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트라피트스트 관상수도원 수녀들이 거리에서 기도하다

서울 시티타워 앞에서 수정만 STX 조선소 유치 반대 집회와 미사를 열다

지난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역 맞은편에 있는 STX중공업 서울시티타워 앞에서 수정마을 STX 주민대책위원회 주최로 마산시 수정만 STX조선 기자재 공장 유치를 반대하며 집회가 열렸다.


수정마을 STX 주민대책위(위원장 박석곤)와 트라피스트 수녀원(원장 장혜경 요세파)이 주관한 이번 시위는 수정리 주민뿐 아니라 가톨릭 수도자들과 민변, 환경운동연합과 천주교 사제들, 노동사목 활성가들, 우리신학연구소와 개신교와 불교의 성직자들까지 연대를 표명하며 합세한 가운데 연일 250-500여 명이 참가하여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STX측에 "수정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수정 마을에 들어오지 않겠다던 약속을 지킬 것"과 "마산시와 협약서 작성을 포기하고 수정지구에서 즉각 철수하라"요구했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 모두는 STX중공업이 스스로 물러설 때 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 천명했다.

한편 지난 14일에는 서울시티타워 앞 농성장에서 가톨릭교회의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수도원과 예수회, 예수성심전교회 소속 사제들이 공동집전하는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거리 미사가 열리기도 하였다. 이날 미사는 수정만 지역에서 경남 마산시가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수정만 매립지 STX조선기자재 공장 유치가 어려워지자 관변단체를 중심한 지지 결의대회를 열기로 한 날이라서 더욱 의미심장했다. 수정 트라피스트수녀원의 장혜경(요세파) 원장수녀의 말에 따르면, “신원이 수상쩍은 명의만의 입주자들이 늘어나 조선기자재 공장 유치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 늘고 있으나, 주로 세입자들 중심으로 마산시의 회유에 넘어가고 있으며, 수정리의 원주민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유치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마산시가 동원한 사람들이 오늘 수정리 유치예정지에서 대대적으로 여론몰이를 하기 위해 조선소 유치 결의대회를 하겠지만 정작 주민들은 모두 여기에 올라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마산시 당국에 따르면 "수정만 매립지 목적변경으로 STX조선기자재 공장을 유치하는 것만이 마산경제의 회생"임을 들어 "상공회의소, 새마을운동본부, 바르게 살기운동협회 등 관변단체와 일반 봉사단체를 포함한 5000여명을 동원, 14일 수정매립지 현장에서 대대적인 지지대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를 주관한 '마산발전범시민협의회'(회장 김형성 전 시의회의장)는 STX 입주 반대가 한창이던 지난달 17일 결성된 단체로 STX조선기자재 공장 유치를 환영하고 있다.

이날 조선소 유치반대 집회에서 미사를 집전한 이영근 신부(아오스딩, 올리베따노 성베네딕토수도원)는 강론을 통해 상업주의와 이익에 눈이 멀어서 어머니인 바다를 파괴하려는 파렴치한 행동을 고발하였다. 이영근 신부는 5월이라 바다 같은 어머니 마음이 우리의 속을 적셔준다고 말하면서 “바다는 참으로 어머니라서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것을 끌어안아” 주고 우리는 “그 안에서 태중에 놓인 아기처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고 말했다. 수정리 앞바다가 바로 그런 어머니 같은 바다이며, 그 바다가 마을의 온갖 것을 품어주는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를 먹여주고 살려주고 길러주는 그 바다를 마산시와 STX조선이 죽이려고 하며, 이는 “우리가 살자고 어머니를 죽이는” 짓이며, “어머니의 태를 막아 자기 뱃속을 채우려는 짓”이라고 고발하였다. 이는 “생명을 담보로 장사를 하자는 것”이며, “돈으로 어머니를 팔아넘기는 것”이라면서, 어머니인 바다를 지켜 어머니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자고 하였다.


이날 미사 뒤에 수정트라피스트 수녀들의 ‘생존권 빼앗는 STX중공업 규탄’이라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어 마산시와 STX에게서 항복문서를 받아내는 극을 연출하였고, 마을 주민들이 어우러져 풍물놀이도 곁들였다.

한편 장요세파 수녀는 <지금여기>와의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서, 현재 2명의 수녀가 주민대책위에 참여하고 있으며, 수녀들이 전원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마산시나 STX측의 지속적인 회유에 주민대표들이 흔들릴 때마다 단단히 버티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교회 안의 인력을 동원하여 자료나 정보를 취합하고 유치반대운동을 여론화시키는 데 필요한 일을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녀들이 이런 시위와 집회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이 처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우리 자신들이 처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에게 남은 수단은 저항하는 것밖에 없다. 가난한 이들을 이렇게 거리로 내모는 개인을 넘어서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눈뜨고 있다. 이 일과 관련된 모든 것, 행정관청이나 기업들이 하는 방식은 똑같다. 이들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악의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본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도 힘을 모으면 이길 수 있다는 것도 배우고 있다. 요즘처럼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성경 말씀이 실감나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비폭력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또한 장 요세파 수녀는 “시위를 하여야 담당자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에게 우리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우리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해야 했다”고 말한다. 결국 주민들의 건강한 삶과 환경적 측면보다는 개발이익을 찾아가는 관변단체들과 마산시, 그리고 기업들의 몰염치한 태도가 관상생활에 몰두하던 수녀들을 거리에 나서게 하였고, 그들에게도 예언자적 소명을 수행하라고 다그친 셈이다.


/한상봉 2008-05-15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