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천주교회의 4대강 반대운동 성직자 권위주의 산물이라 비판

▲ 월간조선 해당 페이지 캡처

<월간조선>이 '4대강에 빠진 천주교'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천주교회의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평신도와 소통 없는 ‘성직자 권위주의’의 산물"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 기사를 쓴 김태완 기자는 4대강 사업 반대운동에 나선 주축으로 강우일 주교와 주교단,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소속 사제들, 이에 부화뇌동하는 '뜻 없는' 수도자들과 평신도들 때문에 한국 천주교회가 4대강에 빠졌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 천주교회를 4대강에서 구출하기 위해 나선 사례로 김계춘 신부, 김현욱 천주교뉴라이트 대표, 임광규 광야의 소리 편집위원, 뜻 있는 평신도들의 모임, 그리고 정진석 추기경을 들었다.        

<월간조선> 김태완 기자는 현재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4대강 반대를 통해, 천주교의 정치적 보수성 극복하고 ‘민중의 교회’로 다가서는 측면이 있고, 이 사제들은 ‘생명과 평화’를 외치며 ‘소통과 사랑’을 강조하지만 정작 교회조직 내부에서, 본당 안에서 굽 높은 구두를 신은 소(小)독재자로 군림하며 "나를 따르지 않으면 죄짓는 것"이라고 평신도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 종교가 신자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한국 가톨릭은 수년간 ‘고(高)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런 교세 폭발 덕분에 한국 천주교는 세계에서 9번째로 로마 교황청에 납부금(교황 주일 헌금 포함. 2009년 154만여 달러)을 많이 내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양적 팽창과 다르게 한편에선 미사참례률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천주교의 4대강 ‘투쟁’은.. 생명과 환경의 이슈를 끌어내어 교회 내부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뜻"으로 풀이되며, "교회가, 4대강 반대를 통해 가진 자를 위한 ‘소수의 교회’가 아니라 ‘민중의 교회’로 다가서려 한다"고 말한다.  

한편 주교단의 성명 역시 주교들의 통일된 입장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성명서 문안 작성 과정에서 "찬반의견이 격렬했으며, 일부 주교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고, 나머지 주교는 내심 마뜩잖았지만 침묵했다"며 주교회의 분열상을 지적한다.  이어 "결국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자 주교들끼리 투표를 했고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 주교회의 전체 뜻을 담은 성명서를 만들기로 했다"는 주교회의 변승식 사무국장 신부의 말을 전하면서, "주교님들은 ‘뜻은 전하되 그야말로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태완 기자는 "그러나 ‘정치적 해석’을 원치 않았던 주교들의 뜻과 달리, 일부 사제들의 반대 움직임은 반(反)정부 투쟁에 가깝게 진행되고 있다"며 야당이나 재야단체 주장과 흡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주교회의 미디어팀 이영식 팀장의 말을 빌려, 찬반논란이 길어져 제 시간에 문안작성을 끝내지 못하고, 결국 다음 날 오전이 돼서야 발표할 수 있었는데, 일부 주교는 자신의 교구로 돌아가고, 책임 있는 몇몇 분은 밤을 새웠으며, 최종 문안은 의장 주교인 강우일 주교가 작성하고 몇몇 사제가 돕는 식이었다고 전하면서, 4대강 사업에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서에 강우일 주교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늬앙스를 짙게 풍겼다.

나아가 김태완 기자는 주교회의 의장이면서 제주교구 교구장인 강우일 주교의 영향력을 거론하며, 강 주교가 지난 6월 주교회의 기관지인 <경향잡지>에 기고한 ‘가톨릭 교회는 왜 사회문제에 관여하는가’라는 글을 문제 삼았다. "예수는 초연하게 산야에 묻혀 명상과 기도와 영신적 수련에만 몰두하신 분이 아니셨다. 그 시대의 세상이 차별하고 억압하고 외면하였던 보잘것없는 이들의 고통과 슬픔을 온몸으로 느꼈다"는 발언이 강 주교의 사회적 관심과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며, 한국 천주교회의 주축을 이루는 30-40대 젊은 사제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강우일 주교가 6월 14일 경기도 양수리 성당에서 열린 생명평화 미사에서 "주교회의 4대강 입장표명은 신앙의 유권적 학자이자 스승인 주교들이 발언한 만큼, 이 내용은 천주교 신자라면 당연히 순명(順命)하고 지켜야 하는 내용"이라고 말한 것을 들어, 강 주교가 '무류지권'(無謬之權)을 주장하는 권위주의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 광야의 소리 메인화면 캡처 (http://www.aware.co.kr/)

한편 김계춘 신부와 김현욱, 임광규 변호사, 주교단 성명에 반대성명을 광고한 '뜻있는 평신도 모임', 그리고 정진석 추기경의 입장을 들어 4대강 사업 반대운동에 대한 교회 내 다른 목소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진통 끝에 주교회의가 4대강 성명서를 내놓았지만 역풍도 만만치 않았다"며, "주교들의 ‘유감 표명’이 교회 내부의 소통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현욱은 4대강 사업은 주교님들의 결정사항이 아니라, 전문가들과 평신도의 사안이라며 "주교회의가 그런 결정을 하려면 ‘시노드’(평신도협의회)의 의견을 수렴한 뒤 사제가 거르고, 다시 주교회의에서 걸러내야 한다"고 논박했다. 이어 "그런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신부들이 상당히 반발하고 평신도 역시 사제를 믿고 따르는 가톨릭의 전통상, 말은 안 하지만 무척 고민하고 있다"며 "일부 사제들이 4대강 반대 투쟁에 나서는 것은 남미(南美)의 환경론자들, 그러니까 좌파이념을 환경과 연결해 좌파이념을 성취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임광규 변호사는 강 주교의 단정적 발언 때문에 "치산치수가 교리와 계명에 반한다고 이해하는 많은 순진한 가톨릭 신자가 있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가진 신자들은 "가톨릭 장상에 대해 시니컬해지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당 다니기가 무섭다’는 주교단 비난 광고를 낸 평신도들은 "일부 사제들이 좌경화되어 교회의 영역을 일탈하여 과격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막아 주셔야"할 주교들이 나서는 바람에 "평신도들은 미사 드리기가 무섭"고, "강론을 듣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김현욱과 임광규 변호사들은 대표적인 천주교 우익인사들로 알려 있는데, 김현욱은 2007년 5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창립한 천주교뉴라이트 상임의장이었으며, 민정당과 자민련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모임’의 대표로 알려졌다. 또한 김현욱과 마찬가지로 임광규 변호사 역시 대표적인 천주교 우익사이트인 '광야의 소리'에 왕성한 기고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오웅진 신부 소송사건 당시에 꽃동네 자문변호사로 일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김태완 기자는 정진석 추기경을 등장시켜 주교단의 입장과 다른 정 추기경의 입장을 다루었다. 정 추기경은 그동안 4대강 문제로 개인적인 목소리를 낸 적이 없으며 줄곧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 7월 21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정 추기경을 예방했을 때, 비공개 면담에서 "정 추기경은 4대강 논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전한다. 이 때 정 추기경은 "4대강 사업은 과학적·전문적 분야이고,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다른 의견이 있는 만큼 비전문가가 나서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하는 사람을 욕하는 소리, 추기경은 왜 가만히 있느냐는 소리도 왕왕 들리지만 그렇다고 내가 어느 편을 들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완 기자는 "정 추기경이 언급한 ‘비전문가’는 종교계, 그러니까 주교회의 성명을 포함하는 것일까" 물으면서, 당시 동석했던 한 인사가 "추기경께서 말씀하신 ‘비전문가’는 4대강 반대를 주장하는 재야, 종교계를 포함하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는 말을 전한다.  또한 한나라당 고위당직자가 "국민은 천주교 전체가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하자 "반대하는 편에선 목소리가 커서 전체를 대변하는 듯 보이지만 그에 대해선 언젠가 말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라고 답변했다고 전한다. 

이를 두고 김태완 기자는 "정 추기경의 말은 4대강을 두고 교회가 분열되는 것을 염려한 토로였던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천주교에서 "성직자에 대한 평신도의 의존성은 좀체 변하지 않고 있다"고 대신 걱정해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천주교가 4대강 반대 입장이 분명하고, 그것이 ‘예언자적 소명’이라 생각한다면 성당 안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시국미사를 드리고, 단식투쟁을 할 것이 아니라, 사제가 신자와 서로 소통하며 교회의 가르침을 나누고 설명하며 평신도의 생각과 비판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가톨릭이 자랑하는 ‘다양성 속의 일치’가 아닐까."

그러나 교계 일각에서, 서울대교구의 어느 사제는 "소통과 대화는 물론 중요하다. 평신도와 사제, 그리고 주교와도 대화가 그동안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먼저 주교회의에서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서 결정한 사안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흘리고 다니는 것 역시 정직하지 못한 태도이며 교회일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며 정진석 추기경의 태도를 빗대어 걱정했다.

이어 "교회 권위주의와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연결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교들이 나서기 전에, 사제들이 나섰고, 사제들이 나서기 전에 평신도들이 4대강 반대운동에 참여해 왔다. 사제들은 한국 시민사회의 요청과 평신도들의 요청에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교황을 비롯한 교회의 교부들의 전통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다. 수많은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이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바보로 취급하고, 몇 안 되는 튀는 보수우익인사들의 말을 빌어서 교회 안에 분열을 일으키려고 하는 <월간조선>의 조잡한 발언과 음흉한 의도에 분개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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