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구월-박춘식 한강은 어찌나 파랗던지 하늘이 강물에 꼼짝없이 잡혀 있었다 서쪽 바다 풍랑을 넘어온 목선(木船), 그날 빈 돛대 위 새들은 날개를 펴지 못했다 그 해 구월 한강의 고기들이 꾹꾹 입을 다물었다 번뜩, 긴 칼날 아래 뜨거운 피가 모래를 삼키고 강물이 선혈(鮮血) 밑에서 몸부림쳤다 1846년 9월 16일 새남터, 안드레아 김대건 첫 사제의 머
신학이나 교리로 감히 전체로서의 역사적 예수(운동)의 진실을 재단하려 들지 말라. 삶의 진실, 민중적 삶의 진실, 역사의 진실을 편협한 신학과 교리의 틀에 가두어 질식시키지 말라. 청년예수의 생애, 그의 삶과 투쟁과 죽음과 부활의 이야기, 갈릴래아 민중들과 함께 몸으로 써내려간 그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가 복음이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잘못한 이웃에게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 먼저 베드로의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잘못을 저지른 형제를 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하느냐는 물음입니다. 베드로는 일곱 번은 너무 많다는 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번
우리는 문화가 우리 주변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지난 20여 년간 정치 경제제도에 대한 희망이 천천히 메말라가는 것을 우리는 느꼈다. 이러한 황량함 가운데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다른 생활방식을 추구했다. 만일 현재의 대중 지배문화와 결병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 문화에 먹혀들어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시대의 악 즉, 돈에 대한 집착과 폭력에의
현대판 바벨탑 -박춘식 온 세상이 하나님 하늘님 하느님 낱말을 쓰고 있는데 어느 날 그들은 서로서로 말한다 벽돌을 벌겋게 구워 하느님 이름으로 탑을 높이 쌓아 깃발을 세우자 돈을 모아 하느님 위엄도 세우고, 밥상도 걸쭉하게 차리자 탑 위의 얼굴들은 명령하느라 늘 근엄하다 큰 벽돌 율법을 만들어 탑 아래 사람들을 다그친다 자기 말을 안 들으면 곧 하느님 말씀
피터 모랭이 뉴욕에서 열리고 있었던 미국주교회의에 ‘애덕의 의무’라는 짧은 글을 보낸 지 꼭 56년 만에 미국 주교들을 이 워싱턴 시내 우리 작은 보금자리에서 2마일 떨어진 곳에 2천 6백만불짜리 새 주교회의 건물을 축성하려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도미니카회, 프란치스코회, 구속자회, 바오로회 그리고 신학대학 등이 자리 잡고 있는 지
오늘 복음은 신앙인이 자기에게 잘못을 저지른 이웃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를 말합니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그가 네 말을 듣지 않거든, 한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서 타일러보고, 그래도 듣지 않거든 교회에 알리고, 교회의 말도 듣지 않으면, 이방인이나 세리처럼 생각하라.’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구약성서 레위서
꿈 38 -박춘식 구름을 뚫고 하늘나라 정문 대기실로 올라간다 아침에 죽은 이들이 알몸에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다음 종이 한 장 들고 모두 천사의 얼굴을 쳐다본다 이름, 나이, 남자 여자, 어느 나라 네 가지만 적어라 한다 교수 장관 재벌 성직자 판검사 장군 법관 언론인 등등등 쟁쟁한 그들은 종이에 직업란이 없다며 내내 투덜투덜한다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는
건축가 김원(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그는 김수환 추기경 숙소를 설계했고, 1981년 시작된 명동성당 개보수, 계성 초등학교와 계성여고 등의 보수 작업을 진행했던 건축가다. 그의 손을 거친 교회 건물에는 세검정 성당, 안양 호평 성당, 한강 성당, 명동 샬트르 수도원, 횡성 도미니꼬 선교 수녀원, 샬트르 성바오로수녀원 대구관구, 황새바위 순교성지 기념탑
믿음이 믿음에게 묻는다-박춘식 광속(光速)으로 다닐 거야 어디든 영원히 전능의 힘을 억세게 잡고 노래 불러야지 물론 하늘도 천 개의 손으로 나를 잡아 주리라 믿고 믿어 이봐, 신(神)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도대체 토악질 세상 냄새 역겹게 왜 항상 시끄러운 거지 하느님 그분이, 아이가 굶어 죽어도 팔장끼고 구경만 하다니 말도 안 돼 실망 대실망 하늘이 세상
하늘과 땅의 주님이시며 역사의 유일한 주님이신 거룩한 아버지, 항상 순례하는 이들의 하느님, 가난하고 정착하지 못하는 이들의 하느님, 우리는 당신을 찬미합니다. 당신은 아브라함에게 집과 땅과 친척을 떠나라고 하셨습니다. 롯에게 목숨을 건지려면 산꼭대기로 도망가라고 하셨습니다. 형의 분노가 사라질 때까지 라반의 집에 도망가 있으리라고 야곱에게 명하셨습니다.
"그리스도는 이제 몸이 없습니다, 당신의 몸밖에는. 그분에게는 손이 없습니다. 당신의 손밖에는. 그분에게는 발이 없습니다, 우리의 발밖에는.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눈을 통하여 연민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발로 뛰어다니시며 선을 행하십니다. 그분은 지금 우리의 손으로 우리를 축복하고 계십니다." -아빌라의 성녀
성모승천-김남조 어머님께서 하늘에 오르신 길은 어디오니까 하늘 광명한 데서 거듭 저희에게 오시는 그 길은 더욱 어디오니까 작은 소망과 먼 기다림이 이른 봄 실바람으로 커 가는 곳에 오묘히 그 위로를 숨기시는 달고 어진 침묵 안에 밤에도 오시며 임종의 머리맡에 일일이 특별한 애련으로 지켜보시는 어머님 어머님, 하늘의 빛보래를 갈라 은하 후광으로 두르시고 한없
예언자들처럼 예수도 참 예배를 왜곡시키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용납하지 않고 혐오감을 드러내었다. 그는 예루살렘의 성전이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터로 전락되어 가는 것을 보았다. 성전은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도둑들의 소굴이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예수의 거룩한 분노를 볼 수 있다. 요한은 이렇게 증언한다. “...밧줄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를 모두 쫓아
교재의 1과 첫 장을 넘기면 큼직하게 담긴 그림이 나온다. 가톨릭신자인 거복이가 불빛 아래서 성철스님, 법정스님, 틱낫한 스님의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등 뒤쪽에 걸린 십자가와 성경 주변엔 거미줄이 쳐진 그림이다. 불교에 빠져 정신 못 차리는 가톨릭 신자들을 겨냥해서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교재를 만든 사람들이 불
시인(詩人)은 - 박춘식 보물찾기 놀이를 성업(聖業)으로 받드는 사람이다 손 바닥에 가득한 햇볕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뽕나무 뿌리가 지렁이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아이스크림을 보고 아이들이 폴짝폴짝 뛸 때 그 진동이 지하 70미터까지 갈까 적어도 10미터는 가겠지 지구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하품을 하는지 아가미를 지나간 물은 옆에 물보다 얼마나 더 비릴까
고대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이 그랬듯이, 예수도 사회적 위기 상황을 고발하고, 위기 상황의 중심에 있는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에 대해 경고하고, 이스라엘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요청했다.(207-212) 예수는 자기 동족을 그릇된 길로 인도하던 지도자들에게 “눈멀었다” 비판하면서, 소경 인도자를 따를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지 깊은
교회의 사회교리 원리란 무엇인가요? 교회의 사회교리는 항구한 원리들을 갖고 있습니다. 이 원리들의 근본을 이루는 것은 인간 존엄성의 원리이며, 여기서 파생된 사회교리의 핵심에 공동선, 보조성, 연대성의 원리가 있습니다. 이 원리들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되는 복음의 요청이 사회생활의 문제들과 부딪치는 가운데 생겨난 것입니다. 교회는 고유한 신앙
미래사목연구소의 라는 교재는 소모임 교재로 만들어졌는데, 편집방식이 중학생들을 위한 문답식 자습서처럼 꾸며져 있다. 게다가 논술 진행의 전제에 해당하는 1과는 자연종교와 계시종교를 매우 단순한 개념을 통하여 이분법으로 나누면서 설명해 나간다. 따라서 여기서는 그리스도교를 제외한 모든 종교를 자연종교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님-정호승 신부님 저는 배가 부르면서도 아사감방에 갇혀 있습니다 방금 벌컥벌컥 생수 한 병을 다 들이켜놓고도 타는 갈증의 감방에 쓰러져 있습니다 신이 우리에게 두 발을 준 까닭은 서로 함께 걸어가라고 준 것이나 저는 그 누구하고도 함께 걸어가지 못하고 홀로 걷다가 홀로 떠나갑니다 아우슈비츠에서 다른 사람 대신 스스로 아사감방으로 걸어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