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하늘을 보다 - 1]

[길에서 하늘을 보다] 김인보(金隣保) 신부의 기획칼럼을 새로 시작됩니다. 김인보는 필명입니다. 그동안 <독자게시판>에 한국교회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글을 올려 주셨던 김신부님과 협의해 지속적인 연재글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자유로운 논지를 위해 자세한 신원은 밝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인보란 '이웃에 대한 돌봄'을 뜻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작년 3월쯤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마찬가지 이지만, 지금보다 더 4대강 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일 당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성명을 통해서 4대강 문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천명하였다. 그 후, 주교회의 성명에 반(反)하는 듯 한 정진석 추기경님의 말씀으로 인해 가톨릭 교계가 아주 시끄러웠다. 결국 논쟁의 불씨는 정 추기경님의 말씀에 대한 반박성명을 낸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이하 정구사)이 당겼다.

정 추기경님을 옹호하는 입장의 단체들, 예컨대 '뜻을 같이하는 평신도 모임' '한국 천주교 나라사랑 기도회' '가톨릭 뉴라이트 등의 편에서 보면, 논쟁은 몇 가지 쟁점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정구사'가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는 정 추기경님께 무례를 범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정교분리(政敎分離)원칙이 분명한 한국사회에서 종교집단인 천주교 사제들이 왜 정치에 간여하냐는 것이며, 셋째는, 그 간여가 결국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이므로 '정구사'는 종북, 반체제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논리대로 그들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즉각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한국천주교회를 대표하는 정 추기경님께 대한 무례의 댓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의도로 서울대교구 교구법원에 '교도권을 지키려는 신자들의 청원서' 라는 제하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의 근거로는 ‘장상에 대한 항명’(교회법 273조), ‘불순명선동’(교회법 1373조), ‘중상(中傷)’(교회법 1390조) 등 교회법 조항들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몇몇 보수언론에 광고를 싣기도 했으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사제들이 정치를 하려면 사제복을 벗어야 하며, '정구사'는 종북, 반체제 집단이므로 북한으로 가서 활동하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의 성향에 비춰보면, 이런 주장은 아주 타당하고 옳다. 아니 지극히 복음적이기까지 하다. 어디까지나 그들의 시각에서는 말이다. 과연 그들의 주장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들의 시각은 바른 것일까? 그리고 '정구사'의 정치참여는 종교집단으로써 합당한 것인가?

필요치 않은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미리 밝혀둘 것이 있다. 본인은 '정구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보수단체들과는 더더욱 일면식도 없는 인사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구사'나 보수단체들의 활동에 참여해 본적도, 관심을 크게 보인적도 없다. 그들의 활동은 그저 언론 등에서 보도한 내용을 주워들은 것이 전부이다.

본인은 인터넷 매체를 비롯한 여러 언론매체의 기사를 탐독한다. 진보 성향의 매체뿐만 아니라, 항간에서 일컫는 보수성향의 매체까지 아주 애정 어린 눈길로 말이다. 가끔은 진보매체의 보도내용에 실망하기도 하고, 보수매체의 보도에 환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본인의 시각이나 관점이 지극히 중도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성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근거를 중심으로 생각할 뿐이다. 그저 중도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다.

시기적으로, 그리고 시의적으로 적절치는 않을 수 있지만, 정 추기경님과 관련된 논쟁을 보면서, 특히 교회와 정치라는 측면에서 한 번은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논쟁은 교회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차후에도 언제든지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글쟁이도, 전문적인 사상가도 아니다. 현실 문제에 참여하는 활동가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교회를 사랑하는 한 명의 그리스도인일 뿐이다. 본인의 입장이나 관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마구잡이식 또는 말꼬리 잡기식의 비난은 자신의 인격에 문제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댓글들을 보건데, 건전한 토론 문화가 무척 아쉽다. 이 글을 통해서 진심어린 비판과 토론은 언제든지 환영하며, 본인의 오류에 대한 지적은 언제든지 수용할 용의가 있다. 교회 안에서 건전한 토론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김인보 (金隣保)/ 천주교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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