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장상연합회 탈핵에너지위원회 소속 수녀들, 밀양 가르멜 수녀원 방문해 연대 모색

4월 23일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사회사목분과 탈핵에너지위원회 소속 수녀 8명이 송전탑 건설 사업 백지화를 위한 연대를 모색하기 위해 밀양 가르멜 수녀원을 방문했다.

올 초 조직된 사회사목분과 탈핵에너지위원회는 지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를 계기로 탈핵과 대안에너지 확산을 위한 활동에 주력해왔다. 장상연합회 사무국장 곽병월 수녀, 사회사목분과장 김영미 수녀 그리고 오 프란치스카 수녀를 비롯한 탈핵에너지위원회 위원들은 이번 방문을 통해 밀양 송전탑 건설 사업으로 주민들과 함께 싸우고 있는 밀양 가르멜회 수녀들을 방문해 격려와 위로를 전하고, 밀양 송전탑 건설 사업 상황에 대해 공유했으며, 조직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

▲ 가르멜 수녀원과 주민들 사이의 소통창구이자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최 아녜스씨가 밀양 송전탑 건설 사업에 대한 경과와 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밀양 송전탑 건설 사업은 故 이치우 씨의 죽음으로 6월 7일까지 잠정 중단됐지만, 주민과 한전의 합의가 이뤄진 청도면은 5월 초부터 공사가 재개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수녀원 측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지만 4월 중순부터 한전 측은 수시로 공사를 시작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가르멜 수녀원 측은 “그분께서 우리를 이곳으로 보내셨으니, 어떻게든 도와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한전과 정부도 수녀원이나 가톨릭 교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하면서도, “우리도 이곳 주민이고, 다른 주민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로 맞서고 교회에 소속되어 있는 우리가 나서는 것보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합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르멜 수녀원은 밀양으로 이전하자마자 송전탑 건설을 통보받았고 당시에는 주민들도 자포자기 한 상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주민들이 나서 싸우기 시작했고, 이치우 씨의 분신을 계기로 자신들이 나서서 싸워야 한다는 결의가 이뤄지고 있다.

▲ 가르멜 수녀원의 활동을 공유하고, 앞으로 수녀장상연합회와 어떤 연대 활동을 이어갈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가르멜 수녀원 측은 처음에는 독자적인 대응을 준비했지만 주민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먼저 주민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이뤄가는 노력을 시작했다. 한전 측이 수녀원을 가로지르는 송전선로를 마을 쪽으로 옮겨주겠다고 회유했을 때, 단호히 거절했던 이유도 이미 자신들은 밀양의 주민이었기 때문이고 그들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전 측의 제안을 거절하고 더 이상의 면담을 거절하자 한전 직원들은 일주일이 넘도록 봉쇄 수도원을 절차도 무시한 채 드나들며 미사참례를 빌미로 수녀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그 덕분에 주민들은 수녀들을 주민으로, 동지로 받아들였다. 수녀원 측은 “이제 주민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고 있다. 그들이 가는 곳에 우리도 있을 것이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함께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가르멜 수녀원의 입장을 전해들은 곽병월 수녀(장상연합회 사무국장)는 “이 밀양에 가르멜 수녀원이 오게 됨으로써 송전탑과의 싸움에 교회가 동참하고 실상을 알 수 있게 됐다. 이 일을 통해 더 큰 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위로를 전하면서, “특히나 송전탑 문제는 핵발전, 핵마피아와 연관된 일이므로 더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맞서야 할 일인 만큼 조직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또 “현실적으로 모든 현장에 있기는 어렵고, 추후 구체적으로 논의를 해야 하겠지만, 우선적으로 밀양의 현실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고, 장상연합회 모임과 총회를 통해 동참을 유도할 예정이다. 밀양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수도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할 것이고, 현재 진행중인 수요일 촛불집회와 금요일 영남루 미사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르멜 수녀원 방문을 마친 뒤, 이들은 부북면 평밭마을 현장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을 방문해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 가르멜 수녀원 방문 후, 부북면 평밭마을 현장을 찾아 함께 기도하며 주민들을 응원했다.

탈핵에너지위원회 대표 위원인 오 프란체스카 수녀(성 바오로 딸 수녀회)는 "밀양의 싸움은 그동안 너무 외로웠다. 연로한 노인들과 수녀님들이 싸우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여러 대안이 있는데도 거부하고 타당성도, 합리성도 없이 밀어붙이는 한전 측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하면서, "이들의 싸움이 외롭지만, 간절한 기도로 함께 하는 수녀님들이 계시고 하느님께서도 잘 인도해주시리가 믿는다"고 말했다. 

프란체스카 수녀는 송전탑을 비롯한 핵발전소 문제를 너무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다고 토로하면서, 탈핵에너지위원회는 앞으로 각 수녀원을 중심으로 '핵발전소의 진실'을 알리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탈핵에너지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장상연합회 주관으로 탈핵 세미나를 기획,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등 지역 수녀원에서도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또 대안에너지 확산을 위해 일상의 절전과 더불어 수녀원 신축, 재건축 시 대안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제시하는 한편, 어머니들을 위한 교육도 구상 중이다.

프란체스카 수녀는 "종교적으로도 탈핵에 중립은 없으며, 정치적인 문제"라는 말을 들면서, "탈핵은 어떤 사안보다 긴급하다. 앞으로 개인과 공동체 차원의 노력은 물론, 총선 당선자들을 통해 탈핵을 위한 입법과 정책이 생산되도록 제안하고 압박해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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