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 수정지구 공유수면 매립사업 목적변경 결사 반대 기자회견

  
수정만 매립지 조선소 불법 건설 및 심각한 환경오염을 막아야

지난 11월 14일 오후2시에 정부중앙청사 정문 앞에는 수도복을 입은 50여 명의 수녀들이 긴 현수막 뒤로 줄지어 서 있었다. 마산시 구산면에 위치한 엄률시토회 성모의 트라피스트 수녀원 수녀들이 중심이 되어 여자수녀장상연합회 소속 수녀들이 “수정지구 공유수면 매립사업 목적변경 결사 반대 기자회견”을 위해 모인 것이다. 이 자리에는 수정마을 주민들과 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회원들도 함께 하였다.

엄률시토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원장 장혜경 요세파 수녀)에는 현재 25명의 수녀들이 거주하는 있는 관상 봉쇄수녀원이다. 이 수녀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수녀원 바로 앞바다에 조선소가 들어설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수녀들이 이렇게 앞에 나서자, STX중공업 측은 상당히 당황했던 모양이다. 수정 트라피스트 수녀원 부원장인 김실비아 수녀의 말에 따르면, “시끄러워지자 STX측에서 비용을 대줄 테니 수녀원만 먼저 이사를 하라”고 회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녀원 측은 이를 거절하고 주민들과 함께 할 것을 밝혔다고 한다.


마산시는 1990년에 저소득 무주택 주민의 주택공급을 위한 주택단지 조성을 목적으로 수녀원이 위치한 마산시 구산면 수정리 앞바다를 매립할 수 있는 면허를 경상남도로부터 받고 두산에 매립용역을 주었다. 이 당시 마산시는 수정수녀원에는 사전에 어떤 협의도 알려오지 않았으며, 2006년에는 STX중공업이 매립시공권을 양도받아 조선소를 유치하기로 마산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마산시가 2007년 8월 27일, 매립목적변경을 경상남도에 신청하였으나 해양수산부가 동의하지 않아 이 신청은 반려되었다. 그러자 STX중공업은 경상남도에 다시 행정심판 신청을 하였으며 현재 법제처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의 산실, STX중공업

현재 구산면 수정지구는 여전히 매립목적이 주택단지 조성으로 되어 있는데, STX중공업 측은 마산시에서 매립지의 한시적 사용허가를 얻어내고 물량장 사용허가를 받아 이곳에 그동안 크레인을 설치하고 조선기자재를 생산하기 위한 기초시설을 갖추고 이미 선박블럭을 생산해 왔다. 이는 사용용도에 위배되는 불법적인 행위다. 현재 STX중공업의 불법행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마산시는 이를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마산시는 이 지역을 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낙동강유역 환경청에 사전환경성검토서를 제출하여 협의중에 있다고 한다. 환경성검토 기간 중에 어떠한 개발행위도 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규제되어 있는 상태에서 현재의 STX중공업의 블록생산은 불법이며, 마산시는 이를 묵인함으로써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수정지구 공사현장 펜스 바로 옆 2차선 도로 주변에는 380세대 천여 명의 수정마을 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학교와 유치원, 교회, 보건소, 경로당, 상가, 트라피스트 수녀원이 위치하고 있다. 크레인을 이용해 장비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굉음뿐 아니라 제관용접 등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먼지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학교에선 수업을 하기 어렵다. STX중공업 측은 최소한의 방진벽과 방음벽도 설치하지 않고 공사를 하고 있으며 수녀원의 경우엔 기도생활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세수 늘이려 주민 생존권 위협하는 마산시

한편 수정지구 매립지는 수정만을 매립한 곳으로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분진과 소음에 의한 피해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클 것이며, 조류의 흐름이 늦어 해양오염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자회견에선 밝혔다. “이러한 환경문제는 해양경관과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쳐 어업과 양식업을 하는 주민의 생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런데도 마산시는 기업을 유치해서 세수를 늘이고자 조용하던 시골 마을 하나를 없애려고 한다는 것이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이미 “STX조선이 들어선 진해 죽곡동은 조선기자재 생산을 위한 도장작업에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과 쇳가루로 지역의 갯벌과 공기, 물이 오염되었고 그 속에 사는 먹거리도 오염되어” “그 지역 농산물과 수산물을 믿고 사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수정마을 천여 명의 주민들은 수정지구에 조선소가 들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수정지구 매립지가 매립사업 목적변경 인가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법제처의 판단을 기대하는 것이다.


낮고 작은 산을 위하여

현재 수정지구는 11월 19일 택지에서 공장으로 용도변경하는 사안에 대한 최종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트라피스트 수녀원 측과 주민들은 법제처의 불가판정을 기다리며 기자회견을 마치고 법제처 장관 면담을 신청한 상태다. 수녀원에서 작성한 보도자료 말미에 <낮고 작은 산>이라는 시를 실었는데, 그네들의 심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집 뒷산에는 화려한 꽃은 없습니다.
진달래, 산복숭아, 자운영, 구절초
철따라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서로 의지하며 피어있을 뿐…

우리 집 뒷산에는 쭉 뻗은 나무들이 늘어선
멋진 산책로는 없습니다.
굽이 굽이 돌아
소나무도 만나고 개암나무에도 걸리고
바위 틈을 올라 팍팍한 자갈길을 밟아 올라가는 길.

그래서 참 편한 길입니다.
기암괴벽의 장엄함에 넋을 잃을 일 없으니
한 곳에만 정신 팔 필요 없고
묵묵히 지나쳐도
눈길 청하지 않는 소박하고 낮음에 익숙한 것들.

스쳐지나가도 시원함을 남기는 바람처럼
서로가 그렇게
제자리에 서있을 뿐입니다.
특별한 눈길 없어도
단아한 제철 꽃 피우다
말없이 스러져가는
낮고 작은 것이 어울리는 작은 산입니다.
그래서 참 편안합니다.

/한상봉 200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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