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2년 1월 18일 노기남 신부의 경성교구장 착좌식.(사진출저/명동본당사, 한국교회사연구소,2007

경성교구 최초 한국인 주교인 노기남의 친일

지난 10월 15일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주최한 '노기남 대주교와 한국 천주교회' 심포지엄에서 나온 말을 <지금여기> 기자는 한마디로 압축했다. “노기남 대주교, 연극으로 친일했다”라고. 그러자 문득 머리에 떠오른 말은 “예수는 연극할 줄 몰라 죽었구나!”였다. 신학대학 가기 전에 다른 학부전공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도 공학도로서 한때 공부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경성교구 최초 한국인 주교인 노기남은 신학교 가기 전에 연극전공을 했단 말일까?

분명히 말해둔다. 경성교구 최초 한국인 주교인 노기남의 친일은 사실이다. 당시 그의 마음과 행동이 진심이든 연극이든, 적극적 협력이든 타율적 협력이든 그의 친일은 사실이다. 오히려 이제 와서 그를 감싸고 도는 세력들에 의해 그의 이름이 거듭 오물 뒤집어쓰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다시 자료들을 파헤쳐가며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천주교회와 기관지 <경향잡지> 그리고 여러 성직자들과 일부 평신도들의 친일행위를 재조명하길 원하는가?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들의 최초 한국인 주교인 노기남은 어쩔 수 없이 “쪼금” 타율적 친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말없는 하늘의 침묵을 무기로 하늘은 ‘우리 편’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들 하지마라.

예수는 죽었기에 부활했다

성경을 통해 배운 예수 이야기 좀 하자. 광야에서 사십일 고행을 통해 도튼(?) 예수가 하늘로 받은 그 도를 말씀과 더불어 몸으로 실현하려했다. 그러나 정통교리를 내세운 자들에게 붙잡혀 십자가형으로 숨진 지 사흗날에 하느님이 다시 살렸다는 것이 필자가 배운 전부다. 비아냥거리는 말이 아니다. 예수는 연극을 할 줄 몰라 제 한 몸 건사하지도 못하고 서른 초반의 나이에 요절한 것일까? 예수는 어리석게도 약간의 비굴을 선택하지 못하고 40일 굶어가며 어렵게 깨달은 하늘의 도를 만 3년도 되지 않아 임무를 포기 했단 말인가? 그래서 복음전파는 처절한 실패였던가? 예수는 그렇게 죽어 황천을 떠도는 원귀가 되었던가?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해둔다. 교회의 입으로, 성직자들의 입으로 교리시간에 외우라고 강요하지 않았나? 예수는 그렇게 끝나지 않았으며 다시 부활했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해방 전 조선 천주교회와 경성교구 최초 한국인 주교인 노기남의 친일은 예수의 삶과는 상관 없다는 것인가? 그저 단순히 살아내기 위한 타율적 친일에 불과했다고 말하는 그대들은 누구인가? 나와 보라! 도대체 그대들은 누구인가? 신앙인들에게 예수처럼 살고 죽는 것은 하늘의 뜻일 뿐 현실에서는 예수처럼 살 수 없다고 벌건 대낮에 명동 한복판에서 외치는 그대들은 진정 누구인가? 그러고도 예수를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 부르는가?

꿍꿍이가 있는 듯 보인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들을 번번이 벌이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2008년 4월 29일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할 가톨릭계 대상자 일곱 명을 발표한 것은 모두 알 것이다. 그러자 서울대교구 대변인은 단 하루 만에 반박성명을 발표했고, 교계신문들은 일제히 스트레이트기사, 해설기사, 사설 등을 통해 관련인사들의 무고함을 ‘머리에 재를 쓰고 옷을 찢으며’ 주장했었다. 그러나 2009년 <친일인명사전>이 가톨릭계 인사 일곱 명의 대상자를 포함한 채 막상 발간되자 서울대교구와 교계신문들은 이전의 반응과는 달리 일체 침묵과 무대응으로 일관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교회와 교계신문들은 친일로 지명된 동성학교 교장 장면과 경성교구 최초 한국인 주교 노기남을 재조명하는 심포지엄을 의미 있게 진행하고 보도하고 있다. 이것은 무슨 꿍꿍이 속일까?

마침표 찍을 때가 왔다

경성교구 최초 한국인 주교 노기남의 친일에 관한 마무리는 교회사연구소나 언론이 아닌 경성교구의 후손인 서울대교구가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경성교구 최초 한국인 주교에 관한 일은 좋든 싫든 현재의 서울대교구장이 권위 있는 교회의 교사로서 말해야한다. 더욱이 정진석추기경은 1942년 1월 18일 명동성당에서 거행된 노기남 신부의 경성교구장 착좌식에서 소년 복사를 했던 인연도 있지 않은가? 마침표는 긋는 것이 아니라 찍는 것이다.

 

김유철 /시인. 경남민언련 이사. 창원민예총 지부장.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교회비평집 <깨물지 못한 혀>(2008 우리신학연구소).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2009 리북)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