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남도당, “주민피해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한전에 있어”

한전의 밀양송전탑 공사가 단장면에 이어 상동면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과 함께 공사를 막던 민주당 시의원이 무차별 폭행을 당해 입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일 밀양시 금곡리에 위치한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이하 송전선로 사무소)에서 주민과 동양건설 소속 직원들과의 격렬한 마찰이 있은 뒤 25일에는 민주당 문정선 시의원이 같은 장소에서 진입을 시도하다 두 차례에 걸쳐 시공사 직원들에게 신체를 결박되는 폭행을 당해 현재 밀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에 분노한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765kv 송전선로 4공구 현장사무소에서 농성에 들어갔고, 민주통합당도 당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 문 틈에 끼어 쓰러진 문 시의원이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분신대책위

▲ 건설사 사무소로 진입을 하려는 문정선 시의원을 건설사 사무소 직원이 두 발로 머리를 짓누르며 결박하고 있다. ⓒ분신대책위

문정선 시의원 입원... “건장한 남성 4~5명이 나를 깔고 앉았다”

문 시의원은 이날 25일 다가오는 태풍으로 밀양댐 인근의 천막농성장에 바람막이를 전달하려고 나섰다가 96번 송전탑에서 헬리콥터를 띄운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 한 사람과 밀양시 단장면 금곡리 미촌 시유지에 있는 765kv 송전선로 4공구 현장사무소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40분께. 송전선로 현장사무소는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출입문 아래의 공간에는 가시철망이 설치돼 있었다. 상동면 방향으로 헬리콥터가 자재를 싣고 이동하는 것을 목격하는 사이 동화전 마을의 한 주민이 트럭을 가져오면서 내부를 넘겨볼 수 있었다.

이때가 오후 3시다. 컨테이너에는 109번이라고 글씨가 적혀 있고 헬리콥터는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를 목격한 문 시의원은 헬리콥터를 막기 위해 출입문 아래의 철망의 틈을 비집고 진입을 시도했다.

틈 사이로 머리와 한쪽 다리가 들어간 상태에서 건설사 직원들은 안쪽에서 발을 이용해 가로막았다. 20여명 가량의 몰려나왔고 건장한 체격의 시공사 직원들은 문 의원을 몸을 짓누르고 두 발 사이로 머리를 끼우며 결박했다. 40여분 가량 결박된 채 꼼짝하지 못했던 문 의원은 “내 손을 잘라라”고 하며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문 의원은 고통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면서 통증을 호소했다.

그 사이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주민이 몸싸움을 하며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상동면 성은희 씨도 문 시의원을 돕다 출입문에 몸이 끼이면서 쓰러졌다. 또 다수의 주민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단장면 용회마을과 동화전 마을 주민은 격렬한 저항을 하며 진입을 시도했고, 김정회 동화전마을 대책위원장은 담을 넘어 진입했다가 10여명의 건설사 직원에 의해 현장사무소로 끌려가 감금당하기를 3차례 반복했다.

▲ 문 시의원에 대한 폭행에 항의하며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4공구 현장사무소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구자환 기자

▲ 진입을 시도하는 문 의원에게 남성 직원이 몸으로 결박을 하고 있다. ⓒ분신대책위

“헬기 띄우면 어머니 아버지가 또 산으로 올라간다”

일부 주민이 지나가는 차량을 막으며 “한전이 사람을 죽인다”고 도움을 호소하면서 결박에서 풀려난 문 시의원은 건설사 사무소로 달려가 책임자로 보이는 이에게 무릎을 꿇고 “헬기를 띄우지 말아 달라. 헬기를 띄우면 어머니 아버지가 또 산에 올라가야 한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문 시의원은 헬기의 이륙을 막기 위해 곧장 헬리콥터가 있는 곳으로 뛰었다. 하지만 동양건설 소속 직원들에게 제지를 당하면서 쓰러진 문 시의원은 남성 7~8명에게 몸을 짓눌리는 결박을 다시 20여분 동안 당했다. 4공구 사무소 현장 땅바닥은 자갈로 덥혀 있다.

문 시의원은 “내가 누워진 상태에서 음부 위에 한 놈이 걸터앉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며 “빠져나오려고 버둥거리니까 현장 직원들이 와서는 왼쪽과 오른 쪽 팔을 비틀었다”고 말했다. 또, “머리로 반항을 하니까 손으로 머리를 밀면서 결박했다”며, “이 과정에서 목을 다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와서 보니까 머리카락 사이로 사리(돌)가 수없이 떨어지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최아네스 밀양가르멜여자수도원 대리인은 “문 시의원이 발버둥을 치자 건설사 한 간부는 양 다리 사이로 음부 위에 걸쳐 앉아 짓눌렀다”며 “다른 직원들도 쓰러진 문 시의원의 몸을 깔고 앉았다”며 성폭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당시 문 시의원이 완전히 탈진한 상태였다”며, “병원으로 후송하려고 했으나 문 시의원은 ‘내가 여기서 나가면 헬기를 다시 띄운다’며 거부하고 공사자재가 있는 쪽으로 이동해 헬리콥터에 자신의 몸을 묶었다”고 말했다.

현재 밀양병원에 입원 중인 문정선 시의원은 전신에 타박상을 입어 등과 다리 등에 멍이 퍼져 있는 상태다. 또, 목뼈가 경직돼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같은 날 출입문에 몸이 끼여 쓰러졌던 성은희 씨도 함께 입원해 있다.

▲ 밀양병원에 입원 중인 문정선 시의원. 같은 병실에는 성은희씨도 입원 중이다. ⓒ구자환 기자

▲ 25일 109번 송전탑 건설을 막던 한 할머니가 헬리콥터가 일으킨 바람에 의해 쓰러지면서 부상을 당했다. ⓒ분신대책위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송전탑 공사 즉각 중단하라

이와 관련해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26일 논평을 통해 소속 시의원뿐만 아니라 밀양 주민의 피해를 묵과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민의 피해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한전에 있다고 지적하고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국민들은 원전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며 한전은 새로운 원전 건설 등 대책도 없는 근시안적인 에너지 정책을 펴지 말고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영달 도당위원장은 “중앙당도 대책을 함께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해서 주민들이 계속 부상하게 만든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밀양시청은 지난 6월31일 상동면에 위치한 109번, 117번, 118,번 119번 송전탑 공사를 허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 시공사는 9월 안으로 이곳의 송전탑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밀양시 4개면 주민들은 4공구 현장사무소에도 천막농성을 시작하며 현장사무소과 산속 공사현장을 오가며 송전탑을 저지하고 있다. 25일 109번 송전탑 현장에서 공사를 저지하던 한 할머니는 헬리콥터가 일으킨 바람에 떠밀려 쓰려져 팔을 다치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기사 제휴 :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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