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3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총 본원 참사로서 내가 맡은 소임 중 제일 힘들었던 일은 성소 사도직이었다. 총 본원 리더십팀 일원으로 성소 담당을 하는 각 지구/관구 수녀들을 어떻게 지지하고 도울 수 있을까가 내겐 늘 어려운 문제였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는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 계신 성모님과 함께하는 작은 무리여서 그런지 1877년 수도회 설립 이래 회원 수가 많아 본 적이 없다.

총 본원에서는 수도회 차원의 성소 담당자 국제 모임을 줌이나 전화를 통해 여러 차례 주관하였다. 특히 2018년 5월 로마에서는 서로 직접 만나서 열린 모임이었는데, 문화, 연령에 큰 차이가 있고, 심지어 미국 ‘원죄 없이 잉태되신 지구’의 경우는 수도자 대신 평신도가 성소 담당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모임에서 나눈 내용 가운데 지금까지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은 수도회 카리스마를 어떻게 젊은이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고, 성소 사도직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찾는 것이었다. 특히 평신도 성소 담당자인 수잔 씨의 나눔이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수녀님들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나누어 줄 때 젊은이들이 감동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지구/관구에서 성소 담당자로 체험한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는 것도 참석자들에게는 힘이 되고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국제 모임 이후 성소 담당자들이 자기 지구/관구로 돌아가 자신의 문화권 안에서 얼마나 모임 결과를 실행할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았다. 또한 성소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들 성소자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일지를 지구/관구가 식별해야 하는 것도 과제였다. 그래서 한 지구는 오랜 식별 후 성소자들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하였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한국 관구는 5년 넘게 입회자가 없는 형편이다. 그래도 공동체에서는 성소자들을 위한 기도를 매일 바치고 있다. 나는 가끔 ‘성령’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일까 스스로 질문해 보곤 한다.

ⓒ박미영<br>
ⓒ박미영

런던에 거주하면서 영국/웨일즈(영국은 네 지역으로 구분한다. 영국,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에서 2017년 11월과 2019년 11월 두 차례 열린 성소 담당자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2017년 모임에서는 도미니코회 신부님과 ‘예수의 신실한 동반자회(Faithful Comapanion of Jesus)’ 수녀님이 입회자들을 어떻게 동반해야 하는지 자신이 성소 담당자로서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눠 주었다. 이들은 젊은이들을 만나기 위해 전문 교육을 받았다. 수도회는 이들의 활동을 지지해 주고 공동체가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기에 비록 눈에 보이는 열매가 없어도 젊은이들의 복음화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이 모임에서는 꽤 많은 남녀 수도자들이 참석하였다. 아일랜드에서 온 수도자들도 있었다.

2019년 두 번째로 참석한 영국/웨일즈 성소 담당자 모임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이때 주 강사는 여성 평신도였다. 그녀는 젊은이 세 명을 동반하고 있었다. 평신도 여성 데레사 씨는 자신이 어떻게 평신도로 특별한 부르심을 받았는지 자신의 체험을 나누어 주었다. 이 모임에 참석한 이들을 둘러보니 연세 많은 수녀님들/수사님들도 적지만 함께하고 있었다. 이 모임에서 우리는 어떻게 젊은이들이 신앙생활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데레사 씨는 수도자들이 젊은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이끌어 주었다. 결국 젊은이들이 자신을 하느님의 선물로 자신을 귀중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각자 세례 때의 부르심을 살아가도록 동반하는 것이 길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수도자들에게 우선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라 하였다. 나는 이때 받은 "거울에 비친 수도자 각자의 모습이 진정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잊지 못한다.

2019년 10월 ‘여성을 위한 수도생활/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주제로 런던 노틀담 대학교에서 이틀간 심포지엄이 열렸다. 첫째 날은 동부/중앙 아프리카 지역(탄자니아, 말라위, 우간다, 케냐, 잠비아) 여성 수도자를 대상으로 수도생활의 본질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둘째 날에는 '미래를 식별하다'(2000년부터 대영제국과 아일랜드에서 수도생활에 입회한 가톨릭/성공회 여성들의 면담에 기초한 자료)가 주제였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2000년부터 가톨릭/성공회 수도회에 입회해 수도자로 살거나 수도회를 떠나 자신이 수도 성소가 아니라고 식별한 여성들, 그리고 입회자들을 받아들인 공동체에서 양성을 담당한 수녀들과 리더십에 있던 수녀들에게 받은 자료를 모은 것이었다. 특히 수도생활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는 비밀 유지 의무로 인해 경청만 하였다.

기억하기로는 요즘 입회하거나 퇴회한 젊은 여성들은 ‘나이 차이에서 오는 그들만의 외로움, 다른 문화, 적절한 양성 프로그램 부재, 자기 자신과의 관계, 양성장과의 관계, 공동체 안에서 겪는 관계의 어려움, 위계질서 등’을 힘들어 했다. 좋았던 점으로는 ‘기도 생활, 전례, 공동체 생활의 긍정적인 면, 기쁨, 소속감, 서로에 대한 경청 그리고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배움 등’을 들었다. 새로운 형태의 수도생활을 시도하는 곳도 몇 군데 소개되었다. 주 강연자 젬마 수녀는 ‘theology of breaking’을 언급하면서 신학적으로 자기 비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강조하였고 양성장들과 성소 담당자들이 적절한 훈련 프로그램을 받아야 할 필요에 대해 언급하였다.

새 포도주의 여인이신 성모 마리아님,
추수와 새 계절의 결실인 새 포도주를 통하여
당신 현존의 표징을 알아보고,
성령의 새로움에 순종하여 앞으로 나아가려는 열망을
저희 안에 간직하게 하소서.

- 교황청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성,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57 -

ⓒ박미영
ⓒ박미영

박미영(수산나)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 메리포터 호스피스 영성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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