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제병합 100년 맞이해, 일본 총리와 천주교회 통절한 사죄
지난 8월 10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조선에 대한 일제 식민지 지배를 사죄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간 총리는 "3.1 독립운동 등의 격렬한 저항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치·군사적 배경하에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밝히면서 "역사의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와 이를 인정하는 겸허함을 갖고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는 것에 솔직하게 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이케나가 준 대주교는 지난 8월 6일부터 시작된 '평화주간'에 담화문을 발표해 "한일합병 100년을 맞아 일본 자국이 행한 일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면서 "이처럼 역사적으로 중대한 시기에 우리 가톨릭교회의 책임을 포함하여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를 진지하게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역사의식은 "두 번 다시 같은 비극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하는 맹세인 동시에 미래에 대해서도 책임지는 일임을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하느님 앞에서 용기를 갖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청하는 일은 자신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께서 바라시는 참된 인간의 모습에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라며 "우리가 이러한 자세를 가질 때 비로소 그리스도께서는 적의라고 하는 장애의 벽을 헐어버리고 참된 화해의 길로 우리를 인도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2000년 12월 3일 자로 발표한 '한국천주교회의 2000년 '쇄신과 화해'라는 문서를 통해 참회하면서 일제식민지 시절 교회의 친일행적에 대해선 한 마디도 제대로 언급한 적이 없다. 그저 "우리 교회는 열강의 침략과 일제의 식민통치로 민족이 고통을 당하던 시기에 교회의 안녕을 보장받고자 정교분리를 이유로 민족 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때로 제재하기도 하였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또한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을 펴내면서 천주교인 가운데 7명(노기남 대주교, 김명제 신부, 김윤근 신부, 신인식 신부, 오기선 신부, 장면, 남상철)을 친일 인사로 등재하였으며, 특히 노기남 대주교는 그해 7월 초 정부산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되었는데, 이에 대해 서울대교구 측은 "당시 노 주교 행동은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천주교회 수장'으로서 교회와 교인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였다는 점에서 다른 친일 행위자들과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노기남 대주교가 1946년 명동성당에서 공개적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환영회'를 개최하였던 점을 들어서 "노 주교가 반민족적 인물이 아니었음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한편 <친일인명사전>에는 종교별로는 불교 54명, 개신교 51명, 유림 41명, 천도교 29명, 천주교 7명 등이 등재되었는데, 이에 대해 김승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은 "천주교회의 친일인물 명단은 다른 종교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는 천주교의 특성상 개인적 차원에서 친일행적을 보인 사람들보다 교단 차원에서 친일행동에 돌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 천주교회의 경우에, 주교회의 등 공식적 대표기구를 통해 '교회의 일제하 친일행적'에 대한 공식적 사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앞으로도 친일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경술국치 100년을 맞이해 일본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이케나가 준 대주교가 통절히 사죄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청하는 일은 자신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께서 바라시는 참된 인간의 모습에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며 "이러한 자세를 가질 때 비로소 그리스도께서는 적의라고 하는 장애의 벽을 헐어버리고 참된 화해의 길로 우리를 인도해 주실 것"이라고 말한 태도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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