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의 민들레와 '산위의 마을' 첫 번째 종신서원 가족 탄생

▲ 제16기 민들레들이 서원식을 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지난 3월 1일 예수살이공동체가 창립 15주년을 기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200여 명의 공동체 더부네들이 함께 자리해 11명의 제16기 민들레와 ‘산위의 마을’ 첫 번째 종신가족의 탄생을 축하했다.

미사에 앞서 열린 특강에서 박기호 신부는 ‘평화가 너희와 함께 – 난세를 사는 지혜’라는 주제로 예수께서 주시는 평화는 무엇이며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박 신부는 “고난의 삶을 살았던 예수가 평화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분이 에고가 없는 분이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수님은 늘 ‘나는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따른다’고 말씀하셨다. 즉, ‘나’, ‘자아’가 아니라 하느님으로 가득 찬 분이셨다. 당신 자신으로서가 아니라 하느님을 담은 그릇처럼 사셨다. 그리고 하느님으로 가득 찬 이는 곧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가난한 이들로 가득 찬 사람이다.”

박 신부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투스의 말을 빌려 이런 평화를 삶 속에서 만들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내 것과 내 것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과 ‘감정을 바라보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의 결정까지 내가 생각하기 때문에 분노가 생긴다. 그것을 구분하고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결과가 내 마음을 무겁게 하거나 우울하게 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는 ‘감정을 바라보는 것’이다. 감정은 그 시간, 그 사건에 붙어 있는 그림자다. ‘지금 여기’로 끌고 올 필요가 없다. 시간과 공간을 벗어난 곳에서까지 그림자의 지배를 받아야하는가 묻고 해결하려고 해보자. 그럼 생의 많은 부분을 행복감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 박기호 신부가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특강에 이어 길벗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미사에서는 교육을 거쳐 공동체 성원이 된 11명의 민들레 서원식과 산위의 마을 첫 번째 종신서원식이 함께 열렸다. 6년간 산위의 마을에서 생활한 김영기·김연옥 부부와 2명의 자녀는 더부네들 앞에서 평생 산위의 마을에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공동체와 함께 살아갈 것을 서약했다. 길벗 사제단과 공동체 더부네들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따뜻한 포옹을 나눴다.

이날 종신서원식을 한 김영기 씨는 “6년간 마을생활을 하며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고, 내 마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마음을 꺼내 쓸 때 평화롭고 자유로우며, 내 생각이 옳은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김 씨는 “하느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하시고, 이루고자 하시면 이루신다는 것을 알았다.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생활하며 하느님의 일에 작은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3기 암 선고를 받고 공동체 생활을 하며 건강을 회복한 김 씨의 부인 김연옥 씨는 “공동체의 믿음과 기도로 지금 기쁨과 평화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잘라진 한쪽 가슴 사랑으로 가득 채우며 살겠다는 주님과의 약속을 잊은 채 어리석음과 완고함으로 경직된 공동체 생활을 했다. 행동에 대한 강령만 있을 뿐 생명을 살리는 하느님의 모습은 없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6년이라는 긴 시간 기다려주셨다”면서 “흙을 일구듯 생명을 일구며 세상과 함께 호흡하되 세상과는 다른 삶으로 세상과 하느님의 나라를 잇는 사다리가 되고자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소비사회에서의 대안적 삶’을 추구해온 예수살이공동체에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배동교육과 장년을 대상으로 한 제자교육이 있으며 일 년에 각각 두 번 열린다. 제43기 청년배동교육은 3월 14일에서 17일, 제44기 배동교육은 7월 11일에서 14일까지이며 제22기 장년제자교육은 4월 11일에서 14일, 6월 13일에서 16일까지 열린다. (문의 : 02·3144·2144 )

▲ 박기호 신부가 첫 번째 종신서원식 가족인 김영기·김연옥 씨와 자녀 김강산 군에게 안수를 주고 있다.ⓒ문양효숙 기자

▲길벗 사제들이 16기 민들레 서원자들에게 안수를 주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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