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 기사모아보기 기사제보
 
2017.5.22 월 18:13
로그인 | 회원가입
신학과 영성
계시 종교만 참 종교라는 독선[교회를 떠나야 교회가 산다-21]
한상봉  |  isu@catholic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1.07.31  20:11:1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미래사목연구소의 <나의 신앙 우리 공동체-3단계/나의 인격다지기>라는 교재는 소모임 교재로 만들어졌는데, 편집방식이 중학생들을 위한 문답식 자습서처럼 꾸며져 있다. 게다가 논술 진행의 전제에 해당하는 1과는 자연종교와 계시종교를 매우 단순한 개념을 통하여 이분법으로 나누면서 설명해 나간다. 따라서 여기서는 그리스도교를 제외한 모든 종교를 자연종교로 묶는다. 물론 이 구분법 속에서 계시종교는 진리이며 자연종교는 오류라는 분명한 결론을 처음부터 깔고 있는 것이다. 신앙이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열린 토론이 필요하지만 선과 악, 진리와 오류의 항목들이 분명히 제시된 지시문들은 소공동체 참석자들의 개방된 대화를 처음부터 차단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오직 '계시'로만...?

특히 교재에서는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전통 종교의 요소가 혼합된 종교심성으로 가톨릭신앙을 받아들였”고 그래서 “우리 안에는 전통종교의 요소가 남아 있다”면서, 그 모든 것을 배척해야 할 자연종교의 범주에 넣음으로써, 오직 서구에서 유입된 ‘순수한’ 그리스도교의 요소만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사목연구소는 유교, 불교, 도교의 심성을 지닌 채 서학을 자기 신앙으로 고백했던 한국의 초기 교회 지도자들과 신자들을 부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때는 처음이라 봐줄 수 있지만,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200년 이상 지난 지금은 엄격하게 서구적 잣대로 전통적인 우리의 종교심성을 걸러내야 한다는 말인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 활발하게 진행되던 신학과 교회의 토착화 노력은 생각없는 장상들과 신학자들의 헛수고였다는 말인가?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게 신앙이라지만, 교재를 집필한 필자를 포함하여 과연 한국인들이 자신의 문화적 유전자 안에 새겨진 종교심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서구인처럼 될 수 있다고 믿는가? 계시와 자연종교를 구분하는 이분법은 정작 그리스도교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이스라엘 신앙에서도 확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염두에 둘 때 ‘오직 계시만으로’는 황당한 발상이다.

그리스도교는 수행이 필요없나?

한편 이 교재에서는 그리스도교와 자연종교의 차이를 이렇게 요약한다.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지만 자연종교는 본래부터 있었다고 믿는다. 전자는 유일신(인격신)을 믿지만 후자는 다신(多神)론이거나 범신론이다. 전자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구원된다고 믿기에 그 은총을 받기 위해 기도를 하면 되지만 후자는 깨달음을 통해 구원된다고 믿기 때문에 영적 수행을 강조한다. 전자가 역사를 하느님의 섭리로 종말을 향해 간다면 믿는다면 후자는 역사가 자연법칙에 의해 운행되는 순환론이라고 믿으며, 전자는 인생이 유일회적이라고 믿는데 후자는 윤회나 전생을 믿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다른 것은 너무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기에 접어둔다고 해도, 과연 그리스도교 전통은 ‘오직 하느님의 은총만으로’ 여기고 그저 기도하며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가? 성서의 말씀대로 스스로 ‘완전하게’ 되려고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교회의 많은 신비가들과 수도자들은 단지 기도만 했던 사람들인가? 그들이 단지 방해받지 않고 기도만 하려고 사막으로 들어가고 수도원에 들어갔는가? 미래사목연구소의 필자들이 “그렇다”고 답한다면, 가톨릭교회의 대부분 성인성녀들은 무덤에서라도 벌떡 일어나 쓴웃음을 지을 것이다.

교재의 필자들은 하느님은 ①자연과 ②인간의 양심과 ③성서를 통해 자신을 분명히 계시하셨기 때문에 우리가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성경은 그리스도교의 경전이므로 그렇다 치고, ‘교재가 말하는’ 자연종교라고 분류한 종교/사상은 그리스도교의 어떤 전통보다도 자연과 인간의 마음에 대하여 특별한 감각을 갖고 있으며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들 역시 다양한 경전(지혜의 말씀)을 통하여 ‘거룩함’의 실체를 알고자 했고, 그 거룩함의 실체를 자신의 마음 안에서 찾으려고 수행한다. 활자로 된 경전은 진리를 다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립문자(不立文字)인 마음을 살피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스스로 자연이 되고자 한다. 자연이 하느님의 탁월하면서 우선적인 피조물임을 인정한다면, 그리고 인간 역시 그 자연의 일부임을 믿는다면, 그 피조물을 통하여 우리는 하느님의 형상을 볼 수 있다.

결국 계시종교 역시 실상을 파헤쳐보면 자연종교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느님처럼 진리 역시 근원에서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국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한상봉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지금여기소개광고안내제휴문의찾아오시는길후원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서울시 종로구 계동2길 26. 여흥민씨종중빌딩 201호 | 대표전화 : 02-333-6515 | 팩스 : 02-333-6513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준영
등록번호:서울아00818 | 등록연월일:2009.3.24 | 발행인 : 김원호 |  편집인 : 박준영 | mail to editor@catholicnews.co.kr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영리금지'에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