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평위, 노동절 메시지 발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오는 5월 1일 124회 노동절을 맞이해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용훈 주교는 노동절 메시지에 앞서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위로와 애도를 전하며, “이러한 총체적 인재가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회복하는데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이 주교는 “의인은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안다”(잠언 29,7)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발표한 메시지에서, 오늘날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가난과 불평등, 불안정한 고용,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노동3권의 훼손 문제 등을 짚으며, “노동과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이러한 경시는 다름 아닌 경제지상주의와 시장지상주의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주교는 노동,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경시는 성장과 공급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경제지상주의와 낙수효과로 대표되는 시장지상주의의 결과라면서, “이러한 주장과 신념은 노동과 노동자의 인격적인 의미를 무시하고 축소시켜 단순히 생산의 한 요소로 전락시켰음은 물론, 결과적으로 오늘의 비인간적 노동현실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만나는 이용훈 주교 (사진 제공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이어 교회가 “노동하는 사람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천명하고 이들의 존엄성과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을 고발해 인간과 사회의 참된 진보를 보장하는 것이 교회의 직무”라고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땅 노동자들의 냉혹하고 불의한 현실은 교회로 하여금 자신의 소명과 직무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묻고 있다”고 성찰했다.

“교회는 인간의 노동이 시장의 요구에 따라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 온전히 인격적인 것임을 강조합니다. 노동자의 권리는 경제 법칙이나 시장의 원리보다 우선하는 것입니다. 적절한 노동, 공정한 임금, 고용 안정, 적절한 휴식과 휴가, 근로 시간 제한, 건강과 안전 보장, 평등, 노조의 결성과 참여, 그리고 최후 수단으로서 동맹 파업 등은 다른 어떤 원리나 법칙보다도 앞서는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이용훈 주교는 무엇보다 노동3권의 훼손과 관련해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유성기업 등을 예로 들며, “법률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요구와 단체 행동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심각하게 위축,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이는 비단 노동조합에 국한된 것이 아닌 노동인권과 나아가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또 “특히 고용의 안정성, 근로 빈곤층에 대한 보장, 그리고 노동3권에 대한 보장은 가장 시급히 이뤄져야 할 분야”라고 강조하며 “아울러 철도와 의료를 비롯한 공공영역에 대한 민영화와 시장 규제 철폐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주교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와 행동에 대해 손해배상과 업무방해라는 이름으로 위축시키고 제한하는 것은 동반자 관계도, 건강한 민주주의도 아니”라면서, “교회 내 사업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교회가 앞서서 노동자를 진정한 동반자로 인식하고 협력하는 모범을 보여야 하며, 노동자들 역시 자신들의 권리 수호의 차원을 넘어 보다 큰 꿈과 전망을 펼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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