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들, 국회에서 증언대회 열어
국회의원들에게 생생한 현실 알리고 "제발 도와달라" 호소...
주민들 "우리는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살던대로 살기위해 죽음 각오하고 싸울 것"
"정부가 국민들에게 이러면 되겠습니까? 의원님들, 송전탑 건설 사업 멈추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더 이상 믿을 사람이 없습니다. 믿어도 되겠습니까?"
7월 23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지하 소회의실에서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 민주통합당 초선의원 모임인 '초생달'('초선의원 민생현장을 달려가다'의 약칭),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실이 공동 주최하는 '밀양 765kv 송전탑 피해자 국회증언대회'가 열렸다.

765㎸ 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공사를 막아내고 있는 경남 밀양 상동면, 부북면, 산외면, 단장면, 그리고 경북 청도군 주민들은 이 자리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활동 과정과 그에 따른 피해 상황, 정부와 한전 측의 인권 유린 등을 증언해 정치권에 사실을 전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결의문을 발표했다.
진행을 맡은 김준한 신부(부산교구)는 증언대회를 시작하며 "이 긴 7년의 싸움은 결코 일부의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이 나라 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이 나라가 국민들에게 이런 고통을 줍니까?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 산을 오르며 공사를 막았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욕심이 없습니다. 그저 짓던 농사 그대로 지으며 살다가 죽게 해 주십시오."
"한전 직원들과 시공사 직원들은 우리 주민들을 개 취급하며 조롱합니다. 손자뻘 되는 그들은, 우리가 나무 베는 것을 막으려고 이리저리 쫒아 다니고, 가파른 산길에서 기어다니는 것을 보면서 '오늘은 할머니들 열바퀴 돌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힘이 듭니다."
"다 죽게 됐던 제가 이 마을(부북면 평밭마을)에 와서 다시 살게 됐습니다. 그 푸른 녹색으로 꽉 찬 아름다운 화악산에 송전탑이 웬 말입니까. 우리집 앞까지 들어와, 강제로 재산을 강탈하다니……. 정부는 국민들, 서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닙니까? 매일 휘발유가 담긴 병을 들고 산에 오릅니다. 우리는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거에요. 우리가 죽어서라도 세상에 억울함을 알릴 수 있다면, 남은 여생 그나마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며 그간의 고통과 억울함을 호소했다.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이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음에도 강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당한 보상을 받더라도, 수십 년간 살아온 삶터와 일터를 잃는 '특별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지만, 공익을 위해 송전탑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희생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송전탑 건설의 필요성이란 모두 왜곡된 사실이며 명분을 잃어버린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날 증언대회를 공동 주최한 민주통합당 '초생달' 의원들은 지난 5월 23일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게 됐으며, 6월 13일에는 한국전력공사 측에 "밀양 송전탑 공사와 관련해 주민들에 대한 한국전력의 폭력적 대응과 인권침해가 또 다시 발생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할 수 있는 모든 정치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초생달' 소속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밀양 송전탑 문제를 바라보는 원칙은, 이것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문제라는 것이며, 더이상 강정 해군기지, 고리 원자력발전소 등 주민의 의사에 반해 국책사업이 진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견해를 밝히면서 "열 명, 백 명의 편익보다 한 사람의 생존권이, 몇 백억의 이익보다 사람의 생명과 생존권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의 변화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또 2009년부터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에 힘써 온 민주통합당 조경태 의원은 "밀양 송전탑 건설의 시작은 핵발전소"임을 분명히 하면서 "정부가 고리 1호기를 폐쇄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곧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엄청나게 번질 텐데, 정부는 이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어떤 것도 알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핵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는 것이 순리다. 우리는 10년 이내에 어찌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머리에 이고 사는 셈이다. 지금부터 시작인 싸움이다. 밀양 송전탑 싸움은 765㎸ 송전탑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인류를 지키는 고귀한 싸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언대회 후 자리를 국회 정론관으로 옮긴 주민들은 '밀양 주민들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정부에 대해서는 공사 중단과 함께 송전탑 건설 백지화, 대안 노선 검토, 기존 송전선로 사용, 초전도체 지중화 밀양 시범구간 설정 등 대안에 대해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대선주자들과 국회의원들에게는 전원개발촉진법 개정,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 증설계획 취소 등을 요청하고 주민들과 대화에 임할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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