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 1,000여 명 여주 남한강 생명평화미사 봉헌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가 이명박 정권에 대해 총선 심판을 경고하고 나섰다.

천주교연대는 6월 20일 천주교 수원교구 여주성당에서 ‘4대강 되찾기 여주 남한강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하며 밝힌 성명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이라는) 국민들의 뜻을 끝끝내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하늘의 마음(天心)인 민심(民心)은 내년 총선에서 준엄한 꾸짖음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연대는 4대강 사업으로 작은 비에도 역행침식이 발생하여 임시물막이가 터지고, 제방이 무너진다며 전 국토가 몸살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3년 동안의 토건 독재를 통해 뼛속 깊이 느끼고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다”며 “생명과 양심, 정의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이들에게 나라를 맡기면 결국 모두가 죽게 된다”고 주장했다.

▲ 신자들은 생명평화미사를 마치고 신륵사로 행진하는 도중 여주대교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외쳤다.(사진/ 고동주 기자)

미사에 참여한 ‘농지 보존·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유영훈 위원장 역시 4대강 사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내년 4월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12월 대선에서는 정권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오늘 경기도는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 100일을 앞두고 성공을 다짐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며 “안타깝게도 팔당 농민들은 4대강 공사가 계속 진행되는 한 세계유기농대회에 참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기농지를 없애고 자전거도로를 내는 정부가 ‘유기농은 생명이다’라는 구호가 걸린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하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인 4월까지 팔당 유기농지를 지키기 위해 버텨내겠다는 유 위원장의 발언은 참석한 많은 신자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미사 강론을 맡은 윤종일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는 하느님의 피조물 중에서 막내로 창조된 인간이 하느님 창조 사업의 협력자로서 겸손하게 다른 피조물을 돌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신부는 생태 영성의 모범으로 자연을 형님, 누님으로 불렀던 프란치스코 성인을 소개했다.

이어서 개발과 건설이 산업화 과정에서는 시대정신이었지만, 양보다는 질적인 삶을 요구하는 21세기는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산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국가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건설자본과 토건세력이 안전하게 사업변경을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사를 주례한 천주교주교회의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4대강 사업이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동시 다발로 진행되는 것은 어떠한 경제적 효과를 내세워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곳에 오신 여러 신부님, 수녀님, 교우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혜가 풍성히 머물기를 빈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모인 천주교 신자 1,000여 명은 미사를 마치고 여주성당에서 신륵사까지 행진을 벌였고, 여주대교에서 ‘4대강은 자유롭게! 생명은 평화롭게!’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 미사가 봉헌된 여주성당 제대 쪽에는 '4대강을 자유롭게, 생명을 평화롭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 고동주 기자)

▲ 신학생들이 여주성당에서 신륵사까지의 행진에 선두에 섰다.(사진/ 고동주 기자)

성명서


“죄악의 악순환을 끊기 위하여 4대강 사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사대강 사업으로 인하여 전국토가 몸살을 겪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생명은 죽어가고 있으며, 강물은 썩어가고, 작은 비에도 역행침식이 발생하여 가물막이가 터지고, 제방이 무너졌으며, 홍수가 일어나고, 농경지가 가라앉고, 지하수가 말라갑니다.

수 만 명이 마실 식수가 끊기는 대재앙과 같은 자연의 보복이 언제 또 다시 어떻게 들어닥칠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현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강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토건 독재 대통령과 정부여당, 토건 세력들은 여전히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속도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6월에는 댐을, 올 해 말에는 4대강 사업 전체공정을 완공하기 위하여 모든 절차와 법을 어기며 막바지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4대강 토건 공사에 이어 이른바 ‘수질 오염 법’인 ‘친수구역틀별법’을 통해 전 국토를 또다시 거대한 토목 공사장으로 만들려하고 있고, 실패한 4대강 사업을 은폐할 목적으로 지류, 지천 정비 사업에 또다시 20조원의 국민혈세를 투입할 예정입니다.

4대강 토건 사업은 지금이라도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내일 준공되더라도 오늘 4대강 사업을 멈추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야말로 죄악의 악순환을 끊는 일이며, 건설과 유지를 위하여 낭비해야 하는 혈세를 줄이는 일이고, 생명의 파괴를 최소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준설을 중단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야 합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뜻을 끝끝내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하늘의 마음(天心)인 민심(民心)은 내년 총선에서 준엄한 꾸짖음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3년 동안의 토건 독재를 통하여 뼈 속 깊이 느끼고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생명과 양심, 정의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이들에게 나라를 맡기면 결국 모두가 죽게 된다는 확신입니다. 하천모래를 퍼내고, 강에 콘크리트로 만든 거대한 구조물을 세우고, 유기 농지를 빼앗아 허울 좋은 콘크리트 자전거 도로로 만드는데 기여한 반(反) 생명의 세력들에게 국민의 가혹한 질타가 어떤 것인지, 반드시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콘크리트 보가 무너지고 모래가 다시 쌓이며, 굽이굽이 강이 강답게 흐르게 될 때 “강들은 손뼉 치고 산들도 함께 환호”(시편 98, 8)할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

1. 이명박 정부는 ‘포스트 4대강 사업’인 ‘지류, 지천 정비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먼저 국민 혈세 22조원이 들어간 4대강 토건 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독립 기구를 만들어 4대강 사업을 면밀히 진단 평가해, 그 결과를 국민에게 보고하라!

2. 이명박 정부는 다가올 홍수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도록 불필요한 준설을 지금 당장 멈추고, 홍수 때에는 가동보 작동을 금지하고, 하천 공간 공원 사업을 중단하라!

3. 이명박 정부와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하천 점용권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두물머리 농민들의 유기농지에 대한 행정 대집행 시도를 멈추고, 두물머리 농민이 마련한 대안 모델을 즉각 수용하라!

2011년 6월 20일(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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