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린 가톨릭농민회 대의원 총회에서 24대 회장으로 정현찬 회장이 선출됐다. 2015년까지 2년간 가톨릭농민회를 이끌어갈 정 회장은 1979년 마산교구 가톨릭농민회에 가입한 이래로 농민운동에 헌신해왔다. 2002년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역임했다.

―어려운 시기에 회장으로 선출되신 소감은

▲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
정현찬 회장 : 부담스럽고, 큰 짐을 진 기분이다. 오늘날 죽어가고 있는 먹을거리를 어떻게 하면 다시 살릴 수 있을지 책임감이 앞선다. 농사일도 줄여 나와 가족이 먹을 쌀이나 야채 등 기본적인 것만 조금 짓고, 나머지는 포기하기로 했다. 하느님이 주신 소명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2014년 한국의 농업 상황, 어떻게 전망하시나

가톨릭농민회 활동은 농가의 소득증대사업으로 출발했고, 군부독재 하에서는 민주화와 복음화가 활동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의 가치관이 달라졌다. 편리하고 수월한 것을 찾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세상에 살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인간이 저지른 일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농사도 농약을 써서 쉽게 지으려고 하기 때문에, 땅과 공기, 물을 다 죽이는 농사가 되고 있다. 이걸 되살리는 일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쌀 목표가격 증가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좋겠다. 쌀 가격보다 우리가 어떤 쌀을 먹어야 하는지가 우선이다. 중국이나 미국에서 들여오는 쌀은 농약 덩어리다. 생명이 죽어가는 먹을거리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 책정된 쌀 가격으로는 농민들이 농사를 계속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안전한 쌀 공급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쌀 80㎏당 목표가격 23만원은 서민의 생활에 큰 부담을 지우는 일이 아니다.

―신임 회장으로서 올 한 해 가장 애쓰고 싶은 활동은

유전자변형식품(GMO) 문제에 관심이 크다. 한국에 들어오는 수입 먹을거리의 90%가 GMO 라는 통계가 나올 정도인데, GMO를 배제하고 우리 먹을거리를 살리는데 집중하고 싶다. 또 가톨릭농민회의 조직을 튼튼하게 해서 더 많은 농민들이 유기농사에 동참하도록 하고 싶다.

―농민 운동의 협력자인, 도시 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먹을거리를 가격으로 비교하지 않으면 좋겠다. 농업을 살리는 것은 농민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살리는 길이다. 하루하루 생명을 죽이는 위험한 먹을거리를 먹을 것이 아니라, 우리 먹을거리를 살려서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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