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가소비녀회 조진선 수녀

“내리시오, 내리시오, 강생하시오.” (성가소비녀회 설립자 성재덕 신부)

가난한 이들에게 찾아가 그들이 원하는 것과 하느님의 뜻을 찾으라는 ‘강생’은 성가소비녀회의 영성이다. 지난 10월에 시작된 정의평화창조질서보존모임은 그 영성에 대한 새로운 응답으로, 가난함을 살아가는 이들,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함께 다가가자는 시도다. 더불어 공부하고, 현장으로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그것을 나눔으로써 삶을 더 넓게 확장하고 깊게 성장시키기 위한 내딛음이다.

무엇보다 이 모임에서 일관된 것은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묻는 것, 우리가 사는 공간과 이웃 공동체 안에서 가장 낮게 오신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 그리고 ‘나는 곧 너’임을 깨닫는 것이다.

성가소비녀회 의정부관구에서 홍보국 일을 맡으며, 수녀장상연합회 탈핵자연에너지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조진선 수녀는 그런 맥락에서 정의평화창조질서보존모임의 실무자로 참여하고 있다. 

▲ 성가소비녀회 조진선 수녀. ©정현진 기자

정의평화창조질서보존모임은 마리아전교자프란치스코회가 각 공동체의 현장 연계와 실천을 이끌기 위해 만든 JPIC(Justice, Peace, & Integrity of Creation) 방법론을 가져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성가소비녀회 의정부관구는 JPIC를 수녀원 내 양성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켰고, 올해 10월부터 수도원 밖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동반자로 맞이하기 위해 청년 모임을 시작했다.

“주님의 영이 우리를 다그치신다. 세상의 절박한 곳으로”

이는 2000년 초반 강신숙 수녀가 진행했던 사도직 연구모임(사도연)의 대물림이기도 하다. 1년 남짓 추진되다가 중단됐던 사도연은 2008년 성가소비녀회 의정부관구가 설립되면서 선포된 비전을 통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 4년간 의정부관구 평의회는 “‘와서 보시오’라고 했던 예수의 참제자 되기, 사람과 생태를 살리는 리더로서의 소비녀, 변두리로의 이동”이라는 세 가지 비전을 실현해왔다. 또한 현재 열리고 있는 제15차 수도회 정기총회 주제인 ‘주님의 영이 우리를 다그치신다. 세상의 절박한 곳으로...’에 대한 실천으로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실천적인 삶과 기도를 통합시킬 수 있도록 청년 JPIC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

조진선 수녀는 이를 두고 오랫동안 ‘강생’이라는 영성에도 불구하고 기도와 연구 등 관념적인 양성과 활동에 머물렀던 것을 깊이 성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 총회를 통해 JPIC와 사도연이 통합된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으로 모임의 명칭을 정했고, 사도연을 이끌었던 강신숙 수녀와 조진선 수녀가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수녀원 내 양성은 물론, 사회에서도 함께 그들의 영성을 살아갈 이들의 모임도 함께 만들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세상에 뛰어들 준비, 왜 뛰어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만 해왔다. 실천, 복음, 기도, 내적 치유 모두 중요하지만 무엇이 먼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느님께 온전히 귀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어른들은 말씀하지만, 그것은 평생 해야 할 일이고, 현장에서 하느님과 만나는 체험도 중요한 양성의 하나다. 현장체험과 기도는 함께 가야 한다.”

▲ ©정현진 기자

조진선 수녀는 JPIC를 통해 “현장을 찾고 사유하고 그러면서 예수님 앞에서 기도하는 하나의 활동 맥락이 또한 총체적 치유과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러나 그 치유는 혼자만의 것이 아닌 함께 이루는 치유”라고 전했다.

조 수녀는 “평생 기도했지만, 당장 세상과 분리되어 있다. 문 밖에만 나가면 피 흘리는 현장이 있는데 외면할 수 있나? 안에서 세계 평화,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해 얼마나 절박하게 기도할 수 있겠나”라면서, “직접 가난한 이들과 동행하는 것은 우리 기도의 열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설립자 신부님은 노동자의 가정으로 가라고 해석의 여지가 없이 분명하게 말씀하셨다”고 하면서, “성가소비녀회의 강생은 이른바 시설 중심의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곁에 가서 하느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앙과 삶의 일치에서 오는 힘

조진선 수녀는 “현장에 다녀오면 오히려 힘을 받는다. 그것은 우리가 갖는 믿음과 영성을 실천하는 것에서 오는 일치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 인식, 회개, 하느님으로의 귀의 역시 수도원에 앉아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양성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고, 현장에서의 깨달음과 은총의 체험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도자들은 환자가 있다면 그의 병세만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아프게 된 배경까지 살펴야 한다.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하느님 나라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조진선 수녀는 두 번의 정의평화창조질서보존모임을 통해 반신반의하던 참가자들, 회의적이던 참가자들에게서 고무적인 반응을 봤다고 하면서, “앞으로 모임의 내용과 형식을 참가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면서 각자 삶 안에서 해방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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