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성체훼손사건에 대한 천주교 강정현장팀의 의견

강정에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김성환 신부, 이영찬 신부, 문정현 신부, 정선녀 강정공소회장, 오두희 활동가, 한경아 활동가 등이 8월 8일 성체훼손 사건과 관련한 진상을 밝혔다. 그 내용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보내와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8월 8일 오전 11시 여느 때처럼 ‘강정생명평화미사’가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과 사업단 정문에서 봉헌되고 있었습니다. 11시 40분경 공사장 정문에 있던 문정현 신부는 성체분배를 하러 강정 공소회장님과 함께 해군기지 사업단 정문으로 내려갔습니다. 문정현 신부만 성체분배를 하지는 않습니다. 형편 따라 다른 신부가 하기도 합니다.

경찰은 레미콘 출입을 위해 미사 중간 성찬의 전례 때 자주 경찰들을 동원해 신부와 지킴이들을 고착하기 때문에 성체 분배가 이루어지는 시간은 어떤 날은 고착 전, 어떤 날은 고착해제 후, 또 어떤 날은 고착된 상황에서 하게 됩니다.

▲ 9월 14일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신자들 ⓒ진달래산천

이날도 문정현 신부가 사업단 정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레미콘 출입을 위해 경찰들이 신부와 신자 그리고 지킴이들을 정문 양쪽으로 고착 시키는 것을 끝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문정현 신부와 강정 공소회장 주변에는 경찰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고 문정현 신부는 여느 때처럼 성체분배를 위해 경찰이 길을 터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업단 정문을 나오려는 레미콘이 사업단 정문 안에 있었고, 이를 빼기 위해 서귀포경찰서 구슬환 경비과장이 갑자기 “문 신부 고착해”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여러 명의 경찰이 명령을 받고 문정현 신부에게 몰려와 밀어대며 고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문정현 신부는 성체를 높이 들어 올려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리스도의 몸”이라 외쳤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면서 성체를 든 문정현 신부 손목을 잡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경찰들은 계속 강정교 쪽으로 문정현 신부를 밀어붙이면서 고착하고 압박했고 이 과정에서 문정현신부의 손에 모시고 있던 성체가 부러져 땅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문정현 신부는 빈틈도 없이 고착된 상태에서 땅에 떨어진 성체를 주우려 했으나 경찰이 계속 밀어붙여 성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레미콘이 지나가고 경찰 고착이 풀어지자 문정현 신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성체가 땅에 떨어져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그곳으로 이동하여 10여 초 동안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는 순간, 성체를 보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철수하는 경찰 중 한 명에 의해 성체가 짓밟혔습니다. 그 순간 문정현신부와 곁에 있던 강정 공소회장, 신자들은 경악하여 그 경찰을 붙들었으나 그 경찰은 다른 경찰들의 보호로 사람들을 뿌리치고 도망갔습니다. 문정현 신부는 다시 성체가 짓밟히지 않도록 온몸으로 덮었습니다.

문정현 신부는, 경찰들이 평소와 달리 폭력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해 종교행사를 방해 했을 뿐 아니라 급기야 성체가 경찰에 의해 훼손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교구에 보고하고, 교구차원에서 성체를 수습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현장을 보존하고, 강정마을 관할 성당인 서귀복자 주임 신부와 교구청 담당 신부에게 이를 보고했습니다. 오후 2시경 서귀복자 주임 신부와 교구청 담당 신부가 도착해 성체를 수습했습니다.

▲ 9월 15일, 포클레인이 제주 강정 구럼비 바위를 파내고 있다. ⓒ진달래산천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는 문정현 신부와 강정생명평화미사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 선전이었습니다. 전 제주지방경찰청에서 근무했다는 송요한 경장(이 사람은 나중에 서귀포경찰서 경찰로 밝혀짐)이 8월 10일 위키트리(소셜 네트워크 뉴스 서비스)에 ‘강정마을 성체훼손 논란, 사실은 이렇습니다’ 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 글에서 송요한 경장은 “문 00 신부가....경찰관들의 모자를 내리치는 등 거칠게 저항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송요한 경장이 위키트리에 올린 동영상과 강정지킴이가 위키트리에 반박으로 올린 동영상, 그리고 또 다른 강정지킴이들이 찍은 동영상 어디를 보아도 “문정현 신부가 경찰관들의 모자를 내리치는” 모습을 볼 수 가 없습니다.

그리고 송요한 경장은 그의 계속되는 글에서 “당시 촬영된 동영상을 확인하여 보면 경찰관이 직접 문 00 신부를 뒤에서 안아 약 1.5m 가량을 움직였을 뿐, 다른 물리적 접촉이 전혀 없었습니다”라고 합니다. 그날 다각도에서 찍은 강정지킴들의 동영상을 확인해 보면, 송요한 경장이 올린 동영상이 조작되었다는 의심이 들고, 경찰관 한 사람이 문정현 신부를 뒤에서 안은 것이 아니고, 위에서 언급한 대로 여러 명의 경찰들이 문정현 신부를 밀어내고, 고착하고, 빈틈없이 압박 했습니다. 그래서 송요한 경찰의 “물리적 접촉이 전혀 없었습니다”라는 말은 거짓 말 임이 드러났습니다.

송요한 경찰은 그 글에서 “저들은 성체가 매우 민감한 문제인 것을 알고 이슈화를 위한 매개체로 삼은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전부터 강정마을의 이슈화와 육지부의 지원세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경찰비난을 원동력으로 삼아 왔던 것은 모두가 잘 아실 것입니다”라고 합니다. 송요한 경장이 말하는 “저들은”이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그가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문맥상으로 보면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과 사업장 정문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문정현 신부와 다른 신부들, 미사참례 하는 신자들을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미사를 집전하는 문정현 신부와 다른 신부들, 미사참례 하는 신자들이 성체를 이슈화를 위해서 이용했다는 말과 같습니다.

송요한 경장은 자기 자신을 “천주교를 믿고 있으며 유아세례를 받은” 송요한 경장이라고 소개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신자라는 분이, 신부가 성체를 든 손으로 모자를 치는 그렇게 위험한 짓을 했다고 생각 하십니까? 어떻게 신자라는 분이,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들과 미사참례 하는 신자들이 이슈화를 위해서 성체를 이용했다고 말 할 수 있습니까?

송요한 경찰에 의한 강정생명평화미사를 집전하는 문정현 신부와 다른 신부들, 미사참례 하는 신자들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선전이 퍼져 나갈 때, 천주교 신부들과 신자들 사이에서도 “문정현 신부가 성체훼손 의도성이 있었다.” 라는 왜곡선전이 퍼져 나갔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 속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경찰들의 행태입니다. 8월 8일 성체훼손사건 다음날에 제주지방경찰청 정보과장과 성체훼손사건 현장 지휘자인 서귀포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주교님이 외국에 계셨기 때문에 제주교구 총대리 신부님을 찾아가 사과를 했고 재발방지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서귀포서 경비교통과장이라는 사람은 사과를 하고나서 바로 강정해군기지사업단 정문에 나타나 신부들을 들어 옮겨 고착하고 두 명의 활동가를 연행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서귀포경찰서장은 성체훼손에 대한 항의로 사업단 정문에 앉아 있는 신부들께 왔습니다. 아마도 사과하러 왔겠지요. 그런데 사과하러 온 사람의 자세가 거만하기 이루 말 할 수 없는 자세이었습니다. 그의 그 자세는 활동가들의 카메라에 잡혔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9월 7일 제주지방경찰청장은 강우일 주교님을 찾아가서 사과를 드렸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제주지방경찰청장의 사과를 빛바래게 하는 사건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귀포경찰서 송요한 경장의 글은 아직도 위키트리에 실려 있고, 이글은 다른 가톨릭 웹사이트에 옮겨져 신자들을 혼란하게 만들고 있고, 강정생명평화미사를 집전하는 문정현 신부와 다른 신부들, 미사참례 하는 신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습니다.

강정에서 경찰들의 안 좋은 면면들을 많이 보아 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얻은 교훈은, 경찰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말로만 아닌, 가시적인 무엇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8 성체훼손사건은 경찰들에 의한 과잉진압의 결과로 밝혀진 이상, 경찰들은 이제 진정성 있는 사과를 보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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