했을까?

▲ 사진출처/다큐 <슬기로운 해법>

이들의 오보는 단순한 실수인가? 태준식 감독은 오보의 속성에 대해 밝힌다. 그것은 어떤 믿음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거대 권력집단이 된 언론은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여론을 조작해왔다는 것이다. 오보로 어떤 집단이나 정책을 공격하고 여론을 호도한 후, 그것이 오보라고 정정해봤자 이미 결과는 그들의 의도대로 끝났다. 사회 전체를 호도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며, 돈과 권력을 쥔 자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여론을 주도하는 저들로 인해 대한민국은 한바탕 염증의 도가니가 되어버렸다. 영화는 이에 대해 날카롭게 해부한다.

노무현 대통령 “한국의 민주주의는 언론의 수준만큼 발전할 것”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범주를 나누어 비판한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 수구언론의 이유, 그것은 달콤한 과실을 따 먹기 위한 사적인 행위였다. 이어서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를 치졸하게 비아냥거리고 여론재판을 유도하여 자살로 이끈 것도 언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으로 언론 개혁을 외쳤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언론의 수준만큼 발전할 것입니다. 이것은 마지막 남은 개혁의 과제입니다”라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8년에 연설 중 언급했다. 이는 6년이 지난 지금, 바로 우리 각자가 피부로 절절하게 느끼고 있다. 우리 민주주의의 수준 말이다.

다음은 삼성을 말한다. 언론을 통제하는 자 과연 누구인가? 삼성은 자본과 매체를 총동원해 비판적인 여론을 잠재우고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광고가 여론을 주도하며, 공적 언론이 사적 소유물로 전락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가 영화가 마지막으로 던지는 숙제다.

영화의 토대가 된 책 ‘야만의 언론’의 저자 김성재 씨, 정연주 전 KBS 사장, 홍세화 <말과 활> 발행인, 김수현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 교수,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 주진우 <시사인> 기자, 전홍기혜 <프레시안> 기자,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 등이 인터뷰이로 출연해 수구언론의 민낯에 대해 증언한다.

▲ 사진출처/다큐 <슬기로운 해법>

이 영화를 옹호한다

노동과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태준식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사회를 고발하고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취한다. 내레이션이 꼼꼼하게 설명을 해주고 차곡차곡 정보가 펼쳐지는 전개에서 관객이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한 영화적 여백은 없다. 혹자는 이러한 설명적 다큐의 진부함에 대해 말한다. 또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제한적 극장 상영 환경 및 주제가 주는 공격성은 관객 범위를 축소시키고 말지도 모른다. 이미 알 만한 사람들끼리 모여 본다는 것이 무슨 영향력을 발휘할까? 혹 위안의 공동체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일은 아닐까? 직접적인 행동에 동참하기 꺼려하는 개인에게 영화를 관람하는 것으로 사회 변혁에 이바지 했다는 핑계거리를 주는 것은 아닐까?

이 영화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계점 또한 지니고 있다. 선언을 담은 다큐멘터리의 확산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던진다. 하지만 인터넷뿐만 아니라 라디오, TV 등 대안언론들이 활약을 시작한 2014년 언론 환경은 변화의 한 복판에 있고, 지금 여기에 <슬기로운 해법> 같은 다큐멘터리가 존재한다는 것으로도 큰 힘이 되기에, 이 영화를 옹호하고 싶다. 

본문의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순위는 세계 68위다. 노무현 정권 때 최고 순위 31위를 기록했다가 이명박 정권 이후 순위가 점점 내려가, 현재 한국은 2011년에 ‘언론자유국’을 상실한 뒤, 지금은 ‘부분적 언론자유국’이 되었다."를 "지난 2월,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순위는 세계 57위다. 노무현 정부 때 31위로 아시아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가 이명박 정부 이후 순위가 점차 내려가, 현재 한국은 2011년에 ‘언론자유국’을 상실한 뒤, 지금은 ‘부분적 언론자유국’이 되었다."로 수정합니다. -편집자

 
 

정민아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동국대, 수원대 출강 중. 옛날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스러운 코미디 영화를 편애하며, 영화와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삶과 세상에 대한 사유의 도구인 영화를 함께 보고 소통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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