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지원센터 · 지금여기 공동기획] 예수를 따르는 경제, 사회적기업
서울대교구 사회적기업지원센터, “사회적기업은 교회 가르침에서 비롯돼”

서울대교구 카리타스 사회적기업지원센터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공동기획

‘예수를 따르는 경제, 사회적기업’

소외와 양극화의 정점을 이룬 현대 자본주의 경제체제. 정글과 같은 구조 속에서 자본이 아닌 인간이 주체로 나서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사회적기업’. 2012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교회의 가르침과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사회적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사회적기업지원센터와 협력 중인 사회적기업을 찾아, 그들이 모색하는 인간적인 기업의 길, 공공성에 기여하는 기업의 과제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착한 소비’의 길도 함께 찾아볼 예정이다. ―편집자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망령은 이윤과 효율성이라는 두 글자로 세계를 재패했다. 본래 인간의 삶을 위해 생겨난 경제 활동은 이미 인간이 아닌 자본 그 자체를 위해 복무한 지 오래다. 인간을 배반한 경제는 승자독식을 당연시하며 1 대 99의 구도를 만들었고, 자본에 밀린 인간들의 양극화, 노동의 소외 속에서 허우적댄다.

이런 흐름과 함께 다행히 무소불위의 자본주의 구조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이 대표적이다. 이중 사회적기업은 ‘수익 창출’이라는 기업의 영리적 본질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으로 얻은 수익을 공공성의 영역으로 환원시키려는 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은 경제 영역에서 사라진 인간의 자리, 퇴행한 경제 활동의 원래 가치를 복원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새로운 시대의 기업 활동은 보다 높은 사회적 가치 지향해야”

교회 역시 경제 영역에서 인간성을 존중하고 공공성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경제활동에 대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회칙 <진리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 38항은 “새로운 시대의 기업 활동은 이익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보다 높은 사회적 가치를 지향함을 궁극적 사명으로 삼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이것이 이익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진리안의 사랑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이른다.

또 40항은 “기업 경영은 오로지 소유주의 이익만 고려해서는 안 되며 노동자, 고객, 여러 생산요소의 공급업자, 하위 공동체 등 기업 생존에 이바지하는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확신이 증대되고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승자독식 대신 공동선과 공동체를 추구하고, 자본보다 인간을 우선시하며,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의 사회적 연대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의 정신은 성경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사도들은 큰 능력으로 주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였고, 모두 큰 은총을 누렸다.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땅이나 집을 소유한 사람은 그것을 팔아서 받은 돈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놓고,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누어 받곤 하였다.” (사도 4,32-35)

사회적 요청과 교회의 가르침에 부응한 ‘사회적기업지원센터’
사회적기업 지원은 경제적 패러다임과 문화를 바꾸는 일

서울대교구 카리타스 사회적기업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는 이런 교회의 가르침과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23일 출범했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생기면서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하고, 사회경제 분야 문제의 대표적 해법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러나 기존 경제 구조 안에서 사회적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구성원들의 가치관과 경제 문화를 바꾸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시민사회와 정부 등은 경제 정의에 대한 영성과 경제적 인프라를 갖춘 종교계의 참여를 요청했다.

▲ 서울대교구 카리타스 사회적기업지원센터 윤경중 센터장. 그는 “사회적기업지원센터는 윤리경영과 사회적책임,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경제에 대한 교회에 가르침에 비추어, 경제적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진 기자

지원센터 윤경중 센터장은 “이미 교회는 경제 정의에 대해 권고하고 있으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경제와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면서 “지원센터는 기존 경제 논리가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현실에서 경제적 패러다임과 문화를 바꾸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지원센터 구성원은 윤경중 센터장을 포함한 3명.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18년간 일했던 윤 센터장과 사회복지 분야 경력자, 기업 전문가 1명이 뛰고 있다. 인원은 적지만 사회적기업 컨설팅과 지원을 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경력자들이다.

지원센터는 출범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과 사회적기업의 양성이다. 이 두 가지를 위해서 지원센터는 우선 신자들을 대상으로 사회적기업과 경제적 인식의 전환을 위한 홍보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교회 내 사회적기업 물품 홍보, 인큐베이팅, 컨설팅 등을 진행한다. 그동안 지원센터가 컨설팅한 기업은 60여 개, 그 중에서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기업은 10여 개이며, 2개의 기업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사회적기업은 기본적으로 인증을 위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속도는 더디다.

그러나 윤 센터장은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다. 교회 가르침에 맞는 문화로 바꾸지 않고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그러나 서둘러서도 안된다. 천천히 문화와 가치관을 바꾸는 일인 만큼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우리만의 속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의 태생적 위기, 판로 개척과 마케팅
아직 어린아이와 같은 사회적기업, 경쟁보다 지원 절실

교회 내 뿐만 아니라 국내 사회적기업들이 한결같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바로 판로 개척과 마케팅이다. 교회 사회적기업은 특히 사회복지시설로부터 출발한 곳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더욱 크다. 전반적으로 사회적기업은 기존 기업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수 없는 ‘유치 산업’에 가깝다. 자립을 위해서는 소비자와 정부, 연관 단체를 통해 어느 수준까지는 지원을 받아야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언제까지 시민들의 ‘착한 소비’에만 기댈 수 없으므로, 지원을 통해 제 자리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윤경중 센터장은 “사회적기업 육성과 지원은 현재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아직은 경쟁에 앞서 교회라는 울타리,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초기 지원을 하고, 기업간 연대가 이뤄지면, 자연히 제품의 질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대교구 카리타스 사회적기업지원센터 홈페이지 ⓒ정현진 기자

지원센터는 이같은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4월 11일 ‘가톨릭 사회적기업 네트워크’(대표 장성오)를 출범시켰다. 40개의 사회적기업, 예비사회적기업이 함께하는 ‘네트워크’는 참여 기업 간 소통을 통해 상호 컨설팅과 마케팅 협력 체제를 구축한다. 홍보와 마케팅, 물류 등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참여 기업간 기금 마련도 준비 중이다.

윤경중 센터장은 “이 네트워크는 운영 면에서의 상호 지원과 함께 가톨릭 사회적기업의 윤리적 기준을 마련한다는 목적이 크다”면서, “공동체, 사회공헌을 위해 흔들리지 않는 공동의 가치 기준이 필요하다. 공동 마케팅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변치 않는 윤리적 기준 확립, 이것이 네트워크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지원센터와 네트워크의 최종 비전은 전국적인 규모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단 규모와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전국 교구로 확장해 사회적기업이 건강하고 자유롭게 커갈 수 있는 생태계의 큰 흐름을 만들자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그러나 혼자서가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뜻을 같이 하는 전국의 풀뿌리들이 뭉쳐,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경제 정의의 큰 물줄기를 형성해갈 것이다. 이것은 센터 뿐만이 아닌 사회적기업에 뜻을 둔 우리 모두의 비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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