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티븐 베반스 신부

인터뷰하고 있는 스티븐 베반스 신부. ⓒ경동현
인터뷰하고 있는 스티븐 베반스 신부. ⓒ경동현

선교학과 토착화신학의 석학 스티븐 베반스 신부(말씀의 선교 수도회, 80)가 한국을 찾았다.

6월 7-9일 열린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마친 베반스 신부를 12일 만났다. 우리신학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인터뷰에서 어려운 학술 용어가 아닌 생동감 있는 일상의 말로 풀어낸 ‘선교’에 관해 들었다.

만민 간 선교,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모든 이에 의해서 모든 이에게”

그동안 선교는 비그리스도인에게 일방적으로 복음을 알리고 세례를 주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 베반스 신부는 선교가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사람들과 관계 맺고, 대화하고, 우정을 나누며, 그들 안에 있는 하느님을 만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소개한다.

제3세계 나라들로 선교하러 가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이곳을 복음화시키기 위해 왔다’는 태도는 과거의 행태다. 그는 오늘날 바뀐 선교 개념은 “‘우리만이 진리를 가졌다’가 아니라 우리의 진리와 당신들의 진리에 관해 대화하고 우정을 쌓아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반스 신부는 앞서 9일 심포지엄에서 '만민을 향한 선교에서 만민 간 선교'를 주제로 강연했다. 과거 선교 패러다임이었던 '만민에게'라는 방향성은 유럽과 미국 등 서구에서 나머지 세계로 향한 것이었고, 이는 제국주의, 식민주의, 인종차별적 태도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대 세계의 경험에서 변화된 '만민 간 선교'는 다방향이며, 가장 낮고 늦는 곳, 가장 주변에 처한 곳을 최전방이자 가장 중요한 곳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만민”은 선교 국가가 있는 “저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에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다며,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 과정은 교회 경계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 공동체는 가난한 이들, 청소년, 성소수자, 기후위기에 헌신하는 공동체다. 복음을 삶에서 구현하고, 동시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를 외방 선교로만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선교사들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가져다주는 것만이 선교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의 종교와 관습을 인정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의 선교, 즉 ‘사람들 사이의 선교’여야 한다. 이렇듯 선교는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즉 만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그는 선교에 다양한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선교는 증언과 선포, 정의와 평화를 위한 활동, 생태에 대한 책임, 종교간 대화, 일치 운동, 비종교인과의 대화, 토착화, 화해 등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런 선교가 교회를 교회답게 만든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밝혔듯, 선교는 ‘교회의 본성’이다. 온 인류와 모든 피조물과 대화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다. 모든 사람이 평화 속에서 조화롭게 함께 사는 것을 하느님나라라고 할 때, 선교는 하느님의 꿈(God’s dream)에 들어오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12일 베반스 신부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에서 강연하고 있다. ⓒ경동현
12일 베반스 신부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에서 강연하고 있다. ⓒ경동현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가볍고 단순하게 여기길

선교는 내부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베반스 신부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복음화해 더 나은 복음 증거자가 되는 것을 ‘내부를 향한 선교’라고 정의했다. 이를 위해 시노달리타스와 예언적 대화가 중요하다. 예언자적인 행위는 공동체가 자신의 사명을 염두에 두며, 종교간, 교파 간 그리고 세상과의 대화에 투신하는 것이다. “함께 기도하고 묵상하고, 성령에게 마음을 연 채, 서로의 말을 경청하면서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찾는 과정”을 통해 시노달리타스와 예언적 대화를 이룰 수 있다.

베반스 신부는 특히 교회 지도자가 성당이나 피정 등에서 사람들을 만나 “교회에 가면 어떤 것이 좋은지, 교회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 교회가 무엇을 하길 바라는지” 등에 관해 듣고 식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이후 사목에 관해서도, 교회는 코로나 상황에 상처 입은 이들을 찾아 치유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제들은 강론에서 팬데믹으로 겪는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위로를 전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우리는 모두 선교하는 제자”이며, 선교는 사제만이 아니라 세례받은 모든 신자의 임무라고 강조한다. 베반스 신부는 선교를 실제로 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선교 즉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가볍고 단순하게 여기라고 조언했다.

우리가 진리를 향해 하는 모든 것이 선교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치나 투표, 복음적인 대화, 정의나 평화 운동에 참여하는 것도 선교다. ‘나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이렇게 했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이는 선교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고, 오후에 같은 곳에서 그의 강연이 있었다. 평신도 선교사, 수도자 등 40여 명이 그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 그 자리에서 그는 “오늘날 우리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며, 특히 가난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배경을 공감하며, 그들의 재능과 행동을 인정하는 상상력으로 선교에 임한다”는 메시지로 선교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자극을 남겼다.

스티븐 베반스 신부는 교종청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노틀담 대학에서 1986년 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시카고가톨릭연합신학대학원에서 29년간 조직 신학을 가르쳤다. 다수의 논문과 책을 썼으며, “예언자적 대화의 선교”, “상황화 신학” 등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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