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홍보·커뮤니케이션 총괄 직책 신설해 이미지 쇄신 시도

'바티리크스'로 곤욕을 치러 온 교황청이 최근 홍보 담당 직책을 신설하고, 보수적인 종교단체로 알려진 오푸스데이 소속 언론인을 고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황청의 적극적인 홍보·커뮤니케이션 전략

교황청은 국무성성(國務聖省, Secretariat of State)의 홍보·커뮤니케이션 수석 고문 직책을 신설하고 6월 25일 바티칸 라디오 방송을 통해 미국의 주간지 <타임>과 <폭스뉴스>의 로마 특파원을 지낸 언론인 그렉 버크(Greg Burke)를 고용했다고 발표했다. 그렉 버크는 7월부터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예수회)와는 별개로 교황청과 관련된 모든 언론과 출판물 등의 홍보 전략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는다. 또한 그렉 버크는 교황청 공보실에 소속되지 않고, 최고위급 인사들과 함께 바티칸 궁 3층에서 근무할 것으로 알려졌다.

▲ 그렉 버크 ⓒCNS/Chris Warde-Jones

그동안 교황 베네딕토 16세 즉위 이후 교황청은 잇따라 심각한 위기를 겪어왔다. 2006년 교황이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폭력과 연결시킨 발언을 한 뒤 이슬람권의 항의 시위가 몰아쳤고, 2009년에는 한 주교가 홀로코스트를 부인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2010년 인터뷰에서 교황이 콘돔과 에이즈에 대해서 했던 이야기가 정확히 어떤 의도였는지를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사제들의 성추문으로 인한 위기가 유럽 전역과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끓어올랐다. 또 가장 최근에는 5월 25일에 교황의 집사가 기밀문서 소지 혐의로 체포되면서 바티칸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며, 미국 여성수도자장상연합회에 탄압을 가함으로 인해 벌어진 논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통 교조주의로 알려진 조직의 회원이자
교황에 대한 충성심 갖춘 인물 고용"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교황청 스스로 홍보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고 적극적인 홍보·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펼치겠다는 의지로 비춰지고 있다. 미국 <내셔널가톨릭리포터>의 선임기자 존 알렌(John L. Allen)은 칼럼을 통해 “교황청의 구상은 대외적으로는 롬바르디를 내세우면서도 버크를 막후에서 활동하게 함으로써 일이 터지고 난 뒤에야 바티칸이 대중의 반응을 살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그렉 버크의 이력이 요한 바오로 2세가 고용했던 미디어 전문가 나바로 발스(Joaquin Navarro-Valls)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도 관심을 받고 있다. 나바로 발스가 스페인 일간지인 <ABC>의 로마 특파원이었으며 로마의 외신 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렉 버크는 1980년대 말부터 로마에 상주하며 바티칸 취재담당 기자로 일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 모두 교황청 출입 기자들과 밀접한 인맥을 형성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특히 두 사람은 모두 오푸스데이의 뉴머러리 회원(numerary, 독신을 선택하고 오푸스데이의 중심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존 알렌은 “정통 교조주의로 알려진 조직의 회원이며 교황에 대한 충성심을 갖춘 두 사람에게 바티칸의 문을 열 수 있는 ‘승인 도장’이 주어졌음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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