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에 갇힌 불꽃]

수경 스님이 모든 걸 내려놓고 속세를 훌쩍 떠났다. 세상을 등진 스님의 뒷모습을 보며 또 한 생명이 세상을 떠나는구나 싶어 안타깝고도 가슴 아프다.

지난 2년간 참으로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나갔다. 대통령 취임 보름 전 발생했던 숭례문 방화참사는 그 전조였던가. 여섯 목숨이 불길에 갇혀 억울하게 타죽은 용산참사가 일어났다. 무자비한 공안통치의 발길에 채여 죽어간 노동자들과 철거민들 같이 아직 구천을 헤매고 있을 억울한 죽음들이 줄을 이었다. 그후 전직 대통령의 죽음과 46명의 꽃다운 장병들이 수장당한 천안함 사고 그리고 4대강 개발 중단을 외치며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의 분신에 이르기까지, 그 모두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향해 역주행으로 돌진하다 빚은 참사였다. 

MB는 모성박탈의 심리적 상처 있나

그뿐인가. 가진 자는 우대하고 가난한 자를 홀대하는 MB의 노골적인 ‘부우빈홀’(富優貧忽) 정책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 사회엔 살아서도 죽은 것 같은 목숨들이 많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그래도 합법적 절차를 거쳐 집권한 정권 하에서 왜 이토록 억울한 죽음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포크레인의 거친 손아귀 아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어가는 크고 작은 뭇 생명들의 신음은 또 어떠한가. 죽음의 진흙밭으로 만신창이 된 4대강의 참혹한 모습은 전광석화로 진행되는 공사 진척 과정에 비춰 볼 때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4대강 개발만큼은 결단코 그만둘 수 없다고 다짐하는 대국민담화를 보며 섬뜩함마저 느낀 것은 누가 MB의 이런 야만적 행동을 이해할 것인가 암담해서였다.

심리적 문제의 뿌리는 모두 어린 시절에 닿아있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을 들지 않더라도, 유달리 강과 같은 자연의 개발에 집착하는 그의 행동 역시 어린 시절 겪었을 모성박탈의 심리적 상처에서 연유하지 않았을까 싶다. 강이 흔히 어머니를 상징한다고 볼 때, 4대강 개발이야말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自然) 보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두지 못하는’ 파괴적인 심리 특성에서 유발되었는지 모른다. 

▲ 지난 14일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생명평화가 있었던 두물머리 강가(사진/김용길 기자)

마이다스의 손처럼 가는 곳마다 닿는 것마다 죽음과 파괴의 비극을 낳고 

물론 그의 이런 행동 특성이 젊은 시절엔 박정희 정권의 개발시대와 절묘하게 맞물려 현대건설 CEO로 활동하도록 이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가치관과 행동거지는 자리가 올라갈수록 새 시대 경향과 갈등을 빚고 괴리현상을 낳으며 갖가지 병폐를 초래한다. 대표적 예가 청계천 개발이다. 원래 시민들은 콘크리트를 걷어낸 후 자연스레 흐르는 개천을 바랬건만 자연스러운 것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그에 의해 청계천은 펌프로 지하수를 퍼 올려야 물이 흘러갈 수 있는 인공하천으로 만들어져 그 유지·관리 비용만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MB의 한계이다.

자연스러운 것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그의 손길은 그 후 한반도의 젓줄 4대강으로 향하면서, 마이다스의 손처럼 가는 곳마다 닿는 것마다 죽음과 파괴의 비극을 낳고 있다. 강바닥을 파헤치고 강 한 가운데 콘크리트 기둥을 박으며 물길을 막아, 강을 살리기는커녕 참혹하게 능욕하면서 생명의 젖줄이요 자궁인 자연, 그 모성의 가슴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다. 도시 로마를 불태웠던 네로와 히틀러의 모성살해 파괴본능에 버금가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내겐 MB의 몸짓, 얼굴빛, 손짓, 행동 하나하나가 병리적으로 보인다. 자연스런 것은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지난 2년간 수없이 보며 안쓰럽기조차 하는 까닭이다.

생명의 젖줄이요 자궁인 4대강 파괴는 모성살해 행위

문제는 그런 자가 한 국가의 지도자라는데 비극이 있다. 히틀러의 제3제국에서 순교당한 본회퍼는 “미친 운전기사가 무고한 사람들을 향해 돌진할 때에는 그를 운전대에서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며 히틀러 제거행동에 개입했다 적발당해 동료들과 함께 처형된다.

참으로 더 이상 죽이지 말라. 아니 더 이상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합리성과 이성을 이미 상실한 권력의 오만하고 부당한 횡포와 생명을 사라지게 만드는 죽음의 정치를 저지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 마음으로 4대강을 지켜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큰 싸움의 시간인 것이다. 어쩌면 지나간 2년만큼이나 다가올 2년도 고될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에 따라 소중하고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정중규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위원, ‘어둠 속에 갇힌 불꽃’(http://cafe.daum.net/bulkot ) 지기,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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