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로 읽는 헌법 - 5]

슬아, 너는 ‘수업료’ 얼마 내고 학교 다니니? 생각해 본 적도 없지?

그런데 요즘에는 수업료를 꽤 많이 받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지 않니? ‘자율형 사립고’라는 둥 말이야. 하지만 그 정도 금액도 대학 등록금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그만큼 대학 등록금 부담이 엄청나다는 이야기야.

죽어라고 공부해서 대학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면 이제, ‘대학 등록금’이라는 폭탄이 기다리고 있는 거야. 이 얘기를 조금 해보려고 해. 너에게도 불과 3년 후의 현실이니까.

요즘 대학 등록금은 정말 엄청나게 높아서 거의 모두 1년에 500만 원을 넘는단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네가 대학생이 될 3, 4년 뒤에는 훨씬 더 오르겠지. 사실 요즘에도 1년에 500만 원은커녕, 한 학기에 500만 원을 넘는 학교들도 많아. 오빠가 대학에 들어간 2003년에는 오빠 학교의 등록금이 한 학기에 160만 원 정도였는데, 19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선배들을 만나면 자신들이 다닐 때에는 100만 원도 안 되었다며 분개하곤 했어. 그때는 등록금이 지금처럼 수직상승할 거라고는, 오빠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단다.

이런 대학 등록금 인상의 문제는 고등학교 수업료 책정의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질 좋은 고등학교 수업’을 주장하면서 대학 등록금 뺨치는 수업료를 받는 고등학교들이 생기는 거지. ‘대학교 등록금’의 문제가 ‘대학교’ 만의 문제는 아닌 거야.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까지도 이어지는 문제라는 거지.

앞에서 같이 본 헌법 제31조 제1항을 다시 한 번 볼까?

헌법 제3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져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는다는 게 도대체 뭘까? 이건 쉽게 말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돈 때문에 공부하지 못하게 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닐까? 이 조문에 비추어 보면, 요즘처럼 대학 등록금 부담 때문에 자살하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 ‘위헌적인 상황’인 것은 아닐까?

슬아, 이제 너도 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나이가 되었잖아. 그런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친 사람은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니?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사람이 되면 그것으로 충분한 걸까?

아마도 자신의 삶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공공의 영역에 대해서, 배운 것을 환원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려면, 교육 과정이 비싼 것이 좋을까, 싼 것이 좋을까? 비싼 돈 내고 학교 다닌 사람이 많아지고 비싼 돈 내고 전문직 자격증 취득한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세상은 더 강퍅해지지 않을까? 그 사람들이 자기가 투자한 만큼, 그 이상을 ‘얻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을 테니까.

슬아, 오늘날 몇몇 사립대학들은 비싼 기숙사들을 짓고 학생들과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단다. 법학전문대학원, 약학전문대학원, 그리고 지금은 많은 학교들이 철회한 의학전문대학원과 같은 ‘전문대학원 체제’의 도입과 해당 학과의 학부생 감소는 학부생 일반의 등록금 인상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고.

반면에 그 전문대학원에서의 교육 내용들은 학부에서의 교육 내용과 얼마나 다른 것인지 큰 의문을 갖게 하는 제도들이라는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기도 해. 특히 의대의 경우에는 의학전문대학원의 커리큘럼에 따를 경우 의학 교육이 부실해 질 수 있다는 의대 교수님들의 꾸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도입 10년도 안 되어 많은 학교들이 다시 학부제로 전환했어. 이러한 모습을 큰 관점에서 보면, 비슷한 내용의 교육 과정을 비용만 높여서 실시하는 것으로 대학 학과 과정이 변하는 큰 흐름이 있단다. 간단히 말하면, 교육비용만 높이고 쓸데없이 ‘스펙’만 강조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거야.

당연히 이런 흐름에 대학입시도 함께하고 있지. ‘입학사정관제’의 핵심이 바로, 대학입시에 중 · 고등학생들에게 ‘스펙’을 요구하는 거잖아. 덕분에 ‘대학입시 카운슬링’이라는 신종 사교육 시장의 전성시대가 열렸고.

슬아,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황당한 게 뭔지 아니? 2011년 2월 현재, 사립대학교 누적 적립금이 거의 7조 원에 육박한다는 점이야(김춘진 국회의원 보도자료 ‘사립대학 누적적립금 공개’, 2011. 2. 14). 도대체 왜 등록금이 1년에 천만 원을 넘어가야만 하는 걸까? 누적적립금액 1위 이화여대(6,280억), 3위 연세대(3,907억), 6위 고려대(2,305억)는 장학적립금 비율 순위로 가면 33위 연세대(14.9%), 40위 고려대(12.0%), 47위 이화여대(11.6%) 순으로 순위가 확 내려가는데, 이건 왜 이런 걸까?

부자 학교들은 그 많은 돈을 대체 어디에 쓰는 걸까? 도대체 대학들은 학생들을 어떤 존재로 여기고 있는 걸까? 그들은 그 학교들에 시험 보러 오는 수많은 수험생들을 ‘졸업장’ 사러 온 ‘돈벌이 대상’ 이상으로 생각한다고, 정말로, 말할 수 있을까?

헌법상 기본권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슬아,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학생’들이 갖는 교육과 관련된 헌법상 기본권들이 완전히 무시당하는 상황인 것 아닐까? 반면에 단지 ‘교육 장사꾼’들의 ‘직업의 자유’라는 기본권만 거의 제한 없이 보장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 ‘반 값 등록금’ 하면 되는 걸까? 그건 다음 편지에서 이야기해 보자.
 

 
차진태 (모세)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재학 중이며, 구속노동자후원회 자문위원, 대학원자치회 대표를 맡고 있다. 예수살이공동체에서 배동교육(청년교육)을 받은 회원이며, 서울대 가톨릭 기도 모임 ‘피아트(FIAT)’에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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