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문가 검토 국회토론회에서 지적

 

지난 12월 1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125호에는 ‘수정일반산업단지(STX중공업-조선공장) 환경·교통영향평가서 전문가 검토 토론회’가 50명쯤의 전문가, 관계자,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수정마을STX주민대책위원회 제안에 따라 민주노동당 강기갑·홍희덕 의원 주최로 열렸고, 민주당 원혜영·김상희 의원, 김근태 전 의원과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이 후원하였다.

이날 토론회는 2008년 11월에 발표된 ‘수정일반산업단지 계획 승인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전문가 평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첫 발표자 백도명 교수(서울대 환경보건학과)는 ‘이번 보고서에 주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생활환경, 사회경제 관련 평가가 빠졌고, 현재 가까운 곳에서 이미 STX 조선소가 가동 중인 진해국가산업단지의 환경실태조사 연구를 전혀 참조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뒤 양원호 교수(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는 대기환경 분야, 최경호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는 물 환경과 토양 분야, 허용 교수(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는 인체 건강 유해인자와 독성 분야, 최상준 교수(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는 소음 분야에 대한 검토 의견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평가보고서가 중요 항목을 고의로 빠뜨리거나 그 영향을 축소하였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면희 교수(전북대)는 환경정책 철학 원리를 바탕으로 수정만 매립지 조선소 유치를 평가하였다. 환경정책 철학 원리에는 민주주의 원리, 효용성(효율성) 원리, 정의(正義) 원리, 생태적 건전성 원리 등 네 가지가 있는데, 수정만 매립지 조선소 추진 과정에서는 효용성 원리를 뺀 나머지 세 가지 원리를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경제 분야에 대해 검토 의견을 발표한 장상환 교수(경상대 경제학과)는 STX와 마산시에서 내세우는 경제 효과는 과장되었으며, 조선소는 허허벌판에 세우는 게 상식인데 면 소재지 매립지에 조선소를 세우겠다는 발상을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더 나아가 장 교수는 앞으로 ‘국제경제 침체로 말미암아 조선업 불황이 지속할 것이고, 특히 STX조선이 주로 맺고 있는 벌크선(건화물선) 제작 계약 취소가 이어져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장 교수는 ‘현재 170만 평 규모의 STX 다롄 조선소를 건설하는 STX조선이 이 같은 상황에서 수정만 조선소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지난 외환위기 때 대우그룹이 파산한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자충수’라고 충고하였다.

주최 측은 이날 토론회에 STX중공업과 마산시 관계자도 초대했으나 모두 불참하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국 환경평가과 최동호 과장은 ‘전문가 검토 의견을 통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었고, 이를 추진 과정에 반영하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수정마을STX주민대책위원회 박석곤 공동위원장은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워서 이미 주민은 환경 영향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며 수정만에서 평화롭게 살다가 죽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강종철 팀장은 마산시에 부족한 것은 산업단지가 아니라 공원이니만큼 수정만 매립지를 자연학습공원으로 조성하자면서, 설사 산업단지가 들어오더라도 주민 의견을 거쳐 사람이 살 수 있는 업종이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은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에서는 사업자가 비용을 대기 때문에 평가기관이 공정한 평가를 하기가 어려우니,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서 공정하게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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