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한참 전인 2월 중순에 개구리는 알을 낳았는데, 총선 맞을 김포시의 목련은 4월 10일 꽃망울을 터뜨릴까? 2023년 목련은 4월을 기다리지 못하고 꽃잎을 떨어뜨렸다. 역대급 엘니뇨가 겨울 장마를 부른 기후위기 상황에 언감생심이리라.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과 관계없이, 지난해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대비 섭씨 1.5도 이상 오르고 말았다. 인류는 물론, 생태계의 파국을 예고하기에 화석연료 소비를 과감히 줄이자고 세계 기후활동가는 간절히 호소했건만, 범세계의 기득권은 탐욕을 멈추지 않았고 미래세대는 위기를 맞았다. 기상이변이 세계적으로 난무하는 와중에 우리나라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었는데 안타깝다. 불행을 자초하려는지, 주요 정당과 후보는 미래세대를 염려하는 목소리를 내놓지 않는다.

부동산 가치를 앞세우며 수도권 GTX와 비행장이 추가되려는 대한민국에서 파국은 피할 수 없다. 신기루에 불과한 수소와 전기차 대안으로 내세우는 분위기에서 막대한 전기를 소비할 생성형 인공지능을 지상낙원으로 현혹하지 않던가. 위기를 완충하는 생태계의 보루인 국립공원마저 이용 대상으로 여기는 정책이 세워지는 마당에 미래세대의 생존을 생각하는 유권자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 미래세대에 닥칠 파국을 막기 위한 실존적 대안을 촉구하려고 한다. 방관하기에 4년은 너무 길다.

적어도 선조라면 후손에게 위기를 물려줄 수 없는 법이다. 절박해지는 위기 상황을 인식하는 ‘기후유권자’는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한 정책 실천을 22대 국회의원선거에 나선 후보와 정당에 요구한다. 어떤 정책이든 미래세대 생존이 기반이어야 옳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자원마저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장차 외부에 의지할 여유는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돌이킬 여지가 있을 때, 속도와 경쟁을 부추기는 에너지 과소비에서 벗어나 자족하는 삶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년 환경단체 가운데 하나인 ‘60+기후행동’은 경험과 기억을 토대로 ‘15분 자족도시’를 염두에 둔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교통과 에너지 대안이 아니다. 60+기후행동이 요구하는 ‘15분 자족도시’는 파리를 중심으로 적극 펼치는 ‘15분 도시’보다 적극적인 전환 개념이다. 대중교통과 자전거로 이동하는 범위에서 사회 서비스를 해결하는 도시를 뛰어넘어 자급자족을 꾀할 수 있는 공동체 구현을 의미한다. 협동조합 운동에 헌신한 경제사상가 우치하시 가츠토(内橋克人)는 ‘FEC 자급권’을 설파했다. 식량(Food), 에너지(Energy), 그리고 돌봄(Care)을 지역에서 자급해야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 방법은 민주적으로 심층적이며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실현할 수 있다.

일찍이 간디는 자급하는 70만 개 마을이 소통하는 인도를 희망했다. 수백만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를 자급 마을로 바꾸는 방법은 지역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다. ‘15분 자족도시’는 식민지로 전락한 농어촌을 정의롭게 서로 도우며 의지해야 가능하다. 농어민의 자율적 생산 의지와 ‘15분 자족도시’가 공동체마다 다채롭게 공존하면서 지속 가능하도록 22대 국회는 시민과 더불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파국이 눈앞인 상황에서 절박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월 14일, 위기를 외면하는 정치권을 향해 ‘기후유권자’가 외쳤다. 미래세대는 물론이고, 노년이 모여 '기후정치 원년 시민 선언'을 선포한 것이다. 가뭄과 산불이 심각했어도 기후정책을 외면한 호주 집권당은 2022년 선거로 정권을 잃었다. 기후에 민감한 유권자가 절반을 넘는 현실을 인식하는 정당과 후보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다가오는 4월 10일, 목련 꽃은 지역에 따라 피거나 지겠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미래세대는 대대손손 건강하며 행복하게 생존할 권리가 있다. ‘60+기후행동’과 ‘기후유권자’의 절박한 호소를 우리 정치권이 외면한다면 후손이 마주할 4년 이후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심화될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희박해질 게 아닌가? 김포에 목련이 피든 지든, 자식의 내일을 걱정하는 유권자는 4월 10일, 선택에 예민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60+기후행동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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