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포 니콜라스 신부 서강대에서 강연
“대학이 지혜 가르치지 않으면 ‘불행한 전문가’ 양성할 것”
“대한민국은 부유해졌지만, 과연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나라입니까? 대한민국 젊은 세대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나요?”
예수회 총장 아돌포 니콜라스 신부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이 같은 물음을 던지고, 학생과 교직원을 포함한 청중에게 예수회의 대학으로서 서강대학교가 지녀야할 비전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니콜라스 총장은 먼저 ‘기쁨’이라는 화두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한국이 짧은 시간에 부유한 국가가 되기는 했지만, 한 언론이 ‘자살하는 이들의 수도’라 부를 만큼 자살률이 높다”며 “경제 성장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이는 “번영이 고도 경쟁 사회의 결과이며, 공격적 경쟁심 유발이 불행한 삶을 부르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니콜라스 총장은 예수회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열거하며 “많은 이들이 교황에게서 기쁨과 감동, 그리고 매력을 느끼는 것은 그분의 내면으로부터 깊은 기쁨이 발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니콜라스 총장은 “모든 인간은 궁극적으로 기쁨을 위해 창조되었고, 복음은 우리를 심오한 기쁨으로 이끄는 지혜를 준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서강대학교가 예수회 대학이자 가톨릭 대학으로서 “교직원과 학생뿐 아니라 세상을 향해 복음의 기쁨을 선포해야 한다”며, 지혜, 봉사, 그리고 공동체를 강조했다.
니콜라스 총장은 지혜와 지식을 구분하고, “지혜란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외부 조건에 좌우되는 행복이 아닌 무조건적 행복의 길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이 청년들에게 이런 지혜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강대학교에서는 수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이 그들에게 지식과 정보만을 전달해 성공적인 비즈니스맨, 정치인, 언론인을 키워낸다 해도 지혜를 전달할 수 없다면 그들은 곧바로 무한 경쟁과 탐욕, 권력과 지위에 대한 갈증으로 불행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불행한 전문가’를 양산해 내는 것이지요.”
그는 “전문적 훈련을 제공하기는 쉽지만, 참된 기쁨의 길을 찾는 지혜를 전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하며 “서강대학교는 이런 지혜를 전달하기 위한 상호 도움과 전략, 제도적 지원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서 니콜라스 총장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가톨릭 대학교에 관한 교황령 <교회의 심장부(Ex corde ecclesiae)>를 언급하면서 “가톨릭 정신의 대학은 연구도 봉사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대학의 연구 활동 가운데에 내포되어야 할 것은 인간 생명의 품위, 모든 이를 위한 정의의 촉진, 개인 및 사회생활의 질적 향상, 자연 보호, 평화와 정치적 안정의 추구, 세계 자원의 보다 공평한 분배, 그리고 국내 · 국제 수준의 인간 공동체에 더 잘 봉사하게 될 새로운 경제적 및 정치적 질서 따위와 같은 분야에서 제기되는 현대의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연구이다. …… 만일 필요하다면 가톨릭 대학교는 여론에 부합되지는 않으나 사회의 참다운 선을 수호하는 데에 필수적인 불편한 진리들을 주저하지 말고 발언해야 한다(제32항)’라며 가톨릭 대학의 연구 의제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지적하셨습니다. 연구의 성과 또한 사회의 심각한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하지요.”
끝으로 니콜라스 총장은 “대학이 그저 군중이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라 진정한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의 근본적 가치는 공동의 희망과 꿈을 공유하는 것”이라 말하며, “오늘날 대학이 시장경제 논리에 잠식되었지만, 예수회의 대학은 그런 곳이 아니다. 세상의 게임 규칙을 마냥 따라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니콜라스 총장은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력하며 비전을 공유해 나가는 대학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1953년 예수회에 입회한 니콜라스 총장은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신학박사학위를 받고 1971년부터 2002년까지 30여 년간 일본 도쿄 조치대학에서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쳤다. 예수회 일본관구장과 아시아-태평양 지역구 의장을 지낸 뒤, 2008년 제30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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