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지원센터 · 지금여기 공동기획] 예수를 따르는 경제, 사회적기업 2
복지시설 영양관리지원 사업체, 예비 사회적기업 (주)복지유니온
소규모 복지시설의 소비자 협동조합 꿈꿔

▲ (주)복지유니온 직원들과 장성오 대표(맨 오른쪽). 복지유니온 직원 구성은 대부분 영양사들이다. 2명의 영업직원들은 모두 외부 근무 중이었다. 일자리 지원금을 통한 일부 채용은 복지기관 조리사로 지원하기도 한다. ⓒ정현진 기자

서울시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가톨릭 사회적기업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주)복지유니온.

2011년 11월 설립해 복지시설 영양관리를 위한 전산 솔루션 보급, 식자재 납품, 조리원 파견 사업을 하고 있으며, 지난 6월 5일 2년차 예비 사회적기업이 됐다.

통상 예비 사회적기업은 2년간 일자리 창출에 대한 지원금을 받고, 그 기간 동안 공적 서비스 시행 평가를 받게 된다. 장성오 대표는 두 번째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을 무사히 받았으니, 그동안 잘 해왔다는 중간 평가가 이뤄진 셈이라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인증 사회적기업 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증 사회적기업이 되면 3년간 일자리 지원을 받게 되고, 1년 이상 사회적공헌에 대한 실적을 쌓아야 한다.

복지유니온은 복지시설 보호자와 요양자 대상 영양관리 사업을 통해 소규모 복지시설의 영양관리와 경비 절감을 꾀하고, 복지 시설에 조리사를 지원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한다. 급식 관련 사회적기업은 많지만, 50인 이하 소규모 복지시설 특히 노인과 장애인 급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9년 경력의 사회복지사, 복지의 사각지대에 뛰어들다

복지유니온 장성오 대표는 원래 사회복지사였다. 9년간 크고 작은 복지관 복지사, 관장까지 거치면서 복지시설의 양극화와 소규모 복지시설 급식의 열악한 현실을 체험했다. 복지사업법으로 극복할 수 없는 취약지대를 보면서, “그렇다면 제도 밖의 길에서 내가 한 번 해보자”고 결심했다.

“전형적인 빈익빈 부익부예요. 규모가 큰 복지시설의 경우, 급식 부분만 따지만 영양사와 조리사도 갖추고 식자재 구입도 대량이라 저렴하게 할 수 있어 비교적 양질의 급식이 이뤄져요. 하지만 소규모 시설은 예산, 인력이 부족하고 이직마저 잦아요. 같은 물건도 비싸게 구입해야 합니다. 자본주의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가 오히려 너무나 시장화됐고, 자본주의적이라는 모순이죠.”

불교재단의 한 데이케어센터에서 해결점을 고민하던 장성오 대표는 마침 이슈화된 사회적기업을 떠올렸다. 법인의 이름으로 사회적기업 신청을 했지만, 자금 문제와 이사장 교체로 무산됐다. 작은 시설들을 모아 중앙 관리 시스템으로 급식 관리를 하고, 식자재 공동구매 방식을 선택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장 대표는 결국 그 뜻을 굽힐 수 없어 직접 나섰다.

2011년 11월 법인 최소 조건인 직원 1명과 함께 복지연구소 설립으로 시작했다. 영양지원사업부를 설립해 노인복지센터, 데이케어센터에 공동관리 영양사를 지정하고 식자재 납품을 진행했다. 기업체로서 수익모델은 식자재 공급을 위한 공동구매 수수료다.

▲ (주)복지유니온 홈페이지. 홈페이지를 통해 매달 영양관리지원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다. ⓒ정현진 기자

영양사, 조리사 없는 소규모 복지시설에 솔루션 지원
섭식 어려운 노인 · 장애인 위한 유동식 개발

급식 관리를 위한 성과 중 하나는 2012년 말 개발한 영양관리 자동화 전산 솔루션 ‘유니온 COOK’이다. 영양사 없이 온라인으로 매달 체계적인 식단을 공급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각 시설에서 인원과 상황에 맞는 식단을 선택하면 요리법까지 출력된다. 해당 식재료는 복지유니온 구매 시스템을 활용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별 상황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컨설팅이 필요해 담당 영양사가 개별 맞춤 서비스를 진행한다. 매일 발주 작업을 체크하고 주기적으로 시설을 방문해 위생 점검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러나 장성오 대표가 특별히 마음을 쓰는 일은 따로 있다. 섭식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유동식과 대체식 개발이다. 이를 위해 올해 2월에는 닥터이엠과 식품 개발 협약을 체결,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고, 올해 복지유니온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됐다.

유동식과 대체식 개발은 장성오 대표가 사회적기업 복지유니온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관련이 깊다. 시설 규모에 따라 편차가 극심한 급식의 질, 특히 노인들의 특별한 상황을 배려하지 않고 시장성만 고려된 급식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개선하자는 것이 그의 뜻이었다.

장 대표는 “복지시설 노인들의 급식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그 부분만 본다면 우리나라 복지는 아주 수준이 낮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누가 언제, 복지시설에서 그런 음식을 먹게 될지 모른다. 누구나 늙지 않나. 나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을 위한 복지가 시장논리에 휘둘리는 현실, 그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간 셈이다.

“노인들은 대부분 치아가 건강하지 않고, 틀니 관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라서, 대부분 유동식을 먹거나 튜브로 주입해요. 영양소만 조합해 분유처럼 만든 것을 물에 타서 만드는 것이죠. 1년 내내 그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인간적으로 끔찍한 일이죠. 치매 노인들도 맛은 아는데, 그런 경우 먹는 일이 큰 스트레스에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병세가 악화되고 공격적 성향을 보여요. 본인도, 시설 입장에서도 악순환이죠.”

장성오 대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런 부분에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이 바로 문제”라며 “일반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고, 복지 예산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 대책을 우리가 마련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기업에서 할 수 없는 이유는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아이들에게 필요한 특수 분유처럼 다양한 조합의 제품을 소량으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장 대표는 “유동식이라도 매끼 다른 식단으로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물만 부으면 되는 반조리식품 형태로, 점도와 맛을 고려해 소량 다품종으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은 수익이 안 될 테지만 사회적 공여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매진할 생각이다.

▲ (주)복지유니온 장성오 대표. 그는 올해 복지유니온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노인들을 위한 다품종 소량 유동식 개발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진 기자

예산과 인력 부족의 악순환, 공동구매와 물류 시스템 협약으로 극복
소비 · 생산 · 복지를 아우르는 협동조합의 길

장성오 대표가 최근 추진하는 일 중 하나는 시설 공동구매를 통해 구매가를 낮추는 일이다. 그러자면 물류 시스템의 확보가 중요한데, 판로의 확보나 배송, 구매가를 결정하는 주요한 이유가 바로 물류비용이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이미 구축되어 있는 현대, CJ 등 대기업과 물류 MOU를 맺었다. 사회적기업의 목적을 이루면서 대기업에게는 사회공헌의 기회를 주는 이른바 상생 전략이다. 신생기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목표 지점을 향해 가고 있다.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물류비를 절감하면서, 소규모 기관들도 저렴하게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작년 7월부터 복지유니온 영양관리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참사랑실버케어 황중석 원장은 “당장 운영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용 없이 전문 영양사와 조리사를 채용한 효과를 얻는다”며 “당장 식자재와 식사의 질이 좋아져, 노인 분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황 원장은 “법적으로 소규모 기관은 일부 인력을 덜 쓸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서 “기관 입장에서 배려를 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일부 인력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도 소규모 시설 납품은 관심이 없다. 그러나 복지유니온처럼 외부 전문 시스템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늘어난다면 개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많은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오 대표는 소규모 복지시설의 소비자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회사 이름을 ‘복지유니온’이라고 지은 이유도 그것이다. 2명의 직원이 1년 만에 16명으로 늘어나는, ‘말도 안 되는’ 성장을 한 만큼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고 자부하는 장성오 대표. 비록 일자리 정부 지원을 제외하면 아직 적자인 회사지만, 그의 뜻과 비전만은 그 어떤 자본보다 넉넉해보였다.

장 대표는 “지속적으로 유통망을 확보하고 제조 인프라를 활용해 협동조합으로 생산 · 소비 · 복지를 아우르는 것이 목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회적기업과 연대하는 것 또한 잊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